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참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토요일 하루가 되었다.
덕유산 종주를 취소하고
내일은 산악회따라
정선에 있는 두위봉을
갈까 생각했으나
강원도 지역은 내일 낮까지
비가 온다고 하고
명색에 내 생일인데
그냥 집에서 푹 쉬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물론 덕유산 종주를 하면서
무룡산 일출과 향적봉에서 맞는
생일도 좋을뻔 했는데..
아직은 덕유산과 인연이 아닌지
굳이 무리하고뿐 생각은 없다.
요즘은 모든게 조금씩 무더져 간다.
감각도 생각도..
때론 그런 적당함이 나쁘지 않다.
악착스럽게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죽기 살기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에 가야할 고집도 버리고 싶다.
'적당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것이나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것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그러한 적당한 상황 속에서
은근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도
은근함이나 미지근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 역시 격렬하거나
뜨거운 것만을 사랑이고
믿음이라고 여겨온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도 사랑에 대해 회의하고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건
내 마음이 이미 삭막한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방황하고 있는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느 한계가 불분명한 것이
사랑인지도 모른 다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헤르만 헤세가
<크놀프>에서 한 말은 나에 대한
경종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사람 사이에는 늘 심연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임시로 놓인 다리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다리를 건널 수 있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낮게 깔린
짙은 회색빛 구름을 보며
그 아래로 아른거리는 산 그림자가
차라리 다정하게 다가온다.
[2005년 5월 순천 조계산 산행시 비오는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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