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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사량도 ① - 칠현산을 오르다

by 마음풍경 2009. 12. 21.

 

 

사량도 칠현산(348m)

 

 

덕동 여객선터미널 ~ 봉수대 ~ 대곡산 갈림길 ~ 칠현산 정상 ~ 망봉 ~ 덕동 여객선 터미널

(약 5km, 3시간 소요)

 

 

 갑자기 날이 무척 추운 날

따뜻한 남쪽 바다로 산행 겸 여행을 떠납니다.

대전에서 통영을 거쳐 이곳 가오치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오늘 저를 사량도로 태워다줄 사량호입니다.

배시간은 사량도로 가는 것은 9시, 11시 등 2시간마다 홀수로 있고

이곳으로 나오는 배는 10시, 12시 등 짝수로 있습니다.

 

11시 배를 타고 사량도를 향해 떠납니다.

주변 산 풍경도 멋집니다.

 

선착장에서 보면 시야에 보이는 곳이나

배로는 약 40~50분이 걸립니다.

 

작은 섬 너머

지리망산의 능선이 눈에 들어오네요.

 

오른편으로는 지리망산이

그리고 왼편으로는 칠현산이 한꺼번에 보입니다.

 

멀리서 봐도 능선의 암릉미가 대단하지요.

 

통영 앞바다는 굴 양식이 참 많습니다.

시원하고 싱싱한 굴을 초장에 찍어 먹고싶네요.

 

4시간 이상 배를 타고 가야하는

가거도나 이어도에 비하면

50분은 참 짧은 시간이네요.

벌써 금평항과 사량도 옥녀봉이 가깝게 보입니다.

 

바람이 불어 날씨는 제법 쌀쌀합니다.

옥녀봉 위로 구름 한점 무심히 지나가네요.

 

배는 사량도 상도를 거쳐 이곳 하도 덕동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오늘 산행은 시계 방향으로 산행을 계획해봅니다.

 

어찌보면 하도는 상도 지리망산의 조망 섬이기도 하지요.

 

여객 터미널 주변 식당을 찾아가니

밥이 없어

간신히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인심좋은 식당 주인이 주신 부침개도 얻어서 이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노부부 두분이 지나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추운데

어찌 산행을 할건지 걱정의 말을 해주시네요.

 

바람이 불어서 하늘도 바다도

이처럼 깨끗하게 보이는 걸까요.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분다면 가벼워질까요.

 

임도를 따라 계속가니 절이 나옵니다.

 

그리고 계속 길을 이어가다보니

등산로 입구가 나오네요.

산행 입구 전에 등산 시그널이 있어 그 길로 가보려 했는데

길이 없어 다시 되돌아 나오기도 했지요.

여튼 잘못된 산악회 시그널도 이제는 문제인것 같습니다.

 

 10여분 가파른 길을 오르니 능선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조망이 열리기 시작하고요.

오른편 뽀족하게 솟은 고동산(216m)이 이색적입니다.

 

통영쪽 조망도 참 시원시원 하네요.

 

그래도 이 조망만은 못하겠지요.

 

칠현산은 지리망산을 조망하기 위해 태어난 산인가 봅니다.

두 섬 사이 동서로 흐르는 물길의 모양이 기어가는 뱀의 모양을 떠올린다고 해서

사량이라고 칭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처럼 느껴지네요.

 

하도의 해안선을 따라 길도 이어지고요.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그리 힘들지도 않고 

바다 조망을 보며 가는 능선길이 참 좋습니다. 

 

지나온 길도 뒤돌아보니 멋진 배경으로 서있고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갑니다.

 

이윽고 봉수대가 나옵니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이곳까지 1시간 10여분이 소요되었네요.

 

지리망산에서 이곳을 보면 참 평범하게 보이는데

여튼 이곳 칠현산도 생각보다

산행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네요.

 

왠지 저멀리 외롭게 떠있는 섬 하나

도도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세찬 바닷 바람이 불어와

온몸 가득 감쌉니다.

 

감미로움마저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런 짧은 시간만이라도 지금은 무척 행복합니다.

 

이제 정상도 500미터 정도 남았네요.

이곳에서 저 능선을 타면 대곡산(303m)을 거쳐 통포 마을로 가게되지요.

 

5~6시간의 긴 산행을 원한다면 저 능선을 타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 능선을 보니 지난 봄에 다녀온 우이도 상상봉 불가사리 능선이 생각납니다.

다녀온게 고작 지난 봄이건만 벌써 애틋한 추억이 되었네요.

 

칠현산 등산은 능선을 걷는 내내

오른편으로는 지리망산 능선이 늘 함께하지요.

 

옥녀봉도 보이고 가마봉도 보이고요.

저 위로 가장 높은 불모산 봉우리도 보입니다.

 

역시 멋진 모습은 때론

이렇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것 같습니다.

 

 발아래 읍포 마을이 바라보입니다.

 

그나저나 이 산도 아기자기란 맛이 있어

참 매력적입니다.

너무 유명한 지리망산에 가려서 그렇지

 

이제 정상에 거의 가까이 온것 같습니다.

 

덕동에서 겨우 1.9km 남짓 왔는데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약 1시간 50분이 걸려서 칠현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바다 색깔이 너무 곱지요.

 

정상에서 편하게 지리망산을 바라봅니다.

참 시원하고 편안하네요.

 

지나온 길에

처음으로 산행객들도 보입니다.

 

정상을 내려서기 싫더군요.

이곳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 참 좋겠습니다.

 

여튼 정상을 내려서서 망봉을 향해 걷습니다.

섬 산행의 묘미중 하나는

바다를 보며 그곳에 풍덩 빠질듯 하산하는 것이지요.

 

사량도 상도의 모습도 뱀을 닮은것 같지않나요.

정말 왼편 끝부분이 머리이고 이어지는 모습이

그리 보이기도 합니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점없이 깊고 깊네요.

 

 대곡산 능선을 바라보니 그곳을 이어가도 참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육지는 한파와 대설로 꽁꽁 언 겨울인데

그래도 이곳은 바람만 빼면 참 포근하네요.

 

이제 용두봉을 넘어서면 읍포로 하산하겠지요.

 

망봉에서의 조망도 그 이름처럼

바라보는 느낌이 충만해집니다.

 

이곳에서 커피 한잔 하며 하루종일 있어도 좋을것 같고요.

물론 겨울에는 넘 춥지요. ㅋㅋ

 

여튼 추워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얼굴에 와닿는

이 싸한 느낌이 좋아 겨울 산행을 좋아하지요.

 

정상에서 20여분  내려서니 갈림길이 나옵니다.

당초 산행은 직진을 해야하나

바람으로 인해 배편결항이 염려되어 오른편으로 바로 내려섭니다.

 

원래는 읍포로 내려서 버스를 타든지

아니면 30여분을 걸어야 하는데

샛길로 내려서니 원점 회귀 산행이 됩니다.

 

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과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조금 다르지요.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보이는 풍경도 더 정겹게 다가오네요.

 

멋진 기암 바위들이 병풍처럼 보이고요.

 

이제 다시 덕동 터미널로 향합니다.

 

이곳에 들어왔을때 보다 바람이 더 심해졌네요.

 

여튼 내일 저곳을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입니다.

 

사량도의 상도 및 하도는 참 재미난 모습이지요.

마치 친구처럼 혹은 연인처럼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보는 존재감

상도의 지리망산이 유명하긴하나

그렇다고 하도의 칠현산이 없으면 왠지 허전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제 다시 본 목적지인 상도를 향해갑니다.

당초 상도를 거쳐 가오치로 가는 마지막 배가 6시에 있으나

오늘은 4시 배가 마지막이라고 합니다.

잘못했으면 이곳 하도에서 발이 묶일뻔 했네요. ㅎㅎ

 

사량도에서의 첫 날은 칠현산 등산으로 보냈네요.

내일 바람도 잔잔해지고 날도 따뜻하면 더욱 좋으련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내일 산행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