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비가 참 많은 계절입니다.
새벽에 잠시 다녀가는 손님처럼 내렸다가
아침이면 흔적만을 남겨놓는 경우가 많았지요.
오늘 새벽에도 비가 내리기에
빗소리에 잠을 꺴습니다.
어릴적에는 처마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장가 소리였는데
삭막한 아파트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소음처럼 느껴져서인가 봅니다.
우두커니 비내리는 어둔 창밖을 바라보며
내가 왜 새벽에 깨어 숨쉬고
있는 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사람이라는 것..
며칠전 신문에서 읽은 글귀가
이후 내내 머리속을 맴돕니다.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하지만 상처가 힘들고 두려워
그 속으로 한걸음 내딛기가 어렵다는것..
마치 어릴적 무언가에 놀라 두려웠던 생채기처럼..
남은 인생이 살아온 인생보다 짧은 터이긴 하나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때론 내내 막막합니다.
옻나무는 자신의 상처에서 토해낸 사랑의 체액으로
다른 존재에 덧칠되어
수백 혹은 수천 년 광택을 발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옻나무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원형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처를 통해 흘러나온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면서
우리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체액을 퍼내 주어도 옻나무의 뿌리로부터
새로운 체액이 다시 공급되듯이
우리가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사랑할 힘은 나보다 더 큰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흘러나온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가슴에 밀물져오는 사랑의 신호를 거절하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타자와
소통하는 문을 모두 닫아 버릴 때,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삶으로부터의
단절이요, 사랑의 그믐인 것이다.
[계룡산 동학사 입구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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