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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부안 위도 - 고슴도치 섬을 가다.

by 마음풍경 2009. 9. 27.


부안 위도


 

 깊은금 해수욕장 ~ 내원암 ~ 망금봉 ~ 치도 ~ 진리 ~

파장금 선착장(약 10km, 약 3시간 30분)

 

 

벌써 추석도 가깝고 가을의 초입인 9월도 마지막을 향해갑니다.

 

Try to remember 라는 팝송 가사를 보면

9월의 날들은 여유롭고 감미롭다고 하지요.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
When life was slow and oh, so mellow


근데 올 9월은 여름의 흔적이 너무나 강해서인지

그런 가을의 흔적들을 찾기가 쉽지는 않네요. ㅎㅎ

 

여튼

오늘은 참 오랜만에 산악회를 따라 섬으로 갑니다.

새벽부터 아침 안개가 고속도로 주변에도 자욱합니다.

 

차창에 보여지는 풍경들이 멋집니다.

하여 그냥 스쳐보내기에는 아쉬워

급하게 카메라를 가방에서 빼서 거칠게 몇장 담아봅니다.

이런날이면 새벽 금강에 나가 물안개 풍경을 보면 좋겠다 생각해보네요.

 

여튼 아침 안개가 끼면 날이 맑다고 했나요.

아침에 격포항에 도착하니 하늘이 참 맑습니다.

 

아직 배시간이 있어 조금은 공사로 어수선한 항구 주변을 돌아봅니다.

 

격포항 왼편 해안 산책로가 아직 공사중이라 오픈을 하지 않아 아쉽더군요.

 

그래서 옆에 있는 해맞이 공원쪽으로 조금 올라봅니다.

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참 곱게 비추이네요.

 

ㅎㅎ 아니 게가 바다에 있지 않고

왜 산에 있을까요.

재미난 모양의 게를 만났습니다.

 

요즘은 너무 외적인 볼거리를 강조하는 분위기지요.

이곳에는 그냥 멋진 바위와 해안 산책로만 있으면 족할것 같은데

군함에다 장갑차 등의 전시장을 만들고 있으니

전반적으로 어수선하고 조화롭지 못합니다.

 

여튼 다시 격포항으로 왔습니다.

 

오늘 타고 들어갈 배입니다.

올해는 봄에 섬 여행을 많이 다녀서 인지

배와 인연이 많고 이제는 친숙한 친구처럼 느껴지네요.

 

싱그런 바다 바람과 시원한 조망이 함께 합니다.

 

서로 바라보고 있는 방파제의 등대를 보니

문득 지난 봄의 청산도가 생각납니다.

지난 봄 여행이 벌써 아스라한 추억으로 되어버린 것 같네요.

 

바다 항구에 갈매기가 빠지면 않되겠지요. ㅎㅎ

 

갈매기의 호위를 받으며 분주한 삶의 모습도 보여집니다.

 

저는 오늘도 놀고만 있는 카메라 든 배짱이 입니다. ㅎㅎ

 

 위도로 가는 항로에는 그다지 멋진 섬이나 풍경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드문 드문 만나게 되는 작은 섬들의 풍경은

왠지 잔잔한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약 40여분 왔을까요.

위도가 배에서 바라보입니다.

고슴도치같다해서 위도(蝟島)라 이름한다는 섬..

여기서 보기에는 고슴도치를 닮았는지는 모르겠네요.

 

격포에서 14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철부선이라 위도까지는 약 50분 정도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위도에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이지요.

운전하시는 분의 여행 안내가 참 재미나고요.

서울 버스보다 럭셔리한 리무진버스라고 강조하시던데

정말 차는 왠만한 관광버스보다도 더 좋습니다. ㅎㅎ

 

파장금 선착장에서 20여분 재미난 설명도 듣고 웃고 하며오니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깊은금 해수욕장에 도착합니다.

 

해수욕장 건너편 내원암 이정표가 있는 길이 산행 들머리고요.

 

이곳도 가을 내음이 물씬합니다.

 

내원암 가는길에 코스모스도 살랑거리고요.

 

내원암에 있는 나무들에만 유독 단풍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내원암 위쪽으로 작은 건물이 있던데

암자의 부속 건물인지 아님 섬의 당집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위도는 띠뱃놀이 굿이 유명한데요.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40여분 오르니 망금봉(242m) 정상에 도착합니다.

섬 산행은 해발 0m에서 시작하기에 산의 높이가 작다고 얕보면 큰 코 다치지요. ㅎㅎ

 

산행을 시작했던 깊은금 해안의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아름다운 곳이 한동안 방폐장 때문에 시끄러웠고

93년에는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페리호 침몰 사건의 중심이 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않습니다.

 

 능선을 따라 도제봉(152m)도 보이고

그 너머 위도의 제일 높은 봉우리인 망월봉(255m)도 시원하게 바라보이네요.

 

  문득 저 바다 해안선 길이 걷고 싶어지네요.

요즘은 수직적인 걷기보다는 수평적인 걷기가 더 마음이 가지요.

 

깊은 하늘을 배경삼아 막 피기 시작한 억새의 정취도 참 좋습니다.

 

이곳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당초 도제봉으로 올라야 하나

날도 무척이나 덥고 길까지 내려왔는데 다시 산행을 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해안선 길을 따라 걷기로 합니다.

 

마치 지난 봄 청산도를 걷던 느낌이 나더군요.

 

바다를 배경으로 코스모스 풍경이 참 정겹고 이색적입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있는 마을 정자. 참 부럽지요.

쉬고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우리보고 쉬었다가라 하시네요.

농촌이든 섬이든 시골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외지인들이 오면 참 반갑게 맞아주시지요.

 

물빠진 서해안 갯벌의 풍경도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이곳은 물이 들어오고 빠지는 경우 바다가 갈라지는 그런 현상을 보일것 같네요.

 

이런 소박한 섬 풍경을 눈에 담고 걷는 시간이 어찌나 행복한지요.

 

정말 지난 봄 청산도를 걸었던 느낌과 참 많이 비슷합니다.

 

소박하면서도 무언가 여유롭고 편한 그런 느낌이 유사하네요.

 

해안선 길가 언덕 쉼터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출까 했는데

이 언덕 너머에는 어떤 설레임이 있을까 조급해져서 바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 머리위 하늘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문득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노래가 생각나 중얼거려봅니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와요"

 

"하늘을 보면
님의 부드런 고운미소
가득한 저하늘에
가을이 오면 "

 

 

노래를 중얼거리다 보니

햇살이 덥고 따가워 무거워졌던 발걸음이 다시 가볍습니다.

 

노래도 있고 자연이 있고

드문 드문 시원한 바람도 있고요.

 

그나저나 언덕 넘어 조급하던 설레임에는 이유가 있었네요.

망월봉을 배경으로 이처럼 멋진 풍경을 만났으니요.

 

하늘과 구름, 바다와 꽃이 조화로운 이런 풍경을 만날수 있음은 행운이겠지요.

 

물질적인 가치의 행운만이 전부인양 하는 사회에서

그나마 이런 소담한 행운을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어찌보면 돈의 가치로 환산하자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풍경이지만

저에게는 어느것보다도 더 소중한 재산이네요.

 

그런 소중함을 진정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어 참 고맙지요. 

 

그러니 저는 죽을때까지 부자로 살것 같습니다. ㅎㅎ

 

당초 해안길을 걷다가 망월봉을 오르려고 했으나

이마저 생략하고 바다를 따라 흐르는 길을 따라 계속 걷습니다.

망월봉과 파장봉을 연결하는 다리도 만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산길 다리가 아닐까 합니다.

 

이곳에서 망월봉을 오를 수도 있고요.

그나저나 차 길을 내지 않았다면 그저 하나의 능선이었을텐데요. 쩝

 

이 언덕을 지나니 이제 항구까지는 1.5km 남짓한 것 같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변 소박한 자연의 풍경도 바라봅니다.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인간 욕망에는 늘 그 한계가 있지요.

하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어느것 하나 감동을 주지 않는 것이 없겠습니까.

 

바람에 살랑거리는 소박한 억새 하나에도

이처럼 마음이 끌리는 것을..

 

당초 산행을 위해 버스로 지났던 삼거리가 나옵니다.

 

ㅎㅎ 버스 안내하시는 분이 이 논을 보고 위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논이라 했던 생각이 나네요.

 

누런 논을 보니 가을인가 봅니다.

한낮은 여름같은 느낌이었지만

 

다시 길을 따라 바다길을 걷습니다.

 

 위도는 어족이 풍부해서 바다 낚시꾼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3시간 조금 넘은 걷기를 하고

이제 방파제에 앉아 사람들과 산행 애프터로 회도 먹고요.

 

방파제를 걸어보기도 하다가.

이제는 혼자 차분하게 은악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봅니다.

 

섬에 들어올때는 설레임으로 오고

나갈때는 늘 아쉬움이 남지요.

 

갑자기 풍랑이라도 높아 배가 결항되어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ㅎㅎ 물론 오늘은 반반이네요.

 

섬은 역시 1박을 해야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것 같습니다.

 

지는 해도 보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도 보고

그리고 또 바다에서 뜨는 해도 보고요.  

 

 오후들어 구름이 깊어지며 멋진 일몰을 보기는 어렵겠네요.

 

5시 40분경에 마지막 배를 타고 위도를 떠납니다.

이별은 만남을 늘 기약한다고 하지요.

 

언젠가 유채꽃 피는 봄에 훌쩍 오고싶네요.

 

어차피 나도 유한한 삶을 지닌 인간이기에 

나의 걷기에는 끝이 있겠지만

흐르는 길에는 끝이 없겠지요.

 

그곳이 산이든 섬이든 들판이든..

 

다시 격포항에 도착하니 밤이 되어가네요.

새벽부터 시작된 오늘 하루 참 알차게 보낸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참 행복했습니다.

 

당초 산행으로 시작한 하루가 결국은

해안선 걷기로 끝났지만

그 또한 9월의 여유로움이라고 할까요.

 

비록 큰 감동이나 화려한 눈요기는 없었지만

한가함과 매혹적인 해안 길이 있었네요.

 

다시 부렀던 노래를 마저 중얼거려봅니다.

 

"가을이 오면 호숫가 물결 잔잔한
그대의 슬픈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지나온 날의 그리운
그대의 맑은 사랑이 향기로와요

노래 부르면 떠나온 날의 그 추억이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잊을 수 없는 님의 부드러운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