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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외연도 ① : 봉화산에서 본 일몰

by 마음풍경 2009. 9. 6.

 

외연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리

 

 

지난 5월말 선유도를 마지막으로 상반기 섬 여행을 마무리했고

더운 여름을 넘기고 시원한 바람불면 다시 섬으로 떠나고자 했는데

아직은 온전한 가을은 아니지만 섬으로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빠빠서일까요.

다시 섬으로 마음이 쏠려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외연도로 향합니다.

 개인적으로 섬 여행에서 충남의 섬은 처음 인것 같습니다.

하여 대천 여객선 터미널도 처음이 되겠네요.

 

 한낮은 아직 여름 기운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하늘을 보니 가을이 오긴 오나 봅니다.

ㅎㅎ눈치보며 뒷걸음질치는 재미난 갈매기

 

오늘 외연도로 저를 태워다줄 웨스트 프론티어 쾌속선입니다.

대천에서 외연도는 오전 8시와 오후 2시에 매일 2번 출발하고요.

 

외연도는 대천항에서 꽤 먼 약 53km 떨어져 있으며

쾌속선으로는 약 2시간이 소요됩니다.

내년에는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배가 운행한다고 합니다.

 

카페리가 아니고 쾌속선이라 갑판을 나오지 못할줄 알았는데

밖을 나올수 있어 답답하지않고 참 좋습니다.

그나저나 이 배는 중급 쾌속선인가 봅니다. ㅎㅎ

 

요즘 산이든 들애 가든 바다든

하늘이 참 예뻐요.

 

서해안에는 섬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올망 졸망안 섬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주 화려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고요.

 

시원한 바다 풍경과 함께

불어오는 바다 바람도 싱그럽네요.

 

삶을 위해 분주히 떠가는 작은 통통배 한척

늘 만선의 풍요로움만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섬이 아주 많은 전남 신안군에는

섬들이 너무 많아 바다인지 호수인지 착각할때가 있는데

이곳 서해안에는 섬들이 많지 않아 바다의 주변 풍경이 더 시원합니다.

 

한시간 정도를 왔을까요.

배는 호도에 도착해서 사람을 내려줍니다.

 

시간이 된다면 가는 길에 이 섬 저 섬 한가로이 들리고 싶긴하지요.

 

여튼

이런 날에는 하늘과 잔잔한 바다의 경계가 있는 걸까요.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도 이와같지 않을런지요.

 

나에게 죽음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사는동안

참 이처럼 아름답게만 살고 싶네요.

 

늘상 부족하고 항상 모자란 내 모습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허락된다면

 

참 아름답게 살고 싶네요.

저 자연처럼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다처럼

 

"여행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

 

장그르니에의 말처럼 비록 여행이란 끝이 없는 모습일지 모르지만

내 삶의 모습은

 그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여행이었으면 합니다.

산도 좋고 들도 좋고 바다도 좋습니다.

두발로 갈 수 있는 곳만 있다면...

 

중간에 녹도를 더 거쳐 2시간을 오니 오늘 섬 여행의 목적지인

외연도에 도착합니다.

 

외연도는 육지에서 까마득히 떨어져 있어

연기에 가린 듯 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왠지 저에게는 가까이 있는 늘 익숙한 섬에 도착한 기분입니다.

 

외연도는 보령시 오천면에 속하는 지역으로

인구는 520명, 168세대가 산다고 합니다.

근데 이 섬에는 어린아이들이 참 많더군요.

다른 섬과는 달리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것 같습니다.

 

소박한 느낌의 작은 포구 풍경도 일상처럼 익숙하고요.

ㅎㅎ 태어나서 처음 와본 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짐을 풀자 마자 봉화대가 있는 봉화산(279m)에 오르기 위해

경비대 초소 오른편 길로 오릅니다.

 

작은 섬이라 그런지 언덕길도 그저 편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서니 포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요.

 

언덕 갈림길 오른편에 등산로 들머리 계단이 있습니다.

 

작년에 1박 2일 코너에 알려져서인지

주변 시설들이 깔끔하게 잘 단장이 되어 있습니다.

 

섬 산행의 묘미는 주변 바다 경치에 있겠지요.

마을 포구 건너편 망재산(171m)도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짧은 거리지만 날이 더워서 인지 땀이 줄줄 흐릅니다.

하여 정상 중간쯤 되는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길을 가니 본격적인 능선길이 나옵니다.

 

조망이 트이는 능선에 올라서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바라봅니다.

 

가슴에 스며드는 시원한 한줄기 바람같은 풍경이 다가오네요.

 

  그나저나 해도 저물어 가고 마음은 정상에 오르기 조급한데

시선은 자꾸 등뒤를 향하네요.

  

서해안 섬에서의 낙조 풍경이라..

섬 정상에올라 바라보는 풍경이

섬 해안가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40여분 오르니 봉수대가 있는 정상이 나옵니다.

 

그리고 바다로 깔리는 낙조의 풍경이 저를 반겨주네요.

 

살다보면 가끔은 아주 가끔은

황홀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지요.

 

오늘 지금 이시간이

그런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연의 황홀감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걸 다 가진 것 같은 충만감..

삶의 소중함을 새삼 느껴봅니다.

 

아~~ 좋다!

참 좋다.

 

  낙조 건너편 하늘의 구름마저도 이처럼 감미로울까요.

 

 내 인생에서 오래도록 아니 영원히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 이 풍경을 바라보며 가슴에 담아봅니다. 

 

 

 

보통 섬을 떠올리면 외로움이 먼저 생각나지만

이 섬은 저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감을 주네요.

 

너무 아름답고 화려해서

렌즈에 다 담을 수 없는 그런 느낌

 

추억이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처럼

내 마음속에 소중하게 남는 소중한 추억들이 많길 바래봅니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 치열했던 해가

구름속으로 저물어가네요.

 

 나에게 아름다운 황홀감과 잊지못할 추억을

한아름 선사하고요.

 

 해도 구름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내려가야 하겠지요.

봉수대 정상을 내려섭니다.

 

저는 하루 시간중에서 해가 진 뒤의 차분함이 좋습니다.

 

특히 오늘처럼 크나큰 황홀감에 취한 경우에는

가슴속으로 저며드는 차분함이 더욱 명료해집니다.

 

 내려서는 발걸음은 행복으로 가볍고

마음은 왠지 모를 설레임으로 가득하네요.

 

산다는 것이 늘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네요.

그곳이 산이든 섬이든..

 

이제 외연도 포구에도 밤이 깊어갑니다.

 

"해가 저물때, 내가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이렇게 나를 저버리는 세번 ....

허공을 향하여 문을 열어 놓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장그르니에는 해가 저물고 밤이 다가오면 무섭다고 했지만

 왠지 오늘은 그 밤이 반갑습니다.

잠시 어찔하고 뒤뚱거리는 시간일지라도

내 삶이기에 그 또한 소중하고요. 

그렇게 외연도에서의 밤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