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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대청호 둔주봉(384m) 첫눈 산행

by 마음풍경 2009. 12. 6.

 

둔주봉(384m)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안남초등학교 앞 ~ 점촌고개 ~ 전망대 ~ 정상 ~ 금정골 ~ 고성 ~ 연주2리 ~ 안남 초등학교앞

(9.4km, 3시간 30분)

 

 

한해 한해가 참 바르게 지나갑니다.

2009년이 시작된지 얼마전인것 같더니만 벌써 12월로 접어들었네요.

오늘은 오랜만에 산행길을 걷습니다.

다만 멀리 가는 산행이 아닌 대전에서 1시간 이내의 가까이 있지만 아직은 숨어있는 산을 찾아갑니다. 

 

산행 출발점인 안남면사무소가 있는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옥천 IC에서 빠져나와 보은방향 3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인포삼거리에서 575번 지방도를 타고 약 5km를 가면 나옵니다.

 

 안남 면사무소 옆으로 안남 초등학교가 있고

이곳 앞길에 산행 안내도가 있습니다.

 

지도 모습을 보면

실제 오른편에 길죽하게 되어있는 한반도 지형보다는

오늘 산행하는 이곳이 멀리서 보면 한반도 모습처럼 보일것 같네요. ㅎㅎ

 

10시 10분경 몇몇 산행 지인들과 함께 초등학교 옆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실제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머리위로 보이는 점촌 고개까지 가야합니다.

 

아침에 대전을 출발할때는 비가 조금 내렸는데

산행을 시작하려니 날이 화창하지요.

 

아침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나무가지에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느낌은

늦가을의 쓸쓸함이 가득 했었는데요.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 푸른 하늘입니다.

 

걷기 참 좋은 한적한 시골길입니다.

 

둔주봉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도 만나고요.

여튼 고개를 가기위해서는 갈림길이 나오면 좌측으로 가면 됩니다.

 

저 아래 길을 따라 올라도 만나게 되더군요.

 

지나온 길을 따라 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고개에 거의 도착하려는데 급격하게 날이 흐려집니다.

 

그리곤 갑자기 눈이 퍼붓기 시작하네요.

내리는 눈을 보니 당황스럽기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이 앞서더군요.

멋진 첫눈을 이렇게 산에서 맞이 할 수 있다는 인연이겠지요.

 

마을에서 이곳 점촌고개까지 약 30여분이 걸립니다.

 

간이 화장실 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져 있는것을 보니

이곳 금강 강변에 수달이 사나봅니다.

수달이 산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적이고 청정한 지역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나저나 이제는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 동물을 통해

우리네 삶의 환경을 짐작케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네요.

 

이제 갑자기 겨울 설산 산행이 되었네요.

 

밀가루를 살포시 뿌려놓은 듯한 산길을 걷습니다.

 

방금 내린 눈이라 그런지 더 풋풋한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요즘은 동네 근처 산에 가면 어디든 운동 시설이 갖춰져 있지요.

근데 이곳까지 와서 이 시설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네요.

대 도시라면 모를까.. 갸우뚱??

 

여튼 둔주봉으로 오르는 길은 참 좋습니다.

힘든 산길이라기 보다는 그저 숲길을 걷는 기분이네요.

 

 낙엽진 소나무 잎을 포근하게 밟으며 가도 좋은데

그 위에 첫눈의 흔적이라니

큰 기쁨이고 자연이 주는 서프라이즈 선물이겠지요.

 

11시경에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산행시작부터 약 50여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최근에 이 산이 알려지다보니

이정표를 새롭게 만들었나 봅니다.

산행를 시작한 안남초등학교에서 부터는 약 2km 정도 온것 같습니다.

 

이곳 정자에서 바라보면 한반도 지형이 한눈에 보일텐데

이런~~ 눈보라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잠시동안 하늘이 환해지길 기다렸지만

눈보라는 더욱 심해져서 그냥 포기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첫눈을 이처럼 곱고 아름답게

그것도 산에서 맞을 수 있어

이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그나저나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눈보라가 세차

마치 한겨울 지리산 능선길을 걷는 기분이네요.

 

세월은 다음 세월에 그 흔적을 지워가겠지요.

이제 가을의 흔적은 온전히 사라지나 봅니다.

 

겨울이 왔네요.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란 나무 기둥에 서서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못이기어 흔들리는 앙상한 가지에서

겨울이 내곁에 옴을 새삼 느낍니다."

 

 

 한사람이 그 겨울 속을 걷고

또 한 사람이 그 겨울을 따라갑니다.

발자욱을 따라 걷는 사람은 외롭지 않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런 눈길을 걷는 것은 외로울까요.

아닐겁니다.

산길은 혼자이든 아님 여럿이든 외롭지 않지요.

산에는 항상 자연의 친구들로 가득하지요.

바람, 구름, 나무, 흙 내음, 새소리 등 등

 

눈 쌓인 포근한 길을 걷다보니

정상이 지척입니다.

이정표 왼편으로는 하산시 거쳐 가야할 금정골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도 있고요.

 

정상에 가까이 오니 다시 눈보라가 멈추고

햇살이 나기 시작하네요.

 

 이제 차분히 눈꽃 핀 풍경을 바라봅니다.

 

정상에는 파란 하늘이 반겨주네요.

11시 20분경에 도착합니다.

학교 입구에서 정상까지 약 3km 거리를 1시간 10분에 왔습니다.

 

정상에는 정상석 등 아무것도 없지만 그곳에는 딱하나 멋진 조망이 있습니다.

길죽하게 이어진 석탄리의 능선도 아름답고

그뒤 오대리 능선을 넘어 이슬봉과 마성산 능선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정상에서 북쪽 방향의 풍경도

부담없는 넉넉한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나무에 가려있는 저 한반도 지형을 온전히 보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하지요. ㅎㅎ

물론 정자를 다시 가보기위해 배낭을 놓고 가파른 길을 잠시 내려갔었는데

애구 피실 방향으로 잘못 내려가는 바람에 힘든 알바도 했지요.

여튼 오늘은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모양이다 생각하고 말았지요.

 

정상에서 넉넉하게 식사도 하고 커피도 따뜻하게 마시고

12시 30분경에 하산을 시작합니다.

 

내려서는 능선 길은 참 좋습니다.

 

가파르지도 않고 포근하고 편안한 숲길입니다.

 

조금 내려서니 금강이 가깝게 보이고

건너편 석탄리 방향 능선 조망이 참 절경이네요.

단풍핀 가을에 오면 참 좋겠다 생각해보고

내년 가을에 꼭 다시 와야 겠다 약속해 봅니다.

 

 1시경에 금정골 강가로 내려섭니다.

 

그리고 왼편 고성방향으로갑니다.

정상에서 피실 방향으로 내려서면 강가를 따라 더 길게 도는 코스가 되지요.

하긴 그래도 700미터 정도 더 긴 코스가 되겠네요.

 

강가에 내려서니 이곳은 초봄같은 느낌이 드네요.

 

햇살도 포근하고 세찬 겨울 바람도 불지 않고요.

 

오늘은 참 이상한 하루네요.

아침에는 늦가을 분위기였는데

산에서는 한겨울이었고 다시 강가로 내려서니 초봄과 같은 느낌이니요.

 

여튼 좋습니다.

여름을 빼고 3계절의 느낌을 하루에 다 얻을 수 있으니요.

 

고성방향으로 숲길을 걷습니다.

잎들이 풍성한 계절에 오면 제법 운치있는 숲길일것 같네요.

 

오늘은 하늘이 참 변덕스럽네요.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ㅎㅎ

 

그래도 흐린 하늘보다는 파란 하늘이 더 좋겠지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하늘 풍경이 가득합니다.

 

강가로 더 내려서니 더더욱 매력적인 풍경만 가득합니다.

 

강건너 바위 능선 풍경도 언제 한번 걷고픈 그런 능선이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강을 친구하며 걷는 시간입니다.

 

저 하늘만큼이나 마음도 넉넉하고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순수한 자연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듭니다.

 

그 시간이 잠시동안이라고 해도

사람의 마음을 한결 깨끗하게 정화시켜줍니다.

 

하여 저에게 자연이란

어느 종교보다도 더 크고 위대한 존재이지요.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걷는 이 순간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행복이고요.

 

강가에서 다시 올라서서 넓직한 길을 걷는데

주변에 대나무 숲도 있고 집터의 흔적도 보이더군요.

과거에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거겠지요.

 

 아~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요즘 저를 푹 빠지게 하는 그런 길이지요.

그나저나 오늘은 눈 산행을 하긴 한걸까요.

그냥 여느 날처럼  들길과 숲길만을 걸은 것은 아닐까요.

 

 

1시 30분경에

이곳 고정에서 바로 정상을 오르는 길을 만납니다. 

이정표가 있던 정상 아래로 접근하는 길이겠네요.  

이제 독락정이 있는 연주리까지는 약 2km가 남았습니다.

 

이곳 고성을 돌아서면

건너편 강가쪽으로 한반도 지형을 보이는 청마리쪽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곳은 서해안이고

아직은 중국 땅 일것 같습니다. ㅋㅋ

 

파란 하늘아래 흰 색이 가득한 복분자 군락을 만나게 되네요.

 

이제 저 길을 휘돌아 가면

한반도 지형 모습을 보이는 땅이 나오겠네요.

 

그나저나 하늘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이런 풍경은 주말이면 자연으로 쏘다니는 저에게도

1년에 몇번 보지 못하는 하늘의 선물이지요.

하늘과 구름, 강 그리고 길이

이처럼 완벽하고 조화로운 모습이 있을까요.

 

이제는 마음 비우는 일

하나로 살아간다

 

강물은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깎일수록 고와진다

 

 

청천(靑天)의 유월

고란사 뒷 그늘의 푸르던 사랑

홀로 남은 나룻배 위에 않아 있는데

높고 낮은 가락을 고르며

뜨거운 노래로

흘러가는 강물

 

거스르지 않고 순(順)하게 흘러

바다에 닿는다

 

 

 강안(江岸)을 돌아가

모든 이별이 손을 잡는

생명(生命)의 합장(合掌)

 

겨울 강을 보며

한 포기 지란(芝蘭)을

기르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겨울 강가에서" 

                     - 우미자 시인 -

 

 

너른 강을 건너는 작은 한척의 조각배도 만납니다.

 

문득 작은 배를 타고 이 강을 거슬러 가고픈 생각이 드네요.

 

강을 따라 흘러가면 바다를 만날텐데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무엇을 만날까요.

 

강물의 고향은 아마도 산이고 계곡이겠지요.

 

바람이 세차서 그런지

해안가의 파도소리처럼 들립니다.

그 소리가 너무나 비슷해서 한참을 눈을 감고 들어보네요.

 

2시경에 취수정이 있는 독락정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오전에 둔주봉의 하일라이트인 한반도 지형을 보지못한 아쉬움이 남아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카메라에 담기위해 묘지들이 있는 왼편 능선 길을 올라섰습니다.

 

비록 정자에서 보는 것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반도 지형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 자연은 신기하지요.

이곳 지형은 한반도를 거울로 비춘것 같이

좌우가 뒤바뀐 모습으로 있습니다.

 

최근 1박 2일 영월편에서

몇년전에 가본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이 나오던데

이곳도 그에 못지 않은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그곳은 북쪽 방향으로 시멘트 공장 등의 시설이 있어 어수선한 모습이었는데

이곳의 북쪽 풍경은 더더욱 현실감이 있네요.

 

여튼 멋진 모습을 보고 다시 길로 내려섭니다.

건너편 보이는 곳을 지도로 따져보면

부산과 거제쯤에 해당하겠네요. ㅎㅎ

여튼 30분이 걸린 시간이었지만 기쁨이 2배네요.

 

다시 포장길을 만나 길을 걷는 입구에 독락정이 있습니다.

독락정은 조선 선조 40년(1607) 절충 장군 중추부사의 벼슬을 지낸 주몽득이 세운 정자라고 합니다.

주변 의자연경관이 아름다워 많은 선비들이 모여 지내던 정자의 구실을 하다가,

후대에 와서는 유생들의 학문 연구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하고요.

 

독락정 앞 작은 고개를 넘어서서

이제 차가 다니는 길을 걷습니다.

 

요즘 날이 포근해서인지

겨울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보리싹들이 푸릇 푸릇하네요.

 

연두색 가득한 봄에 이 길을 걷고 픈 생각이 듭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조용 조용

다가오는 느낌처럼

편안하게 다가서는 우리나라의 이런 풍경이

저는 참 좋습니다.

 

연주리 마을에 도착합니다.

버스정류장 이정표가 참 세련되지요.

 

연주리는 연지동과 주암 마을을 합친 것인가 봅니다.

 

이곳 마을은 초계 주씨의 집성촌이라고 하고요.

둔주봉도 옛날에는 실처럼 길쭉하고 뾰쪽하다 해서 둔실봉이라 불렸으나

주씨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둔주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제 연주리 마을을 지나 안남면 사무소로 향합니다.

 

길가의 풍경은 바람때문인지

이 풍경을 그림으로 바라보면

멈춰있는 정물화가 아니라

실제 살아 움직이는 실물화를 보는것 같은 느낌이지요.

 

차를 타고 휙 지나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얻을 수 있는 선물이지요.

 

저는 그런 소박한 풍경들이 참 좋네요.

애구 길가 감나무에 맛난 홍시들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잘못 지나다가는 홍시 폭탄이 되겠네요. ㅋㅋㅋ

 

여튼 눈으로 다가서는 화려함보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잔잔한 풍경이 때론 더 아름답습니다.

 

3시경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대전 근교에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는 곳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역시 멀리 그리고 높게만 간다고 다 멋진 산이 아니라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오랫동안 긴 여운이 남을것 같습니다.

 

나 자신과의 두가지 약속을 해봅니다.

 

첫째는 단풍 우거진 가을에 다시 한번 오기로 그리고 또하나는

내년 봄에 이곳 안남면 마을에서 시작해서

비포장된 금강길을 따라  청마리 마을까지 강변길을 걷고싶다는..

 

자연과의 약속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 약속이 늘상 기다려지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올 겨울을 보내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