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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증도 ④ - 유물기념비와 증도의 일몰

by 마음풍경 2009. 11. 29.

 

증도

신안 보물섬 유물기념비와 증도의 일몰

 

방축리 도덕도 앞바다의 송·원대유물매장해역(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74호)은

1976년 어부의 그물에 일부 도자기가 걸려 발굴이 시작된 곳으로

600여년간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송·원대 도자기 등 23,024점 유물이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위해

 증도 서편 끝 해안쪽에 유물 기념비도 있고요.

 

증도를 보물섬이라고 하는데

보물과 같은 천일염도 있고

또한 진짜 보물도 있으니

당연히 보물섬이 맞겠네요. ㅎㅎ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참 멋지다고 합니다.

 

기념비 주변에는 "700년전의 약속호"라는

복원된 유물선 모양의 카페가 있네요.

 

점점이 떠있는 섬들

지도를 보니 내갈도와 외갈도 인것 같습니다. 

 

이곳 해안가는 지금까지 본 증도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고

차라리 다른 섬에서 흔하게 본 풍경과 흡사하지요.

 

바람은 제법 쌀쌀하지만

이처럼 멋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그저 행복합니다.

 

바다로 지는 일몰을 보고 있네요.

아무 생각없이

 

 섬 등대너머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해가 지네요.

 

그래도 매번 섬에 와서 이처럼 멋진 일몰 풍경을 항상 볼 수 있는 것도

저에게는 큰 행운이겠네요.

 

  지난 봄에 만난 김용택 시인의 수양버들이라는 시집에 나오는

"길"이라는 시 구절을 다시 떠올리며 조용 조용 읊고싶네요.

 

지금

어디서 어디만큼 왔습니까. 또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여긴 어디고 한발 내디뎌 거긴 어디랍니까.

바람 앞에 앉아 숲입니다. 바람 부는 숲이지요.

 

 

 이 길도 평지를 지나 산굽이를 돌고 고개를 넘어 올라 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겠지요.

가본 길이 세상에 있기는 있을까요.

 

 

길에는 노란 잔디나 푸른 잔디가 누워 있어도 좋고

발길에 잔 돌맹이들이 채여도 좋지요.

돌멩이들은, 채이면 서로 부딪쳐 희게 눈을 뜨며 아침에 울지요.

 

 

생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섭니다. 그러나 길은 닮아서

어디서 많이 본 듯도 한 나무들이 내 쪽으로 돌아섭니다.

나무가 나무 뒤로 숨기도 하네요.

 

 

저 모습이 어디서 본 듯도 하여 전혀 낯설지는 않지요.

서 있는 나무들이 낯익다는 것은 생시라는 뜻이겠지요.

 

 

사는 게 순간이지요. 바람이고, 티끌이지요, 뜻 없지요.

때론 너무 느닷없고, 뜬금없고, 아슬아슬 무구하지요.

그러나 감당 못한 슬픔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답니다.

 

 

모르지요. 몰라서, 다 몰라도 나는 갈래요.

인생도 사랑도 가면 막힌 듯 벼랑 끝이지만,

한발 내디뎌 새 땅이 세상에서 오지요.

 

 

천길 만길 허공속에 한발 디뎌 찾은 그 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가다가 끝내 이르지 못하고 죽었다던,

오래된 그 무서운 길, 길이 없다는 그 사랑의 길을 가볼랍니다.

 

 

 서운하고 애잔한 시 구절의 느낌처럼

어느새 수평선 너머 구름 사이로 해는 사라져 갔습니다.

 

 

 다만 아직은 긴 여운만은 남아있네요.

인생의 끝에서 이런 아름다운 여운을 만날 수는 있을까요.

 

 익숙한 주변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도는

여행이란 무얼까요.

누군가는 여유와 행복의 준말이라고 말하더군요. ㅎㅎ

 

늘상

자연과 벗하며 떠나는 여행의 시간..

 

랭보의 글처럼

 

"나는 어디든 멀리 떠나리

마치 방랑자처럼

자연과 더불어

연인을 데리고 가는것처럼 가슴 벅차게."

 

오늘도 그런 벅찬 가슴으로 떠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