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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 길 ①] 첫 동네 올레길 우성이산

by 마음풍경 2008. 11. 23.

 

[내가 사는 동네 올레 길 ①] 첫 동네 올레길 우성이산

 

 

 2008. 11.23(일)

 

 

올레란 제주도 방언으로 거리에서 집 대문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지리산길을 비롯해서 제주 올레 길 등

크고 작은 트레킹 길이 생겨나고 있지요.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그런 멋진 길들이 멀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나만의 길이 있고

내가 언제든 편하게 걷고픈 골목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이라 이름 붙여봅니다. ㅎㅎ

 

그리고 첫번째로 우성이산까지의 길을 걸어봅니다.

대략 9km정도의 그리 짧지 않은 길이지요.

 

동네 길과 작은 동네 산을 가는 길이라 복장도 간편하지요.

집을 나서는 길에 거울 보고 한장 찍어봅니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낙엽이 되어버린 단풍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네요.

 

아파트 작은 길 입구에서 나만의 올레 길은 시작이 됩니다.

물론 아파트 생활에서 과거의 정겨운 골목길을 찾기란 어렵지요.

그래도 내가 항상 걷는 친근한 길인지라 골목길이라 칭해봅니다.

  

저녁밥을 먹고 밤마다 산책 코스로 이용하는 연구단지 운동장도 지납니다.

 

화학연구소 앞의 작은 천도 지나고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의 바람개비가 오늘은 바람이 없어 쉬고 있네요.

 

작은 골목길은 아니지만 연구단지내의 길들은 조용하고 호젓합니다.

 

늦가을의 느낌이 물씬 배여옵니다.

 

땅에 떨어진 마른 잎들이 참 포근하게 보입니다.

 

낙엽을 밟으며 서걱거리는 길을 걷습니다.

 

지난 몇일 동안 날이 무척 추웠는데

오늘은 아주 포근한 햇살이 비추는 가을이네요.

 

ㅎㅎ 멀리 가야만 멋진 풍경이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소중하게 바라볼 시선들은 언제나 존재하지요.

 

애고 제가 다니는 연구소도 몰래 지나갑니다.

마치 근무하지 않고 땡땡이 치는 느낌이 드는것은 왜일까요.ㅎㅎ

여하튼 이곳이니 대략 2km를 왔습니다.

 

과학재단 앞 약수터인데 가물어서인지 이곳에도 물이 나오지 않는것 같습니다.

 

이제 표준연구원으로 접어들자 우성이산 능선이 바라보입니다.

 

주변이 노란 은행 잎으로 가득합니다.

 

 참 아름다운 울 동네 올레길이지요. ㅎ

 

땅에 떨어진 잎들이 스러지는 낙엽이 아니라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 드네요.

 

대덕초등학교 앞에 도착합니다.

이곳 주변은 인현왕후와 명성왕후 등 여러 왕비를 탄생시킨 여흥 민씨 일가의 사적지가 많습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예쁜 카페도 있고요.

 

대덕고를 지나 대덕 터널 옆 등산로 입구에 도착합니다.

산책을 시작한지 약 50여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주말이면 멀리만 산행을 하다보니 참 오랜만에 이곳을 오게됩니다.

과거에는 자주 가벼운 산행을 했던 곳인데..

 

동네 산길이라 참 한적하지요.

 

과거에는 이정표가 전혀 없었는데 이제는 화봉산과 우성이산 도룡정 가는 길 표시가 잘 되어 있네요.

 

흐린 하루 일줄 알았는데 늦가을 하늘이 참 곱습니다.

 

진하지는 않지만 왠지 은은한 느낌이 드네요.

 

10여분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화봉산과 도룡정 갈림길 능선에 도착합니다. 

산행을 길게 이어가려면 화봉산을 거쳐 전민동까지 왕복을 해도 좋지요.

 

 ㅎㅎ 대덕초 전용 체력단련 코스인가 봅니다.

 

능선 나무사이로 아파트들도 보이고요.

 

편한 길을 조금 걸으니 도룡정 입구에 도착합니다.

ㅎㅎ 정말 저학년 코스입니다.

 

 

과거에 비가 오는 날 이곳 도룡정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곳도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떠올려봅니다.

 

정자에 올라 남쪽 둔산 지역을 조망해 봅니다.

 

엑스포 공원도 보이고 KBS 건물도 보이고요.

 

한빛탑도 소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모든 건물들이 회색빛 세상에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유유히 흐르는 갑천도 그 속에 머물고 있고요.

 

정자에 비추는 햇살도 따사롭더군요.

 

도룡정을 내려섭니다.

 

쌍룡빌라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데 제가 사는 아파트도 보이고

그 뒤로 노은지구 아파트도 바라보입니다.

저 멀리 갑하산과 우산봉 능선은 회색에 가려 희미하기만 합니다.

 

산길을 내려서는데 누군가 설치해 놓은 글과 그림에 시선이 갑니다.

 

내려서면서 쭈욱 읽어보네요.

 

 

 

 

Deep and Silent Sea 라는 제목의 나나 무스끄리 노래가 생각나네요.

 

 

아직은 스러지지 않은 고운 억새도 만납니다.

 

 

나무에 걸린 글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찾으며 내려서니 벌써 다 내려온것 같네요.

꿈돌이 동산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가 지척입니다.

 

이곳 능선길에서 바라보니 대전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도시에 온 느낌이 듭니다.

 

 

이제 이곳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쌍용빌라 방향이지요.

 

어떤 사적인지 궁금하더군요.

 

여하튼 가벼운 산행도 마무리하고 벌써 12시가 되었습니다. 

이곳이 우성이산으로 향하는 쌍용빌라 앞 입구 모습입니다.

 

도룡동 동네의 늦가을 정취도 참 좋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근데 하늘이 정말 깨끗해졌네요.

 

 자꾸만 그 하늘이 너무나 고와서 옆 하늘로 마음이 갑니다.

 

이번에는 연구소 정문 길을 건너가네요.

내일이면 다시 바쁜 삶이라는 일상이 시작되는 곳...

 

주변 나무와 하늘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주변 풍경도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겨울에 눈이 오면 더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 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 였던 것

제 몸의 전부 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산다

                    - 도종환 시인의 단풍드는날 중에서 -

 

 

작은 동네 천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들의 모습도 참 여유롭습니다.

 

오리가 여유로우니 사람인들 여유롭지 않겠습니까.

 

연구단지 체육공원도 한가로운 늦가을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지요.

 

내가 사는 동네라서 일까요.

모든게 친근하고 사물들이 정겨운 이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약 2시간 30분의 동네 올레길 산책이었고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박한 작은 길이지만 내가 걸어봄으로 의미가 되고

소중한 올레길의 인연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