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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봄을 맞는 기분으로 걸어본 대전둘레 산길잇기 2구간

by 마음풍경 2009. 2. 8.


금동고개에서 만인산까지 2구간

 

지난달에 설을 보내고 나니

2009년 한해도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2월을 여는 첫번째 주말을 대둘산행으로 시작을 합니다.

또한 이번달부터는 엑스포 남문이 아닌 시청역 앞이 만남의 장소가 되어

이곳을 오니 조금 낯설기도 하고 새로운 기분이네요.

 

 ㅎㅎ 시청역에서 택시를 타고 9시 30분 31번 차를 타기위해 서부터미널로 왔습니다.

주말에는 2시간마다 차가 다니기에 이 차를 놓치면 큰~~일 나지요. ㅎㅎ

 

어찌보면 가장 대전 시내에서 가기 힘든 곳중에 하나가 금동고개인것 같습니다.

금동고개의 벤치마크라고 볼수 있는 보호수에 줄이 쳐저있네요.

아마도 모레가 정월 대보름이라 미리 준비하는 걸까요.

 

장척동쪽 마을의 모습이 참 아늑해 보이지요.

 

그나저나 정말 포근한 날씨입니다.

겨울은 이제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걸까요.

그래서인지 옅은 안개가 자욱합니다.

 

오늘산행은 6시간 이상이 걸리는 제법 긴 거리지요.

하지만 낙엽을 밟고 가는 느낌이 좋아서인지

담담함으로 걷습니다.

 

어차피 흐린 날처럼 안개가 자욱하여 무채색의 풍경을 보게되고요. 

 

차라리 환한 모습보다는 때론 이런 단순함이 편할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둘레산길이 멋진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기에..

 

떡갈봉을 지나며 떡갈봉의 전설에 대한 설명서도 있더군요.

선녀와 나무꾼과 같은 이야기지요. ㅎㅎ

여하튼 만 2년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그사이 이정표 등 새로운 시설물들이 많이 보강이 된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둘 길중 하나입니다.

마치 나무들이 모두 나와 나를 마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죽은 나무에만 자라는 버섯의 모습에서

나무는 죽어서도 참 쓸모가 있는 존재인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들도 나무만큼만 자연에 도움이 되면 좋을텐데요.

 

오늘같이 주로 숲길을 걷는 시간에는 나무들과 더욱 가까워집니다.

 

특히 재미난 모양의 나무에는 더욱 시선이 가고요.

 

 오늘은 더더욱 재미난 모습의 나무들을 참 많이 만납니다.

 

깊은 산속의 숲길을 걷는 듯한 고요함.. 그리고 평온함

 

낙엽들의 서걱거리는 소리..

 

그속에 나도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드네요.

 

이런 풍경과 느낌들이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선물입니다.

 

크게 바라지도 않고 소박함속에 느끼는 작은 소중함들..

 

사람들은 말하지요.

산에 가서 마음의 무거움을 버리고 와야한다고요.

 

하지만 산이 무슨 마음의 쓰레기 처리장도 아니고요. ㅎㅎ

내 생각으로는 산에 갈 때는  

담백한 마음으로 비어있는 마음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산에서 만나는 좋은 느낌들을 마음에 가득 담을 수 있지요.

 

이 나무는 무슨 사연이 있어 이리 두 기둥이 나뉘어 꼬여있을까요.

참 이상하지요. 이 길을 몇번씩 지나갔건만 이런 풍경을 본적이 없는것 같으니요.

내 기억의 문제인지.. 아님 그때는 보지 못한건지..

여하튼 이 또한 인연으로 생각해 봅니다.

 

잠시 스치는 인간과 나무와의 인연도 이럴진데

사람과의 인연은 참 깊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고 헛되이 하지 말아야겟네요.

 

ㅎㅎ 하필 이나무는 왜 힘들게 바위에 뿌리를 내렸을까요.

사람들의 타고난 팔자만 어려운게 아닌가 봅니다.

 

오후가 되니 날이 조금씩 개이는 것 같습니다.

먹치고개를 내려서기 전에 DMB를 통해 김연아의 경기 장면을 잠시 길가에 쉬면서 보았습니다.

산 능선에서 봐서일까요.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곱더군요. ㅎ

 

먹치재에 내려서니 벌써 3시가 넘었네요.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서 산행 후 보려했던 워낭소리 영화는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합니다.

 

사람들의 모습도 때론 풍경의 일부가 되곤 하지요.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때가 있지요.

 

그리고 바로 오늘 산행의 종점인 만인산을 향해 다시 오릅니다.

 

아스라함이 가득한 산 능선을 바라보니

지리산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네요.

 

ㅎㅎ 하지만 만인산 정상이 가깝게 바라보입니다.

여하튼 능선으로 올라서서 걷는 만인산 능선길은 참 멋지지요.

 

 오늘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이곳까지 오는데 6시간 가까이 걸렸고요.

일반 산행으로 치면 정상에 오는데 6시간이 걸리는 산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바로 오르지 않고 저 먼곳에서 부터 휘돌아 오긴했으나.. ㅎㅎ

 

조망이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정상에서 주변 풍경도 잠시 바라보고요.

태실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조급하고 바쁜 인생 길에서도 잠시 쉬어가야 할 때가 있겠지요.

잠시 휴식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드디어 태실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태실의 모습이 참 아늑하게 바라보이네요.

 

물론 유격 훈련하듯이 이 다리를 건너야 오늘 산행이 마무리되는 거겠지요.

 

산행을 마치고 숲길을 걸어 만인산 입구로 내려서는데

만인루 정자 너머 해가 지고 있네요.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납니다.

 

"느리게 산 넘어가는 해처럼

서쪽으로 기울고 싶어진다"

 

 

저도 노을이 물드는 저 능선 너머로 기울고 싶어 지네요.

 

하루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해질때 입니다.

 

누군가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이 시간의 외로움이 깃든 적막함이 좋고

하루를 정리하는 평온함이 좋아서라고 말할뿐이고요.

 

이런 멋진 풍경과 느낌으로 오늘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하니

참 행복하네요.

 

이제 501번 버스를 타고 다시 도심의 새상으로 들어가야 하겠지요.

 

2구간 산행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