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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사량도 ② : 겨울 바람부는 지리망산 산행

by 마음풍경 2009. 12. 21.

 

 

사량도 지리망산(398m)

 

 

대항 마을 ~ 대항고개 ~ 옥녀봉 ~ 가마봉 ~ 불모산 ~ 지리산 ~ 내지 마을

(약 8km, 5시간 소요)

 

 

 밤새 바닷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날이 상당히 춥습니다.

이곳 주민들도 어제 날씨가 지금까지 사는 동안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하네요.

여튼 산행 채비를 하고 연이틀 산행을 합니다.

머리위로 옥녀봉과 가마봉이 어서 오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ㅎㅎ

 

 카메라 시선으로만 보면

참 편안하고 아늑해보이지요.

 

여튼 구름이 바삐 흘러가는걸 보니 바람이 심하나 봅니다.

 

대항 고개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몇년전 이곳 길을 따라 하산한 기억이 새롭네요.

근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것은 나이 탓인지 쩝

 

능선을 올라서니 옥녀봉이 우뚝하게 나타납니다.

 

옥녀봉으로 바로 가기전에

잠시 진촌방향으로 올라서서 어제 걸었던 칠현산을 바라봅니다.

ㅎㅎ 이렇게 바라보니 새롭네요.

 

상도와 하도 사이를 흐르는 모습이 강과 같이 보여서

동강이라고 한답니다.

 

수직 철계단길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이곳 옥녀봉까지 산행 입구에서 약 40여분이 걸렸습니다.

구경거리가 넘 많아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고요.

 

그나저나 어제와 오늘

시원한 바다 풍경과 조망은 정말 실컷 감상합니다. 

 

옥녀봉 너머 가마봉도 보이고 가장 높은 불모산도 보입니다.

 

지리망산 전체 산행중 옥녀봉에서 불모산까지의

암릉 코스가 가장 백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침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바람이 심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오후가 되면 바람이 더욱 거세지는 것 같고요.

 

능선에서 바라보는 대항 해수욕장의 풍경도 참 아늑합니다.

 

휴~ 이제 본격적인 밧줄 산행이 시작되네요.

날이 쌀쌀해서 오랜만에 팔 운동도 하고요. ㅎㅎ

 

한 고개를 올라서면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어서

전혀 지루한줄 모르겠네요.

 

몇년 봄에 이곳에 왔을 때는 흐리고 비가 와서

쫓기듯이 산행을 했는데

 

 오늘은 사람도 별로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넉넉한 산행을 즐겨봅니다.

 

바다가 아니라 마치 호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드네요.

 

파란 하늘은 어찌나 선명한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할 따름입니다.

 

군데 군데 재미난 밧줄도 이어지고요. ㅎㅎ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람을 타고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애잔함이 느껴지네요.

여튼 이런 순간 순간이 다 행복이겠지요.

 

오늘은 참 한가합니다.

봄 가을철에 이곳에 오면 산행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일텐데

그리고 사람이 밀려 이처럼 반대 방향으로 갈수도 거의 없고요.

 

 

과거에 왔을 때는 보지못한 안전한 길도 생겼습니다.

근데 과거 이 다리가 없을때는 이곳을 어찌 지나갔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여튼 편안한 마음으로 멋진 풍경을 바라봅니다.

 

연지봉으로 오르는 수직 계단을 만납니다.

 

과거에는 사다리와 밧줄 길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안전한 우회로가 생겼네요.

 

하여 안가본 길을 가보기 위해

오늘은 새로 생긴 우회로길로만 가보기로 합니다.

 

밧줄을 타고 오를때는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우회로 길을 택하니 이처럼 멋진 조망이 편안하게 들어오네요.

 

그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이 우회로 또한 참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지봉을 우회하여 휘돌아가니

이제 가마봉과 불모산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네요.

 

 뒤돌아서 연지봉을 바라봅니다.

저곳으로 오르는 밧줄이 제법 위험하고 스릴이 있었는데

반대로 이곳으로 내려서면 더욱 위험할것 같습니다.

 

가마봉으로 넘어가는 철계단이 보이네요.

 

 이 철계단이 크고 특이해서

지리망산의 상징처럼 보이지요.

 

오늘은 길을 가다가도 문득 뒤를 돌아보며 마주치는 멋진 조망..

이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는 기분도 참 좋습니다.

 

이처럼 아늑한 느낌이 좋고요.

 

특히 넉넉한 마음을 이어주는 우회로 길도 맘에 듭니다.

 

요즘은 힘들고 악착스럽게 사는것보다

조금은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느낌이 듭니다.

 

산행도 마찬가지 마음이고요. 

요즘은 빨리 멋지게 등산하는것 보다는

천천히 여유로운 마음이 더 좋습니다.

 

여튼 조금 돌고 시간이 더 걸려도 이 계단 길보다는 

오른편으로 휘돌아 내려서는 길을 권하고 싶네요.  

 

대항고개에서 가마봉(303m)까지 오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네요.

 

가마봉을 내려서니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들을 만납니다.

 

과거 이 밧줄도 생각이 납니다.

내지에서 산행을 했을때 처음 만난 긴 밧줄이라

긴장했던 기억이.. ㅎㅎ

 

이제 달바위라 불리는 불모산을 향해 오릅니다.

 

불모산 정상이 400m이기에 다시 능선따라 올라야 하지요. 

 

지나온 능선길도 암릉길이고 가야할 길도 아직은 바위 능선 길입니다.

 

첫번째 갈림길을 지납니다.

 

위로 오를수록 시야는 더더욱 시원해 지겠지요.

 

 가마봉과 옥녀봉 능선이 300여미터이기에

능선을 조금 오르니 벌써 발아래로 지나온 길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늘은 참 하늘도 좋고 날도 좋습니다.

바람은 제법 세차지만 겨울에 이정도면 감지덕지이지요.

 

거기다가 지체되는 사람들도 없으니

오늘도 이곳 지리망산을 통채로 전세낸 기분이네요. ㅎㅎ

 

머리위로 불모산이 우뚝합니다.

이곳 산 봉우리중에서 불모산이 가장 높은데

왜 이보다 낮은 지리망산이 가장 알려진 이름이 되었을까요.

 

하긴 산이 그냥 높기만 하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바다 건너 사천 고성과 삼천포 방향의 풍경도

시원스런 얼굴이고요.

 

불모산도 우회해서 지나갑니다.

오늘은 지리망산 우회 코스만 가게되네요.

 

지리산을 가지않고 바로 내지로 빠지는 2번째 갈림길도 지납니다.

성수기때에는 이곳에 매점이 있어

오늘같이 점심 준비가 되지 않은 날은 간이매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리 하지 못합니다.

 

불모산을 기점으로 옥녀봉까지의 산길은 암릉으로 되어 있으나

이곳 지리산 방향은 조망 좋은 평범한 육산이지요.

전반전을 뻑세게 해서인지 후반전은 조금 심심하지요. ㅎㅎ

 

멀리 칠현산도 아늑하게 바라보입니다.

 

지리산까지 앞으로 가야할 능선도 줄지어 나오고요.

 

정말 앞서 걸었던 산과는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르지요.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란 하늘이 

제 마음을 푹 빠지게 합니다. 

 

더이상 바랄게 없네요.

멋진 바다 조망과 깊고 푸른 하늘 풍경이

 

그리고 지나온 능선은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발아래로 돈지 마을이 평화롭게 바라보입니다.

 

ㅎㅎ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전부 육산만은 아니네요.

군데 군데 암릉길도 이어지고요.

 

하늘을 따라 줄줄이 이어가는 구름의 모습이

내 눈을 사로 잡아버립니다.

 

 안그래도 오늘 산행 시작무렵

지난 산행을 통해 아시는분의 갑작스런 부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고맙게도 자연이 나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네요.

 

세상 사는게 다 그렇다고 하지만

 

앞서거나 뒷서거나가 있을뿐

유한한 인생길에

누구나 한번은 가야할 운명이기에 

 

물론 이러한 자연을 통해 허탈한 마음이 잠시 위로가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산다는것에 대한 서글픔이 스며드네요.

 

이처럼 어쩔수 없이 사는게

인생살이 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정해진 돌아갈 길은 어딘인지요.

 

애구 무거운 생각이 잠시 들었네요.

이제는 떨쳐버려야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행복이 있는데

그외에 무슨 욕심이 필요할까요.

정말 다 버리면 바람으로 흘러갈 수 있을가요.

 

사람은 사는게 참 복잡하지만

자연은 참 단순합니다.

 

군더더기도 없고 언제나 가벼운 느낌만 가득하지요.

 

그런 자연을 닮고 싶다고 말로는 하지만

막상 어찌해야 닮아가는건지 모를때가 있습니다.

그 이치를 알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나 봅니다.

 

여튼 4시간 가까이 걸려서 지리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더이상 시원할 수가 없네요.

 

지리망산은 지리산이 바라보인다 해서 그리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북쪽 방향으로 11시 방향에 지리산 천왕봉이 있을텐데

오늘은 잘 보이지 않네요. ㅎㅎ

 

불모산 정상도 이곳에서 보니 그 느낌이 사뭇다릅니다.

옥녀봉쪽에서 볼때는 거대한 바위처럼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그저 평범한 봉우리처럼 보이니요.

 

잠시 이곳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바라봅니다.

차분한 호흡을 하며

머리속이 텅 빈것 같은 이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해야지요.

 

마치 동양화를 보는것 같은

멋진 풍경을 담아봅니다.

 

 바다, 하늘, 구름 그리고 바위, 소나무

어느것 하나 버릴게 없네요.

 

저만 쓸데없이 버릴게 많아

맨날 허덕거리나봅니다.

 

지리산을 지나 만나는 길도 암릉길이나

가마봉 능선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넉넉하고 편안하고요.

 

과거 지리망산을 산행할때는 밧줄과 계단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사람도 없고 한적하니 그 바다처럼 그저 여유롭습니다.

 

내지와 돈지의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대항으로 걸어서 되돌아가려면 내지로 내려서야겠지요.

 

어제 칠현산 하산처럼

이 길도 바다를 향해 빠져들 듯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능선 너머로 지리산은 보이지않지만

사천 와룡산이 넉넉하게 바라보입니다.

 

 돈지에서 내지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도 참 매력적이네요.

봄이 오는 길목에 다시와서 사량도 해안선 길을 걷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저멀리 창선-삼천포대교 다리도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면 창선도가 있는 남해 땅이고요.

지난 봄에 갔던 남해의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마을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산행도 마무리할 때가 된것 같습니다.

 

여느 어촌 마을처럼

조용하고 소박한 느낌이 가득한 곳이네요.

 

바라보이는 한가로운 풍경처럼

넉넉하게 5시간이 걸린 여유로운 산행이었네요.

등산객들로 이어저셔 쫓기 듯 걸음만 바쁜 산행도 아니었고요.

 

"사랑은 밤 하늘의 별을 사랑하는 일이니, 잠들지 마라." 라는 시 구절이 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려면

늘 깨여있어야 하나봅니다.

 

하지만 아직은 게으른 탓으로

그런 진심을 온 마음으로 열지못한 자책도 있지요.

 

사는게 그런거라 책망도 해보지만

여전히 허전하고 황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