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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무주 적상산 안국사 사찰길 - 서창에서 안렴대를 이어걷다.

by 마음풍경 2007. 9. 2.

 

 

무주 적상산 안국사 사찰길

 

 

무주 서창향토박물관 입구 주차장 ~ 장도바위 ~

적상산성 ~ 안렴대 ~ 안국사 ~ 서문 ~ 주차장

 

 

8월을 온통 비로 보내고 나니 이번 9월은 화창한 가을 하늘만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9월 첫날부터 비가 오네요.

 그래도 덕유산은 넉넉한 산인지라 비가 와도 산행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지요.

그러나 안성 입구에 도착하니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려

무주구천동 산책이나 하려고 삼공리로 가니 이제는 출입통제이고

무주리조트 리프트타고 향적봉 정상이나 가보려고 했으나

운행을 하지 않아 아침부터 뱅글 뱅글 도는 시간입니다. ㅎㅎ

 그래서 마지막 히든 카드로 근처에 있는 적상산으로 향합니다.

 서창 주차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비는 내리고

그래도 어서 오라는듯 적상산은 그 모습을 구름속에 보여줍니다.

 

이곳 서창에서 적상산 산행한지도 꽤 오래 된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없던 향토 박물관 건물도 들어서 있으니요.

 

고인 물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왠지 정겹습니다.

우산을 들고 가만히 빗방울의 흐름을 봅니다.

 

적상산은 붉을 적(赤)에 치마 상(裳)이라고 해서

가을 단풍 계절이면 붉은 치마를 두른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다가오지요.

 

가을비를 가득 머금은 이 단풍잎도 머지않아 붉게 물들겠지요.

 

비가 너무 많이 오니 나중에 이 다리를 다시 건너올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ㅎㅎ

 

그래도 비가 오니 좋은 점도 있네요.

작은 계곡인데 물 흐름의 풍경들이 장난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여러 산행중 이처럼 우중 산행의 묘미도 있지요.

시야가 단순해지므로 생각도 단순해지고 가벼워진다는것..

 

미끄러울까 조심 조심 땅만 보고 걷는다는것..

하여 비와 친구하며 산길을 차분히 걸을 수 있다는것..

 

때론 이처럼 멋진 풍경도 만날 수 있다는것.. 

 

이곳 조망바위에서 단풍의 풍경을 보면 정말 화려한데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지요.

 

때론 얼굴을 간지럽히는 비바람과 친구 하기도 하고

작은 돌탑을 만나 작은 소망 하나를 꿈꿔보기도 합니다.

 

잠시 산길에서 벗어나 거대한 바위 아래서 비를 피해보기도 합니다.

불어오는 바람과 흩날리는 비의 조화로움을 바라봅니다.

 

이 나무의 모습처럼 사람도 이처럼 멋지게 포옹할 수 있을까요. ㅎㅎ

저에겐 멋진 포옹처럼 보입니다.

 

최영 장군의 전설이 남아있는 장도바위에 도착했습니다.

바위의 형상을 보니 문득 김유신의 전설이 있는 경주 단석산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보면 옛날분들은 허풍도 심하지요.  하지만 그 느낌이 귀엽다고나 할까요. ㅎㅎ

 

장도바위 사이로 지나가봅니다.

무언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과 같고요.

 

비가 많이 오긴 온것 같습니다.

군데 군데가 온통 폭포가 되고 계곡이 되었네요.

 

능선에 올라서니 제법 바람이 거세집니다.

이렇게 줄기가 휘어져 있는 나무의 사연은 무얼까 생각해봅니다.

 

벌써 설익은 단풍 잎처럼 비에 젖은 낙옆을 봅니다.

왠지 스산한 바람과 함께 쓸쓸함이 스며옵니다.

인생의 마지막엔 어떤 모습이 있을까..

 

정상 능선에는 산성의 흔적들이 많지요.

 

안렴대에서 덕유산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안고싶어서

향로봉을 포기하고 안렴대로 향합니다.

고인 물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너무나 아름다워

조심 조심 옆으로 우회하며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안렴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참 시원하고 멋진데 오늘은 그 풍경을 보기가 어려울것 같네요.

 

그래도 산능선 너머로 넘어가는 구름의 움직임이 참 좋습니다.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가슴이 시원해 지고요.

 

발아래 마을의 모습도 조금 보였다가 다시 사라지네요.

 

세차게 부는 바람처럼 주변의 풍경도 너무나 빠르게 변합니다.

모두가 떠난 이곳에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를 들어봅니다.

덕유산 능선의 조망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산에 피는 꽃들은 비가 올때 가장 아름답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빗물덕분 이겠지요. ㅎㅎ

 

산도 흘러가고 바람도 흘러가고 풀도 흘러가고 마음도 흘러갑니다.

 

되돌아오는 길에 안국사에 들렸습니다.

해우소 처마에 서서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연주를 듣습니다.

 

담쟁이들의 푸르름에서 께끗한 영혼을 보는 듯 합니다.

 

비오는 산사의 차분함과 한적함이 좋더군요.

 

단풍이 물들어가는 계절에 다시 한번 조용히 와보고 싶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비가오는 시간이면 더더욱 좋겠지요.

 

이 한적함과 고요함을 몽땅 내 혼자 가진것 같아 부자가 된 기분이네요.

 

뒤돌아 보니 풍경 소리가 선명하게 내 귀에 들리네요.

비소리가 더욱 클텐데 이상하지요.

 

구름 안개속에 잠자는듯 조용한 산사의 시간은 짧았지만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넉넉해지네요.

 

이곳은 산(山) 맞지요. ㅎㅎ

혹시나 이 표석이 있기에 산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되네요.

굳이 산이라고 말하는걸 보니..

 

비에 몸은 젖었지만 하산의 차분함이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오늘 산행의 보너스같은 계곡의 풍경입니다. 

 

계곡으로 내려서서 그 소리를 한참 듣습니다.

번잡스럽기도 하지만 규칙성이 있는 자연의 소리를

 

올라올때 장도바위를 지나오느라 오지못햇던 서문이네요.

 

 여기에 남겨진 작은 소망 하나 하나가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오를때는 작은 폭포였는데 이제는 거대한 모습으로 변했네요.

 

물의 흐름은 참 편안합니다.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르는..

 

이 물이 흘러 강을 이루고 또 바다가 되겠지요.

 

산행중에서 같은 길을 되돌아 오는 원점회귀 산행은 지겨울것도 같은데

오름과 내림의 느낌은 무척이나 다르지요.

 

이제 산행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한번 꼭 와야 겠습니다.

 

그때쯤이면 이 밤송이도 누렇게 여물겠지요.

그 시간이 설레입니다.

 

조정권 시인은 비를 바라보는 마음의 형태를  일곱가지라고 이야기 했지요. 

오늘 비오는 적상산 산행에서의 느낌은 어떠했을까요.

그 일곱가지 사연중에 내 마음에 딱 와닿는 구절이 있네요.

 

지나가는 바람에게 마음을 주고 싶다.

형태없는 가을에,

내 손에 와 닿는 것들은 순한 물이 되어 고인다.

나의 틀은 좁은 마당에서도 알맞다.
친근한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싶다.

오래오래 헤매고 싶다.

형태없는 가을에 사면이 하얗게 칠해진 마당에서

나는 순한 물이 되어 고인다.

당신의 살 위에 내 살을 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