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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편백)을 찾다

양산 법기수원지 - 80여년만에 개방된 은밀한 숲

by 마음풍경 2018. 4. 28.



양산 법기수원지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부산 2박 3일 여행의 첫번째 장소로 법기 수원지를 찾는다.


법기수원지는 부산이 아닌 양산에 속하는 곳이지만

내려가는 길에 만날 수 있어 첫번째로 발걸음을 하게된다.


식수를 공급하는 수원지라 79년동안 출입을 금지하다가

2011년에 개방을 한 곳이라 그런지 숲의 깊이가 남다르다.


특히 입구에서 만나는 웅장한 모습의

히말라시다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마치 미지의 숲에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곳은 히말라시다뿐만 아니라

편백나무, 벚나무 등 다양한 나무도 함께 자라고 있다.


100여년 동안 이 숲을 지키다 스러져간 나무의 흔적도 보게되고.


법기수원지는 일제 강점기인 1927년부터 1932년에 건설된 댐으로

총 길이가 260m이고 높이가 21m인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댐으로 오르는 데크길에는 편백나무숲이 있어

편백의 행복한 향기에도 빠져본다.


그리고 댐위로 올라서니 거대한 반송이 멋진 자태를 보여준다.


댐위에 칠형제 반송으로 불리는

 130년 된 법기 반송 7그루가 있는 것이 이색적이며

이 반송들은 건설 당시에 댐위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댐 건너편에 예쁜 모습으로 자리한 취수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고.


오랫동안 자연 환경이 그대로 지켜져서 인지

숲의 깊이가 남다르고 향기 또한 감미롭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호수의 잔잔한 풍경도 평화롭기만 하고.


물론 수원지 전체가 개방되지는 않고

극히 일부만 개방이 된 점은 아쉽지만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에

이만큼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댐을 돌아 내려오는데 석조 건축 구조물인

취수 터널을 만난다.


이 취수터널에는 조선 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가 남긴

'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라는 뜻의

"원정윤군생" 이라는 글자 흔적이 남아있다.

1932년 법기수원지 댐 완공 시 석각을 했다고 하고.


그런데 사이코 마코토라는 인물은 1919년 3대 총독으로 취임을 할 때

독립운동가인 강우규 선생이 폭탄을 투척한 항일 의거 사건의 당사자이다.

그때 강우규 선생의 나이가 65세 노인으로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을 당해다고 하니

그분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애국심의 깊이를 새삼 느낀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수원지에

아픈 역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비가 내려서인지 숲의 향기는 진하고

새소리는 더욱 명랑하게 울려온다.


1시간 남짓 가볍게 돌아본 시간이었지만

지난 역사의 흔적도 만나고

특히 깊고 울창한 원시림과 같은 숲에 머물 수 있어

부산 여행의 첫발을 잘 내딛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