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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소백산 겨울 능선길 - 아들과 함께 걷는 길

by 마음풍경 2009. 2. 1.

 

소백산(1439.5m)

 

 삼가리 주차장 - 비로사 - 비로봉 - 국망봉 - 돼지바위 - 초암사 - 배점리 주차장

(약 17km, 6시간 30분 소요)

 

 오늘은 오랜만에 소백산을 찾습니다.

기억으로는 2006년에 철쭉 산행하러 간 이후 처음인것 같네요.

더우기 오늘은 아들과 둘이서만 하는 부자간 산행입니다.

 

대전에서 8시에 출발한 버스가 상주, 예천, 영주를 거쳐 10시 40분경에 산행 출발점에 도착합니다.

정말 도로가 좋아져서 과거에는 4시간씩 걸리던 곳인데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네요.

 

 산행초입부터 저너머로 소백산의 새하얀 능선이 신비감으로 다가옵니다.

 

 올 한해는 눈이 참 인색한 해인데 지난주에 눈이 와서인지

주 능선에는 새하얀 눈이 쌓여 있습니다.

 

비로사까지는 조금은 지루한 시멘트 도로입니다.

 

하지만 겨울 하늘이 깊고 푸르러 그런 하늘만 쳐다보고만 가도 좋네요.

 

30여분 산책 삼아 올라서니 비로봉과 이름이 같은 비로사앞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비로사는 신라 문무왕때 세워진 유서깊은 사찰이라고 합니다.

 

이곳 사찰 지붕너머로 비로봉이 바로 보이네요.

 

돌계단길도 왠지 정취가 깃들어 있고요.

 

본당은 소박한 풍경입니다.

 

본당 마당에서 새하얀 구름도 보이고 그 너머로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비로봉도 보입니다.

 

참 신기하지요. 주변 다른 곳에서는 비로봉이 잘 보이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막힘없이 바라보이니요.

그래서 비로사라고 이름 붙였나 보네요.

 

11시 30분경에 절을 돌아내려와 입구 삼거리에서 다시 산행길로 접어듭니다.

주차장에서는 1.8m를 왔고 비로봉까지는 3.7km가 남았습니다.

 

나무 사이로 잠깐씩 터지는 하늘은 겨울 소백산같지가 않네요.

마치 봄 어느 한철 느낌입니다.

 

하지만 길가 작은 계곡을 보면 한 겨울이 맞습니다.

 

이제 이곳부터는 사람의 발걸음만을 허락하는 시간이지요.

국립공원 지역인데 주변에 민박집이 있더군요.

 

눈은 녹아서 나무가지에는 없지만 땅에는 제법 많은 눈이 있습니다.

 

2006년 여름 태풍 산산에 의해 넘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나무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나무 기둥의 어느 부분이 약해서겠지요.

사람의 마음도 항상 강건한것 같지만 조그마한 나태에도 쉽게 허물어질 수 있음에 늘 조심해야 하는 교훈을 얻습니다.

 

 12시 10분경에 해발 천미터 쉼터를 지납니다.

이제 비로봉이 약 2km남았습니다.

 

아늘돔도 작년 12월 덕유산 산행을 하고 올들어 첫 산행인지라

숨이 가파집니다.

 

해발 천미터를 넘어서니 주변 능선이 시원해집니다.

부드러운 느낌의 연화봉도 보이고요.

저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죽령에서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도솔봉인가요.

 

비로봉도 시야에 가깝습니다.

 

정상 부근에는 나무가 없어 유독 하얗게 보입니다.

 

정상에는 바람이 심할것 같아 이곳에서 12시 40분부터 1시까지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비로봉을 향해 산행을 합니다.

 

지나는 길에 작은 추모비를 만납니다.

1985년에 주왕산 암벽 산행중 사망한 풍기 출신 산악인이라고 하네요.

잠시 마음속으로 묵념을 하고 지나갑니다.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눈은 더욱 많아집니다.

 

그리고 하늘이 열리고 바로 그곳에 비로봉 정상이 나옵니다.

 

마치 한라산 정상 부근을 오르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들도 식사후라 힘든가 보네요. ㅎㅎ

 

눈덮힌 산천에 빛내림도 있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입니다.

 

하늘, 구름, 바람, 그리고 산

모든게 조화로운 자연의 풍경입니다.

 

오늘 가야할 국망봉 능선길도 참 아늑하게 다가옵니다.

 

여하튼 한라산에 오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당초 겨울 소백산 하면 춥고 세찬 바람만을 생각했는데

오늘은 너무나 포근하고 좋은 시간입니다.

 

 하늘로 오르는 느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을 옮깁니다.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한눈에 펼쳐지고요. 

 

 

ㅎㅎ 계단을 벗어나 저 눈길로 걷고픈 생각이 들더군요.

 

여하튼 소백산에는 연화봉이 모두 3개입니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봉우리가 제1연화봉이고 그 다음이 주봉인 연화봉,

그리고 천체관측소지나 멀리 보이는 것이 제2연화봉이고요.

 

1시 30분경에 비로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곳도 여느 유명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사진 찍기 자리 싸움이 빠지지 않지요.

그래도 아들에게 추억의 흔적은 남겨줘야겠지요.

그나저나 아들도 이런 풍경이 익숙해서인지 자리 잡는데 잽쌈니다. ㅎㅎ

 

2006년 소백산 철쭉을 보기위해 천동리에서 저 능선을 타고 온 기억이 생생하네요.

 

겨울 소백산이 이처럼 바람도 없고 포근한 적은 처음입니다.

고생스럽지 않아 좋긴한데 지구 온난화에 의한 거라 생각하니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여기까지 5.5km를 왔고 이제 국망봉까지는 능선을 따라 3.1km를 가야합니다.

 

ㅎㅎ 소백산이 충북과 경북의 경계라 큰 정상석은 경북에서 세운건가 봅니다. 

역시 큰게 좋은가 봅니다. 그곳만 북적거리는걸보니 

 

그 뒤로 충북 정상석은 왠지 한적해 보이네요.

여하튼 저에게는 소백산은 왠지 충북의 산이라는 생각입니다. ㅎㅎ

 

산 전체가 거의 편안한 능선길로 이루어진 산은 소백산이 유일한것 같고요.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누군가는 소백산 능선이 마치 여인의 모습처럼 아름답다고 하는데

겨울에 바라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요.

 

철쭉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로 여유가 없어 보이는데

 

오늘은 제법 여유로운 모습들이네요.

 

봄철의 화사한 철쭉의 풍경도 좋고

이처럼 황량한 느낌의 여인의 자태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풍경도 좋습니다.

 

 

오늘은 사람의 모습도 자연과 하나된 모습입니다.

 

 

이곳 능선으로 얼마나 세찬 바람이 넘나들었을까요.

 

 다시 발걸음을 국망봉으로 향합니다.

 

눈에 덮인 산 능선을 걷는 느낌은 행복 그자체입니다.

 

 

더우기 이처럼 멋진 능선길을 걷는 기분을 무어라 표현할까요.

 

 

시원한 조망이 좋고 여유로운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바라보이는 국망봉까지 둥둥 떠가는 기분이네요.

 

어의곡으로 바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지납니다.

 

정말 여인의 아름다운 허리가 생각나는 그런 능선길입니다.

 

오늘은 하늘만 바라보며 걸어도 행복할 것 같네요.

 

 

 얼마나 매서운 바람이 지나갔을가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국망봉 능선으로 접어드니 자꾸만 시선이 뒤로 갑니다.

 

소백산 국망봉 능선은 유일하게 바위 풍경이 있는 지역입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시간에 색다른 재미까지 줍니다.

 

이곳 산길은 눈이 더욱 풍성하네요.

거의 봅슬레이 수준입니다.

 

이제 비로봉 능선도 멀어져 가지요.

 

 하늘은 여전히 매력적이고요.

 

물론 국망봉을 바라보며 걷는 능선 길은 황홀한 느낌입니다.

 

 

물론 멀어져 가는 비로봉 풍경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여하튼 앞으로 뒤로 고개를 돌리며 가려니 발걸음은 늦어지지요. ㅎ

 

벌써 2시가 넘어가네요.

 

근데 이상하지요. 등뒤 비로봉 하늘은 검은 구름인데

 

가는 길에 바라보이는 하늘은 푸르기만 하니요.

 

 

여하튼 회색빛 느낌의 풍경이 왠지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제법 가파른 눈길은 걷는 기분도 즐겁기만 합니다.

 

이제 국망봉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로봉쪽 풍경은 바위 풍경과 어울려 색다른 느낌이 주지요.

 

 

오늘도 풍성한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저에게는 돈보다 이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돈 욕심으로 사는 세상이긴 하지만

저에게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산과의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고요.

 

더욱이 그런 나를 이해하고 산을 함께 해주는 아들이 있어

더욱 행복하나 봅니다.

 

2시 50분경에 국망봉과 초암사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300미터 갔다와야 하는 국망봉이지만 안갈수는 없지요.

 

바위들이 솟아있는 모습이 소백산의 다른 봉우리와 조금은 다르지요.

 

그 봉우리위로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3시경에 국망봉(1420.8m)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4시간이 넘는 산행인데 전혀 피곤한 모습이 아니지요.

그저 편안한 얼굴 표정이네요.

 

건너편 버섯모양의 재미난 모습의 바위도 보입니다.

이 바위에는 상월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상월불각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소백산 신선봉 지나서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처름 세운 상월 원각스님이 이곳 바위에서

깨달음을 얻어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고요.

 

오늘은 눈꽃 풍경이 조금 아쉬운데 주변 작은 나무에서 조금이나마 그런 풍경을 보네요.

 

다시 되돌아갑니다.

 

비로봉의 능선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이상하게도 되돌아오는데 그 맑던 하늘이 갑자기 검게 변하네요.

눈도 조금 내리고요.

 

근데 앞 방향은 반대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요.

 

오늘은 지도상으로 가는 방향에 상관없이 발걸음 가는 방향만 맑은 하늘인가 봅니다. ㅎㅎ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비로봉의 넉넉한 풍경 긴 호흡으로 바라봅니다.

 

 하늘의 풍경마저도 멋진 선물인것 같습니다.

 

 3시 20분경에 초암사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릅니다.

10여분 내려서니 돼지바위를 만납니다.

 

 

정말 돼지의 웃고 있는 옆 모습처럼 보이네요.

 

그리고 다시 재미난 봉바위도 만납니다.

 

봉바위 바로 앞으로 너른터가 있는데 과거 석륜암이 있어서 석륜암터라고 불리고요.

 

바위에 있는 작은 소나무 한그루가 무척이나 이색적인 모습이지요.

 

과거 이곳에 암자가 있던 유일한 흔적인것 같습니다.

 

석륜암골을 내려서는데 드문 드문 하늘이 나무 사이로 보입니다.

 

계곡은 온통 얼음 세상이고요.

 

소복히 쌓인 눈이 만들어내는 모습도 정겹네요.

 

 

오늘도 참 소중한 자연의 선물을 가득 담아갑니다.

 

 

그저 고즈넉한 계곡 길의 하산이고요.

 

때론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포근한 낙엽 길도 걷습니다.

 

 저 차가운 물에 온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왠지 춥다기보다는 시원할것 같다는.. ㅎㅎ

 

이제 계곡 하산길이 끝나나봅니다.

 

4시 40분경에 초암사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또 3.4km를 더 가야합니다.

국망봉에서 부터면 하산길이 무려 8km입니다.

 

여하튼 조용한 산사의 느낌이 가득한 경내를 둘러보네요.

 

 

그리고 다시 죽계구곡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맑은데 골이 깊어서 일까요.

밤이 찾아오는 느낌입니다.

 

저기만 빠져나가면 오늘 산행이 마무리 될까요.

산행 마무리의 시멘트 길은 발을 무척이나 피곤하게 하지요.

 

ㅎㅎ 사과나무같던데 작은 가지에 이처럼 무거운 물건을 달아놓은 이유가 무얼까 궁금했습니다.

 

여하튼 3km의 지루한 길을 하늘 풍경만 보고 걷습니다.

 

 

참 멋진 자연의 모습이지요.

조화로운 행복한 느낌이고요.

 

다만 인간들의 세상만 힘들게 사는 것 같고요.

온통 금지라는 말뿐이네요. 쩝

 

휴 이제 1km남짓 남았습니다.

오늘 산행 거리가 16km가 넘고 산행 시간도 6시간이 훨씬 넘어 쉬운 산행은 아닌것 같네요.

 

초암사부터 이곳까지는 죽계구곡이라고 하는데

여름에 오면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ㅎㅎ 아들놈이 사과 여장군의 모습이 여자같지가 않다고 말하네요.

 

5시 20분경에 초암 주차장에 도착해서 6시간 30분의 긴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비로봉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오래만에 아들과 단둘이서 한 산행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부모의 둥지를 떠나 자신만의 둥지를 만들겠지만

아직은 나와 함께 해주는 아들이 고맙고 그런 행복이 있어 마음은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