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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신안 가거도 ① - 독실산과 항리마을

by 마음풍경 2009. 5. 3.

 

 

가거도(可居島)-(1)

 

- 독실산과 항리 마을 -

 

 

5월을 맞이하는 4월 마지막날 밤기차를 타고 멀리 가거도를 가기위해 떠납니다.  

목포항에서 아침 8시에 딱 한번 배가 가기에 참 오랜만에 밤기차를 타보았네요.

 사십 중후반 나이에 여행을 가기위해 밤 기차라 ㅎㅎ

여하튼 오늘 멀리 가거도까지 나를 실어다줄 쾌속선입니다.

일반 배로는 11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이 배는 약 4시간이면 가거도를 갑니다.

 

다만 일반 카페리에 비해 빠르기는 하나

운항중에는 밖을 나갈수가 없어 조금 답답한 단점은 있습니다.

하여 항상 편하고 빠르다고 다 좋은건 아닌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작은 배로 연결하여 중간 중간 들리는 섬이 있어

잠시 밖으로 나가볼 수는 있습니다.

 

잠시 나마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주변 섬 풍경도 보게되네요.

 

아침 운무에 가린 막막한 바다위의 섬 풍경도 참 매혹적입니다.

 

올해 들어 섬 여행을 자주 하지만

항상 새로운 느낌의 바다이고 섬 풍경입니다.

 

나무가 거의 없어 마치 외국의 풍경처럼 색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섬은 바다에 떠있는 또 다른 산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문득 저 섬을 오르고 싶어지네요.

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배는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의 태도를 거쳐갑니다.

 

 12시경에 드디어 가거도에 도착합니다.

가거도 항구 입구부터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지요.

 

 가거도는 목포에서는 131.8km, 제주도에서는 148km,

그리고 중국에서는 435km, 필리핀에서는 2213km 떨어져 있습니다.

 

등산 안내도가 있는 것 을 보니 이제는

산꾼들이 찾는 섬이 되었나 봅니다.

 

가거도는 과거 일제시대부터 소흑산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섬이었지만

가히 살만한 섬이라는 뜻의 가거도라는 이름으로 정착이 되었지요.

 

최남단인 마라도와 최동단 독도와 함께 대한민국의 최서남단으로

국토 3대 꼭짓점입니다.

 

항구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12시 30분경에 독실산 산행을 시작합니다.

햇볕에 건조하고 있는 자연산 미역이라 맛나겠더군요.

 

멋진 후박나무너머 회룡산(선녀봉)이 우뚝합니다.

 

가거도는 껍질이 한약재로 쓰이는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입니다.

 

가거도 항이 있는 대리 마을에서 임도길을 따라 오릅니다.

 

바라보이는 풍경이 어찌나 시원한지 여느 섬과는 다른 느낌이지요.

 

 1시경에 샛개재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대리마을에서 약 1.35km 거리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로 회룡산을 오를 수 있지요.

 

삼거리에서 오른편 독실산을 향해갑니다.

왼편 길은 오늘 산행의 종점인 항리 마을로 바로 가는 길이지요.

내일 이 길을 거슬러 올것 같습니다.

 

임도길을 따라 오르는데 항리마을의 섬등반도가 멋지게 보이네요.

 

오른편으로 독실산 정상도 보이고요.

 

저곳 섬등반도가 가거도에서도 가장 서쪽 끝이지요.

 

하늘은 어찌나 푸르고 깊던지..

 

뒤돌아보니 회룡산과 지나온 길이 참 아름답네요.

 

쉬엄 쉬엄 편안한 길을 오릅니다.

물론 산길이 아니라 조금 지겨울 수도 있지만

이런 트레킹의 느낌도 때론 색다르지요.

 

노래도 흥얼거려보고요.

여행이란게 이런 여유로움이겠지요.

 

지난번 우이도도 그랬지만

이곳도 동백꽃이 한참이네요.

 

독실산을 가려면 이곳 경찰초소에서 신고를 하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통과해야 합니다.

ㅎㅎ 하늘별장이라는 이름이 자칫 딱딱해질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네요.

 

2시경에 독실산(639m) 정상에 도착합니다.

대리마을에서 이곳까지 약 5km 거리인데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독실산은 신안군에 있는 여러 산 중에서 가장 높다고 하네요.

 

정상 자체는 그리 볼것이 없지만

정상 바위에 올라 주변 풍경을 바라봅니다.

지나온 길이 벌써 아스라합니다.

 

독실산 정상을 바로 넘어 이제 백년 등대로 향합니다.

지나온 길이 너무 편안해서인지

왠지 원시림을 탐험하는 느낌이 드네요.

후박나무 잎들이 말라 상당히 미끄럽고요.

 

참 예쁜 색감의 동백을 만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 빛깔이 아닐까요. ㅎㅎ

 

햇빛이 들지않는 숲길이지만 간간히 멋진 조망처도 만납니다.

물론 나무사이를 약간 헤치고 가야하지만서도..

 

가거도는 사방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섬이라서인지

멋진 풍경이 참 많습니다.

 

ㅎㅎ 가거도에서 진달래를 볼지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참 아름답네요.

 

 첫번째 전망 좋은곳을 지납니다.

물론 앞으로도 전망 처는 계속 나오기에 그냥 지나칩니다.

 

그리고 항리 마을로 바로 내려서는 삼거리도 지나게 되고요.

 

여하튼 등대로 가는 길은 나무에 흰색 페인트 칠이 되어 있어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주변 조망처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바라봅니다.

얼마 오지 않은것 같은데 참 멀어보이네요.

 

멋진 바위들이 있는 신선봉쪽 능선도 바라보고요.

 

연두빛 색감이 어찌나 좋은지..

 

가을 화려한 단품보다 제 마음을 더욱 셀레게 하는 색감이네요.

 

인간이 이런 색상을 만들어 낼 수가 있을까요.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ㅎㅎ 작은 굴도 통과해야 합니다. 

 

2번째 전망 좋은곳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바로 옆이라 지나칠수가 없지요.

 

섬등반도가 참 아름답게 보이는 곳입니다.

 

사진을 찍다보면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잘 찍을 자신이 없는 풍경이 있습니다.

 

이곳 풍경이 렌즈보다는 눈을 통해 내 마음에 새겨야 하는 그런 곳이네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눈물이 핑돌고

저절로 편안함이 가슴 가득 밀려오는 느낌이 들지요.

 

늘 이런 느낌만 가득 지니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때론 각박한 삶이지만 이런 추억이 큰 힘이 되겠지요.

 

조망처를 나와 다시 원시림같은 숲길을 걷습니다.

 

 한줄기 햇살마저도 반갑고 귀하게 느껴지는 그런 숲길이지요.

 

ㅎㅎ 오지 탐험하는 느낌이 드네요.

 

항리마을로 빠지는 2번째 갈림길을 지납니다.

 

휴 이제 바다가 가까이 보이는걸 보니 등대에 거의 온것 같습니다.

 

안내도에는 검은여라고 나와있는 작은 섬이네요.

 

등대를 내려서서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나와 2구 마을로 가야하지요.

 

등대와 3구 마을로 가는 갈림길도 지납니다.

 

깊은 숲길만을 내내 걷다가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라 그런지

더욱 시원합니다.

 

키큰 대나무 숲길을 빠져나갑니다.

 

드디어 3시 30분경에 백년 등대에 도착했습니다.

독실산 정상에서 약 2km 남짓한 거리인데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참 정갈하고 단정한 느낌이네요.

 

이곳 등대는 등록 문화재 380호라고 합니다.

 

 

주변 풍경 또한 등대와 참 잘 어울립니다.

 

이곳에서 며칠 지내도 좋을것 같네요.

 

여하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이제 다시 원시림같은 숲길을 걷습니다.

당초 등대에 계시는 분이 등대에서 바로 항리 마을로 가는 길이

험하고 이정표가 되어 있지 않아 권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다시 가파른 길을 되돌아 가기도 시간상 어렵고 해서

그래도 명색에 산행대장도 했는데

알바하지 않고 찾아가리라 생각하고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길을 찾아 걷습니다.

 

30여분 희미한 길을 찾아 오르막길을 힘들게 걷다보니 독실산 정상 지나 바로 2구 마을로 가는

산행길과 만나게 됩니다.

 

이곳부터는 하늘도 열리고 주변 풍경도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정말 멋진 해안 등산길입니다.

 

임도길을 걷는 느낌과는 또 다르지요.

 

섬등반도를 이정표 삼아 걷습니다.  

 

뒤돌아본 신선봉은 참 아름답고 멋집니다.

 

오래전부터 가거도를 가보리라 마음먹었지만

막상 오지 못했었는데

이런 긴 기다림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걸까요.

 

잔잔한 바다에 은은히 비추는 햇빛의 애무는

바라보기만해도 어찌나 황홀하던지

 

파릇 파릇한 새싹들이 반겨주는 길 또한 참 편안하고 포근합니다. 

 

이곳에 앉아 흘린 땀도 식히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이런 곳이 극락이 아닐까요.

 

이런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봅니다.

힘든 밤기차를 타고 또 오랜시간 배를 타고 온 보람이 있네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걷습니다.

 

오늘 종착점인 항리 마을도 시야에 등장하네요.

 

오른편 바다 풍경은 여전히 매력적이고요.

 

참 아름다운 마을이 이런곳에 숨어 있었네요.

 

일몰 전망대도 지나고요.

 

국토의 가장 서남단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얼마나 황홀할까요.

 

이 풍경만 바라봐도 이렇게 설레이는데..

 

 잔잔한 바다의 모습이 마치 내 마음의 평온한 그림자같습니다.

 

하여 내 삶 또한 이처럼 평온한 모습이길 바래봅니다.

 

그나저나 이곳에서는 왠지 외로움에 대한 느낌이 들지 않네요.

 

 일반적으로 섬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외로움일 수 있는데

 

바라보이는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일까요.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그 외로움이 끼여들 마음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을 모습이 지척인걸 보니 이제 오늘 종착점에 거의 도착한것 같습니다.

 

이곳 풍경이 낯익는다 해서 생각해 보니

강호동의 1박 2일이 이곳에서 촬영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섬이나 시골을 다니다 보면 느끼는 거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자꾸만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변해간다는 것이

마음을 참 아프게 하네요.

 

만나는 집들마다 거의 사람들이 살지 않고 잡초만 무성하니요.

 

그나저나 참 아늑하고 멋진 마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멋진 마을을 뽑는다면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요.

 

여하튼 5시 넘어 오늘 산행 및 트레킹을 마칩니다.

대략 10km 정도의 거리를 4시간 30분 정도에 걸은 것 같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일몰을 바라봅니다.

 

ㅎㅎ 아마도 오늘은 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지는 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요.

 

참 아릅답네요.

가슴으로 밀려드는 느낌이 싸하네요.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멋진 풍경..

 

 김남조 시인의 낙조라는 시 몇구절 떠올려 보네요.

 

해 저물어서야
당신께 올 수 있겠지

 

 

울며  두드리던 문에 절망하고
겨울 바닷가
피의  홍수로 번지는  낙조만 바라보네

 

 

사랑이란 말은
눈부셔
못만지고
당신과  연분있는 실바람이면
간절히 껴안고 싶었었지

 

 

여느 섬에서 바라보던 일몰과는 그 느낌이 왠지 다릅니다.

화려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은

자연스럽게 밀려오는 아름다움 때문일까요.

 

2009년 4월 마지막 해를 이렇게 저 서해 바다 너머로 보내며

4월을 마무리합니다.

 

이 순간

참 행복합니다.

 

그리고

고맙네요.

그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