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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속리산 천왕봉길 - 장각폭포에서 천왕봉 정상을 오르다.

by 마음풍경 2020. 1. 6.



속리산 천왕봉길



장각폭포 주차장 ~ 칠층석탑 ~ 천왕봉(1,058m) ~

신신대 ~ 경업대 ~ 세조길 ~ 법주사 ~ 일주문

(약 15km, 6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 포함)




2020년 새해의 첫 발걸음으로

 속리산 정상인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장각폭포 주차장에 도착한다.


금란정과 노송이 어우러지는

장각폭포의 겨울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올 겨울은 그다지 춥지않지만

이곳은 겨울 정취가 물씬하고.


흘러내린 물과 얼어버린

얼음의 경게가 마치 하트처럼 보인다.


또한 이곳은 천왕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지만

상주 용유구곡 트레킹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폭포 구경도 하고 이제

속리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용유천을 따라 장각동으로 향한다.


날이 포근해서일까.

겨울보다는 늦가을의 쓸쓸함만 가득하고.


마을길 위로 우뚝하게 서있는

보물 683호인

상오리 칠층석탑도 만나본다.


마을 언덕위에 덩그렇게 서있는

석탑의 모습이 왠지 외로워 보인다.


물론 자연은 화려한 계절도 좋지만

소박하고 쓸쓸한 계절도

또 다른 매력이 되고.


흐린 하늘 사이로

푸른 하늘도 잠시 보여준다.


마을을 지나자 장각동에서 천왕봉 정상까지

4.3km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작년 첫 산행도 한밭토요산악회와 함께

눈내리는 남덕유산을 올랐는데

올해도 같은 인연들과 함께 한다.

(남덕유산 설경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617)


장각동에서 정상을 오르는 코스는

그리 큰 볼거리는 없지만

푸른 하늘아래 펼쳐지는

정상 조망을 상상하며 걷는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마치 봄이 오는 듯 싱그럽고.


낙엽이 쌓인 숲길은

사각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그래도 잔설이 남아있는 풍경에서

겨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예전에는 어느 계절의 산이

가장 좋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겨울산을 뽑았는데

이제는 각각의 매력이 좋아

어느 계절이나 다 좋다고 말할 것이다.


일부 된비알을 올라서니

속리산의 멋진 주능선이 펼쳐지는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소박한 눈 풍경이 반겨주고.


장각폭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문장대와 그너머 관음봉도

가깝게 다가선다.


흐린 하늘 사이로 펼쳐지는

산그리메가 참 아스라하고.


능선너머 오래전 여름비를

흠뻑 맞았던 도장산도 반갑다.

(상주 도장산 계곡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31)


차가운 바람이 부는 정상이지만

주변의 풍광이 좋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가야할 길이 있기에

정상의 빛내림을 뒤로하고

문장대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앙상한 나뭇가지의 소박함이

겨울 산행의 또다른 매력이 된다.


화려한 계절이면 눈에 보이지 않을

자연의 모습도 선명하고.


나무는 어쩌면 바람이 그리워서

이처럼 바람의 길을 만든 것은 아닐지.


오늘 하늘은 참 짓궃다.

잔뜩 흐리다가도 갑자기 푸른 모습을 보여주니..


그나저나 이 석문을 지나 갔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어느새 만 12년이 넘게 흘렀네.

(속리산 봄꽃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0057434)


비록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익숙한 모습인 비로봉 풍경도 여전히 아름답다.


등뒤로는 천왕봉의 모습이

어느새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물개모습의 바위도

변함없이 여전하다.


어쩌면 자연을 무척 좋아하는 이유가

이처럼 늘 변함없는 모습이 아닐지.


걸어가는 산길 사이로

기기묘묘한 바위 풍경에

어떤 모습일까 상상도 해보고.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는

반가운 친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물론 눈이 조금 더 쌓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산길을 묵묵히 걷다보면

때론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산길을 걷는 순간은

온전히 자신의 순수의지로

걸어야 하기 때문일게다.


그래서인지 도시에서는 반갑지 않은

사람과의 스침도 이곳에서는

고마운 만남이 되고.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잠시나마 눈길을 걷는 기쁨도 준다.



늘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고 걷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그런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어느새 입석대가 가깝고.



입석대를 지나자

신선대도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 이곳에서 문장대로 향하지 않고

경업대로 하산을 시작한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찾은 것도

눈내리던 겨울이었는데.

(속리산 문장대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95)


가파른 길을 내려서자

입석대 주변 풍경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는

사람도 저절로 멋진 풍경이 되고.


당초 단풍이 물든 가을에 오고싶었는데

또다시 겨울에 찾게 되었다.


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를 멀리 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으나

속세는 산을 떠나는구나"



경업대 조망처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속리산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또한 역설적으로 속세를 떠나

산으로 가고픈 마음이기도 하고.


가파른 길을 내려서자

너무나 포근한 숲길이 이어진다.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들이 무사하기를 빈다.

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든지 불행이 되든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란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기를 바란다.



죽을 생각 하면 아직은 두렵다.

죽으면 우리들의 사랑이나 열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 받은 일이다.



문득 생각이 나는

김훈 작가의 글을 찾아

다시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상고암 삼거리를 지난다.


그리고 고풍스러운 운치가 있는

비로산장도 지나고.



편안한 길에서는 마음도 몸도

다 내려놓고 걷는 시간이 된다.


"슬픔이 슬픔을

눈물이 눈물을

아픔이 아픔을

안아줄수 있는"



흘러간 옛노래 가사처럼

자연은 조용히 안아준다.


그러한 자연의 힘으로 우리 또한

사랑이라는 진정성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사랑이긴 하지만..


이제 세심정을 지나

속리산 세조길로 접어든다.


과거에는 법주사까지 차도를 따라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아주 근사한 숲길이 생겼다.


이처럼 아늑하고 행복해지는

숲길을 걷다보니 다가오는

봄이나 혹은 가을에 다시 찾아야할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된다.


변함없는 자연이 있어 고맙고

아직 살아있고 느낄 수 있어 늘 감사하다.


법주사 일주문을 지나며

2020년 첫 산행을 행복하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새해의 시작점에서

속리(俗離)의 뜻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올 한해 좀 더 알차게 살고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