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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편백)을 찾다

부산 아홉산숲 - 400년을 가꾸고 지켜온 숲

by 마음풍경 2018. 4. 29.



부산 아홉산숲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아홉산숲(http://www.ahopsan.com/)은

최근에 개방이 되어 알려진 숲으로

이번 부산 여행을 결심한 계기가 된 곳이다.


5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종합안내도에 나온 것처럼

왼편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책로를 걷기로 한다.


아홉산숲은 400여년전인 1600년대에 남평 문 씨 집안이

미동마을에 정착하여 기존의 숲을 가꾸고 관리했다고 한다.

국가도 아니고 개인이 오랜 옛적에 숲의 소중함을 알았다니

정말 대단한 혜안이자 지혜가 아닌가.


2015년에 개방을 해서인지 숲길은 참 깨끗하고 조용하다.


연초록이 가득한 공간에 마음을 내려놓고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하고.


편안한 숲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금강 소나무도 만나고.

영남일원에 수령 400년된 소나무가 군락으로

보존된 것은 보기 드물다고 한다.


그리고 아홉산의 자랑인 맹종죽숲으로 들어선다.


굿터 맹종죽숲은 군도, 대호 등

영화 및 드라마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이곳 맹종숲의 신기한 점은

숲의 가운데 부분에 대나무가 자라지 않는 것이다.


이곳에 아홉산 산신령의 영령이 있어서

치성을 드리는 마을 굿터로 쓰였다고 한다.


과거에도 많은 대나무 숲을 만나보았지만

이곳은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보고 있으니 숲으로 저절로 빨려가는 묘한 기분이고.


맹종죽과 개잎갈나무가 마주보고 서있는

바람의 길은 아홉산 숲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라 한다.


대나무 숲을 빠져나가자 영화 대호 때 지은

서낭당도 만나본다.


아홉산은 골짜기를 아홉개 품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순 한글로 된 산이름이다.

다만 숲의 보호를 위해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1954년에 조림한 편백나무숲으로 들어서니

코끝으로 편백의 향기가 가득 느껴진다.


정말 이곳이 내가 사는 곳 가까이 있다면

매일 찾아서 산책하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편백숲을 지나 오솔길을 내려서니

약 만여평 규모의 또 다른 맹종죽숲이 나온다.


이곳은 전국의 맹종죽숲중

가장 규모가 크고 넓다고 하고.


대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숲길은

앞서 만난 맹종죽숲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조용한 공간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할 정도로 무척 아늑하고.


다른 대나무숲은 대나무에 낙서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는 데

 이곳 대나무는 모두 깨끗한 것도 마음에 든다.


맹종죽 숲길을 지나 입구로 되돌아 나오니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가 인사를 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구갑죽이라는 독특한 모습의 대나무가 있다.


이곳의 구갑죽은 1950년대 말에 이곳에 이식이 되었다고 한다.


구갑죽을 구경하고 이곳 숲의 유일한 건물인

산주 일가의 종택인 관미헌으로 발걸음을 한다.


관미헌은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라는 의미로

순전히 뒷산의 나무만 가지고 지어진 60여년된 한옥이다.


전체 숲을 천천히 한바퀴 도는데는

약 3km에 1시간 30여분이 걸렸다.


아홉산숲은 지난 400년동안 한 집안에서

땀 흘리며 가꾸고 지켜온 숲이기에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존이 되고 가꾸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 좋은 숲을 만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곳에 머문 동안 정말 행복하고 마음이 참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