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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선유도 ① : 망주봉과 대장봉

by 마음풍경 2009. 5. 31.


전북 선유도 : 망주봉과 대장봉


 

5월의 시작은 가거도에서 시작했는데

5월 마지막 여행도 섬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어수선하고 답답한 마음 달래기 위해

섬 바닷가에 앉아 시원한 바람도 맞고 싶고

넉넉한 바다 풍경도 보고 싶어

군산항에서 출발하는 선유도행 쾌속선에 몸을 싣습니다. 

 

지난번 가거도에 비하면 참 아담한 쾌속선이네요.

 

그나저나

오늘은 바보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영결식이 진행되는 날이기도 하지요.

 

ㅎㅎ 정치란게 이런것가 봅니다.

죽인자가 죽은자 앞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비니요.

악어의 눈물이란게 이런걸까요.

 

여튼 배는 바다를 가르며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선유도를 향해 갑니다.

 

선유도·신시도·무녀도·방축도·횡경도·관리도·장자도·대장도·말도·명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산재해 있는 고군산군도입니다.

 

절벽바위에 서있는 등대와의 만남도

섬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지요.

 

쾌속선으로 약 50여분을 달려오니 선유도 망주봉이 먼저 반겨주네요.

 

하나의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작은 산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님 섬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선유도행 배는

일반 쾌속선과는 다르데 바깥에 나와 있을 수 있어 좋은것 같습니다.

 

망주봉은 선유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라고 할까요.

 

배가 포구로 들어옴을 환영하듯 바라보입니다.

 

배를 타고 오는 내내 TV에서 나오는 영결식 장면에

가슴이 무겁고 아렸지만

이 풍경이 그런 마음을 조금은 달래주는것 같습니다.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포구에 도착했네요.

 

그리고 망주봉 방향으로 갑니다.

 

가던길에 점심식사도 하고 

잠시 자전거를 타고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지나갑니다.

 

이곳 선유도에도 찔레꽃은 한참이네요.

바다가 보이는 섬에서 만나는 찔레꽃 향기도 참 좋습니다.

 

ㅎㅎ 이곳 선유도는 일반 차는 거의 다니지 않고

주로 카트와 자전거만이 관광 및 일상 수단인가 봅니다.

 

선유 3구 마을 방향으로 가니

선유봉과 장자대교의 풍경이 참 아름답고 한적합니다.

 

명사십리 앞의 작은 솔 섬은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는 걸까요.

 

하긴 저 작은 섬이 연결되는 이곳도 어차피 섬인걸..

밀물과 썰물에 따라 만남과 헤어짐을 영원히

운명처럼 반복할 뿐이겠지요.

 

망주봉을 가까이서 바라봅니다.

벌써 주변에 녹음이 우거져 오르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하여 망주봉을 오르지는 못했네요.

 

인간의 삶의 모습은 직선일까요.

아님 이처럼 구불 구불한 곡선 길일까요.

늦더라도

이처럼 쉬엄쉬엄 천천히 가는 길이었으면 하네요.

 

하여 저전거를 내려 놓고

이제 장자도를 향해 천천히 걷습니다.

 

ㅎㅎ 자전거를 탔을때 보다 훨씬 마음이 가볍고

보이는 풍경도 가슴에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저는 역시 걷는게 체질인가 보네요.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장자교를 지납니다.

 

이곳 다리위에서 바라보이는 망주봉의 모습은 조금 다르게 보이지요.

 

다리건너 대장봉의 풍경도 참 아담하고 마음 편하게 다가오네요.

 

아카시아 향기 가득 담은 바닷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장자도에서 대장도를 가기위해서는 아주 작은 대장교를 지나야 합니다.

 

대장도에서 장자교를 바라봅니다.

그뒤로 펼쳐지는 선유봉의 모습이 멋지게 다가오네요.

 

그리고 대장봉 봉우리를 오릅니다.

 

 오르는 길에 장자 할매바위도 만나고요.

 

근데 왠지 제눈에는 버선 모양의 바위같습니다. ㅎ

 

고도를 높일수록 조망은 한층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네요.

 

대장봉에서 바라본 풍경은

선유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과 인공물이 참 조화롭다 싶지요.

 

아담한 장자도 포구의 풍경도 어찌나 귀엽게 다가오는지.

 

어쩌면 도피하듯 떠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자연이 참 많이 저를 위로해 주네요.

 

인간들도 이처럼 멋진 자연 풍경 하나

가슴에 간직하며 살면 좋으련만

그럼 싸움도 눈물도 없을것 같은데

 

정상에 앉아 아무런 무거움이나 생각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리고 대장봉을 내려섭니다.

가슴에 예쁜 자연의 선물 하나 담았습니다.

 

자꾸만 선유봉 저 능선이 저의 마음을 이끄네요.

내일 아침 꼭 올라봐야 겠다 생각해 봅니다.

 

이곳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크지 않고

사람이나 자전거만이 건널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선유도에 들어온지 몇시간 되지않았지만

망주봉을 다시 만나니 왠지 집으로 돌아온것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저녁식사를 일찍 마치고

지는 일몰을 바라보기위해 명사십리 해변가에 앉습니다.

 

대장봉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기다립니다.

 

 어찌보면 역사에 기억될만한 오늘 하루를

저는 이렇게 바다에 앉아 그 치열했던 하루의 해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치열했던 시간과는 다르게 해는 참 차분하고 조용히 저물어 갑니다.

 

어찌보면 참 아쉬운 하루였네요.

 

그나저나

모든 사람의 눈물이 저 지는 해에 담겨서일까요.

지는 해 또한 참 슬퍼보입니다.

 

눈물을 가득담은 모습처럼

그렇게 해는 조용히 저물어 갑니다.

 

차마 다 피지못하고 저린 바보의 모습일까요.

 

해는 바다 수평선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그렇게 하늘에서 먼저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바다에도 밤이 옵니다.

 

다시 장자대교를 향해 어둔 길을 걸어봅니다.

 

아무도 없는 다리에는 등불만 깜빡 깜빡 거리고요.

 

오늘 하루가 참 길었습니다.

그 하루를 저는 이렇게 섬을 찾아 보냈습니다.

 

이 섬에서의 하루를 마감해야하나 봅니다.

 

이제는 일상처럼 되어버린 섬 여행이지만

참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인연이라는게 무언지

만남과 또 헤어짐이란게 무언지..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어가는 밤, 섬 바닷가에 앉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