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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부안 내변산 월명암길 - 초겨울의 한적한 산행

by 마음풍경 2019. 12. 8.



내변산(內邊山)



전북 부안군 변산면


남여치 ~ 월명암 ~ 직소폭포 ~

관음봉 삼거리 ~ 내소사 일주문

(약 9km, 5시간 소요, 식사 및 휴식 포함)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유일한 반도공원으로

채석강이 특징인 외변산과 내소사를 둘러싼

기암 봉우리로 이루어진 내변산으로 구분하며

오늘은 남여치에서 시작하는 내변산 코스를 걷는다.


날이 추워서인지

초겨울의 하늘은 참 맑다.


아직 눈이 쌓이지 않은

초겨울 산행의 묘미는

말라버린 낙엽을 밟으며

삶의 쓸쓸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지난 새벽 눈이 왔는지

그늘진 곳에는 눈의 흔적이 있고.


월명암을 향하는 길은

한적하고 편안하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가을의 흔적도 애틋하다.


조금씩 스러지는 것이 삶이라면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것은

겨울 내내 품고 있는 희망이리라.


오늘은 오랜만에 찾은

산악회분들과 걷는 시간이다.


월명암 근처에 오자

법구경의 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살아있음은 행복이자

고마운 축복이겠지.


이처럼 살아있기에 오늘도 두발로

포근한 숲길도 걸을 수 있고.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시원한 하늘 풍경도 만난다.


대냐무 숲길을 따라 월명암에 도착한다.

겨울이지만 햇살이 참 포근하고.


그나저나 월명암을 찾은지도

10년이 훨씬 지나서인지

어찌 변했을지 궁긍하기도 하다.



과거에는 작은 암자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대웅전도 있고 암자라기보다는

일반 사찰에 가깝게 변했다.


물론 암자 앞으로 펼쳐지는

의상봉과 쇠뿔바위봉의 조망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


대웅전 앞마당에 떨어져있는

노란 모과가 수북하다.


이 풍경을 보고있노라니

왠지 내 삶의 모습이 투영이 되는 느낌이다.


비록 암자의 규모는 커졌지만

평화로운 정취는 그대로이고.


이제 평화로운 길을 따라

직소폭포로 향한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간

숲길은 외롭지 않을까.

그 외로운 길로

발걸음을 이어 걷는다.


월명암 능선을 휘도니

봉래곡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내변산의 특징인

멋진 기암 봉우리도 마주한다.


쓸쓸한 회색빛 세상이지만

담백한 풍경도 때론 매력적이고.


한없이 아늑하기만한 숲길을

걷는 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 된다.


내변산 주변 봉우리를 찾은 것도

십여차례나 되니

이제는 반가운 친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사계절 아무 때나 찾아도

늘 새롭고 반갑기만 하다.


자연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 되지 않을까..


과거에는 직소폭포를 마주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혼미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마주할 수 있는

친숙한 풍경이다.

(변산 봉래구곡 단풍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36)



당신이 앞서 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한걸음 뒤에 있겠습니다.


당신이 높이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한계단 아래 있겠습니다.



앞에 가던 당신이

나의 손을 잡고

높이 있던 당신이

나를 이끌 때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날이 있으리라

그러한 때가 오리라.


나는 한걸음 뒤에 있겠습니다.

나는 한계단 아래에 있겠습니다.


<뒤 아래 서기 - 문두근>



운치있는 직소폭포를 지나

발걸음은 관음봉으로 향한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지난 것이

2013년이니 벌써 6년이 훌쩍 지났다.

(내변산 세봉능선 조망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03)


그때는 오늘 걷는 길과

반대로 되돌아 내려서는 길이었고.


그래서인지 주변 풍경이

편하게 바라보인다.


자연은 낯설기도 하지만

때론 익숙하기도 하다.


해서인지 바다너머

선운산이 있는 고창 땅도

반갑게 다가오고.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몰의 모습은

무척이나 황홀하겠지.


내륙으로 고개를 돌리니

관음봉이 성큼 눈앞에 펼쳐진다.


멀리 의상봉의 모습도

아늑하기만 하고.


또한 발아래로는 마을의 모습도

아스라하게 다가선다.


오늘 이시간 이곳에서는

사람이 자연스레 풍경이 되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오늘은 관음봉과 세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내소사로 내려선다.

그냥 예전에 다녀온 추억만 생각해보고.

(내변산 내소사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81)


아담한 내소사 경내도

발아래 가깝다.


마지막 하산길을 따라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마무리한다.



사계절 늘 푸르른

전나무숲은 언제 걸어도 참 좋다.


이미 겨울의 초입에 와있지만

아직 가을의 정취는 남아있고.


참 오랜만에 찾아본 월명암이지만

옛추억과 함께 새로운 추억도 만들어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세월은 쌓여갈수록 쓸쓸하지만

겹겹이 쌓여가는 자연과의 추억은

늘 힘이 되고 행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