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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 길 ④] 우성이산과 갑천길

by 마음풍경 2009. 2. 28.

2009. 2. 28(토)

 

올해는 시간이 더딘것 같아

지겹기도 했는데

벌써 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겨울의 아쉬움과 봄의 설레임이

교차하는 시간이고요. 

 

오늘도 동네 올레길을 떠납니다.  

 

길가에 앉아 포스터를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바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왠지 봄이 올것 같은

포근한 느낌입니다.

 

이 작은 개천을 바라보며

4계절을 보냈네요.

 

화학연구소 담장에는

봄이 오고 있네요.

 

영춘화가 노란 얼굴을

활짝 피고 있습니다.

 

영춘화를 개나리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개나리가 피기에는

빠른 시간이고요.

 

저도 초봄에 피는 노란꽃을

개나리로 안 적이 있었지요.

 

봄을 기다리는 꽃이

담장에 가득합니다.

 

한 겨울을 지낸 억새도

이젠 푸석한 몸이 되었네요.

 

떨어지지 않은 마른잎들도

이제 봄의 새잎에게

나무가지를 양보해야겠네요.

 

누런 잔디에도 초록 새싹이

나기 시작합니다.

 

봄은 조용히 살금 살금

오고 있네요.

 

우성이산으로 해서

대전 MBC까지 가서

갑천으로 되돌아 오는

동네올레길인지라

도룡동 쌍용빌라에서 

우성이산의 도룡정으로 오릅니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지난번에 이길로 내려왔는데

오늘은 오르면서 이 풍경을 바라봅니다.

 

놀이공원을 생각하면 왠지 아스라한

어릴적 추억이 생각납니다. 

 

부모님 손잡고 갔던 동물원도..

 

스마트 시티도 공사가 끝나서

그 모습을 온전히 보여줍니다.

 

이 길도 동네사람들의 산책길이라

이정표도 잘되어 있네요.

 

그나저나 우리나라 사람처럼

산을 좋아하는 국민이 있을까요. 

 

이처럼 소박한 작은 산이라도

가까이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

 

바쁘게 살다보면 휴식의

소중한 의미를 잊곤하지요.

 

하여 산길에서 만나는

빈 의자의 존재가 특별합니다.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의자에 앉아

오래동안 쉬어야 할 때가 오겠지요.

 

집에서 약 1시간이 걸려

도룡정에 도착합니다.

 

아스라한 느낌이지만

갑천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더군요.

 

주변 나무들도 봄을 준비하는

기대감이 가득하고요.

 

지난 가을의 화려함의 흔적 또한

연민으로 다가옵니다.

 

도룡정에서 대전MBC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능선을 내려가는거라

참 편하더군요.

 

군데 군데 조망도

시원하게 터져주고요.

 

 

이 산길은 처음 걷는거라 그런지

주변 풍광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계족산 봉황정도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요.

 

오른편으로 스마트 시티 건물이

계속 따라 오는 느낌입니다.

 

하여 이 거대한 건물들이

산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다보면 죽음을 잊고 살지요.

마치 영원히 살것처럼..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반원인 무덤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갑자기 길이 훤하게 트이네요.

과거에 산불이 나서인가 봅니다.

 

이 작은 능선에도

멋진 조망처가 있네요.

 

담번에 커피 한잔 준비해서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아지 한마리

순진하게 보이지요.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네요.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나는

사람들보다는 백배는 반갑습니다.

 

사람끼리의 만남도 이처럼

언제나 반가워야 할텐데...

 

이제 산길은 끝이 나고 다시

사람들의 세상으로 들어왔네요.

 

 

갑천 길로 내려섭니다.

 

세상사 어느것이 진실이고

또한 어느것이 허상일까요.

 

요즘 각박한 세상 인심처럼

강물도 말라버린걸까요..

 

물병자리인것 같지요.

 

1월21일 사이에서

2월 18일 사이에 때어난

물병자리의 행운숫자는 7이고

행운의 색은 보라색이라네요.

 

나는 무슨 자리인가???

찾아보니 저는 게자리네요.

 

 이제 갑천을 빠져나와

국립과학관쪽 길로 나섭니다.

 

노래도 흥얼거리며 마치

봄 기운에 취한것 처럼 걷습니다.

 

번잡하지 않은 한가로움이 좋아

동네 올레길을 걷습니다.

 

 이 길에도 머지않아

새하얀 벚꽃이 가득하겠지요.

 

그 설레임을 가슴에 담아봅니다.

 

개천의 오리들을 보니 

체리필터의 오리날다

노래가 떠올라

중얼거려봅니다.

 

"깊은 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거야.

날아올라"

 

길을 걸으며 봄의 깊이를

기다려 봅니다.

 

그 풍경을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봄이 오면 또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오겠지만

오늘은 봄만 설레여 집니다.

 

봄 바람이 난건 아닌지.. 

 

 봄을 맞는 시간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보니

계절의 차이가 무언지요.

 

무언가를 기다리는 막연함보다는

지금 현재의 이 시간이

중요하다 생각해봅니다.

 

현재의 느낌이..

 

그런 저런 생각으로

3시간의 짧지만은 않았던

동네 올레길을 마무리합니다.

 

어느 한가한 날

아니 결코 한가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숲을 걸어야 한다

 

어느 바람 부는 날,

때죽나무 하얀 꽃그늘에 앉아

내안에 가두었던 사람들도

훨훨 날려 보내고

그렇게 그리움의 허물도 벗고

숲의 적막을 나는

흰점나비 한 마리 따라가며

두려움도 없이 길을 잃어야 한다

 

그리하여 능선의

늙은 주목나무를 만나

한 가닥 회한도 없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어린 고라니 새끼와 눈도 마주치며

다시금 사랑을 할 수 있으리

이렇듯 화려한 저자거리에서도

늘 숲을 걸을 수 있으리

 

- 박두규 시인의 늘 숲을 걷고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