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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 둘레길 14구간 - 원부춘마을 ~ 가탄마을

by 마음풍경 2018. 10. 29.



지리산 둘레길 14구간




원부춘마을 ~ 활공장 임도 ~ 중촌마을

~ 정금차밭 ~ 가탄마을

(약 12km, 4시간 30분 소요)





지난 달에 지리산 둘레길 13구간에 이어

10월에는 14구간을 걷는다.

(지리산 둘레길 13구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580)


하여 13구간의 종점이었던 원부춘마을에서

다시 14구간 둘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날은 맑고 바람 또한 싱그러워

걷기를 시작하는 마음이 가볍다.

다만 가는 길에 갑작스럽게 비가 내려

당장 닥칠 일도 알기가 어려운 것이

삶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아직 만추의 풍경은 이르지만

제법 단풍의 정취가 느껴진다.


지금은 그리 자주 접하지는 않지만

모과를 보면 왠지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과거에는 집안에 모과를 가지고

향기를 느끼거나 모과차로 만들었고.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단순히 길을 걷는다는 의미보다

자꾸만 잊혀가는 시골의 정취를

접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물론 지리산 자락에서 느껴지는

아늑함과 편안함은 또 다른 선물이고.


원부춘마을에서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오르막길을 약 4km 올라가야 한다.


그나저나 오늘은 날이 변덕스럽다.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갑자기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비록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도

단풍 물든 숲의 정취는 더욱 깊어진다.


하긴 비가 내려도 무슨 대수이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가을이 깊어가는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저 좋다.


멍하게 보내는 것이

마치 나태인양 죄가 되는

바쁜 삶속에서

자연은 우리에게 쉬어가라고

잔잔하게 속삭이는지도.


하여 오늘처럼 자연의 정취에 빠져

자연을 닮고픈 마음을 잠시나마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그러니 내리는 비도 좋고

불어오는 찬바람도 좋고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도 다 좋다.


거기다가 이처럼 운치있는 길이

이어지니 포장길을 올라야 한다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거기다가 올라갈수록

단풍의 색감은 어찌나 곱던지.


소박한 마음을 가지면

세상 모든 만물이 다 정겹다.

마음을 비우면 그 빈공간을

채우는 것은 이러한 풍경이 아닐까.


문득 길은 나무를 닮았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나뭇가지는 성장의 끝이자 시작이듯

길 또한 하나의 길이 끝나면

그 길은 또 다른 길의 시작이 되는 것처럼.


주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인지

크게 힘들지 않게 임도길을 벗어난다.


단풍숲 터널로 이루어진 길의 운치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동이 밀려온다.

이런 길은 한걸음 한걸음 아껴서

걷고픈 마음이 저절로 들고.


쉼터에서 점심을 하고

이제 가탄마을을 향해

지리산 둘레길을 이어간다.


내려가는 길은 앞서 걸었던 길과

대비가 될 정도로 소박하고 한적하다.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니

단풍의 색감은 더욱 진하고.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에 평화가 스며든다.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고

행복한 풍경만을 선사하는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내려가는 길에 운치있는

"하늘호수차밭" 카페가 있어

차 한잔하는데 주변 정취가 참 좋다.


지친 발걸음을 쉬는 쉼터가 되고

거기다가 마음까지 평온하게 해주는

풍경이 여기저기 즐비하다.


마치 꿈속과 같은 세상에

잠시 머물고 있다고 할까.


설령 꿈이라고 해도 좋다.

어차피 이 세상도 그저

한여름밤의 꿈일테니...


잠시 쉬었던 길을

다시 이어 걷는다.

길을 걷는 것은 자유 의지이기에

언제나 설레이고 즐겁다.


그나저나 이처럼 좋은 시골 마을이

하나둘씩 사라지는지 참 안타깝다.


아이들조차 사업의 대상으로 보는

추한 욕망의 이야기말고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고운 황금(?)을 하나만 따볼까 하는

소박한 욕심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는 것일까.


가탄마을 쪽으로 다가서니

녹차밭의 풍경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은 길에 어떤 멋진

녹차밭의 풍광을 만날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기대한 것처럼 숲길을 빠져나가자

멋진 정금차밭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쌍계사에서 불일폭포로 가는 주변에

녹차밭이 많은데

이곳에도 장대한 녹차밭이 펼쳐진다.


그나저나 온나라가 커피의 광풍에 휩싸여

미래에는 녹차도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커피의 향과 맛이 자극적이라면

녹차는 은은하고 깊이가 있는데..


이제 남은 걸음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길가의 풍경은 여전히 풍성하고 아름답다.


아쉽지만 화개초등학교에 도착해서

지리산 둘레길을 마무리한다.


비록 비가 내린 궂은 날이었지만

길은 곱고 단풍의 색감은 더욱 진했다.

길은 좋거나 나쁜 길이 나눠지는 것은 아니고

그저 길을 걷는 시간 내내 행복만 있을뿐이다.

오늘 마무리한 길이 다음번에는

또 다른 길의 시작이 되기에

설레임으로 새로운 길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