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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금강 청마리 길 - 마을과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

by 마음풍경 2009. 12. 13.

 

금강 청마리길

 

 

충북 옥천군 안남면&동이면

 

안남면사무소 ~ 가덕교 ~ 합금리 ~ 청마리 ~ 임도 ~ 석탄리(안터 마을)

(약 20km, 7시간 소요)

 

 지난주 토요일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둔주봉 산행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었는데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대청호 둔주봉(384m) 첫눈 산행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1)

이번에는 금강변을 걷기위해 다시 안남면 사무소를 찾게됩니다.

 

 안남 초등학교에서 둔주봉은 오른편 방향이지만

이번에는 575번 지방도가 이어지는 왼편 연주교 방향입니다.

 

밤사이 비가 왔는지

길이 축축하네요.

 

연주교를 건너 지방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지도에 보니 바로 금강변으로 가는 길이 있어

다리를 건너 바로 오른편 작은길로 접어듭니다.

 

역시 걷기에는 포장된 길보다는

이처럼 흙길이 폭신하고 좋지요.

 

오른편 위로 둔주봉을 친구하며 함께 걷습니다.

 

오늘이 12월 중순인데도 날이 참 포근합니다.

그래서인지 보리싹들이 푸르게 솟아있습니다.

 

첫눈과 함께 둔주봉 능선을 걷던것이

불과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멀리서 그 산을 바라보니 왠지 아득하네요.

 

농로를 따라 이리저리 넘고 돌아가기도 합니다.

 

밭너머 종미리 마을이 보입니다.

 

마을 입구에서 오래된 건물을 만납니다.

 

안내도를 보니 조선 영조 11년인 1735년에 전우회라는 분이 세운 서당이라고 하네요.

 

서당의 이름은 경율당이고요.

이분의 호가 경율인데 율곡 선생의 학덕을 숭모하여 그리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사당을 나와 다시 길을 걷습니다.

이제 날도 맑아집니다.

 

길에서 만나는 들판은 늦가을의 정취와 초봄의 느낌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그나저나 처음 출발한 안남면 마을도 많이 멀어졌네요.

 

마을 빠져 나오니 이제 본격적인 금강 변 걷기가 시작되네요.

 

금강 건너편 능선은 둔주봉에서 내려다 보면 한반도 지형으로 보이는 곳입니다.

 

한반도 지형으로 보면 이곳은 동해 바다이고

건너편은 속초 정도이겠네요. ㅎㅎ

 

아직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걷기를 시작하고나서 사람 한명 만나지 못했네요.

 

한적한 길을 걷는다는것은 무얼일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나의 의지로 그리고 나의 두발로 걷는것에

달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저 좋습니다.

자연과 벗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걷는다는 것이

 

다시 평촌마을에서 575번 지방도를 만납니다.

 

그리고 이내 비포장 길로 이어집니다.

 

ㅎㅎ 비포장이라 건조한 날에는

지나가는 차로 인해 흙먼지가 심하겠네요.

세상사 다 양면이겠지요.

저처럼 걷는 입장에서는 흙길이 좋고

이곳에 사는 주민입장에서는 포장된 도로가 필요할터이고요.

 

소박한 강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잘 다져진 흙길을 걷습니다.

 

애구 건너편에서 군내 버스가 옵니다.

아침에 저를 태워준 버스인데 아마 가덕리 마을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모양입니다.

 

아침에 봐서 아시는지 반갑게 손인사를 해주시더군요.

제가 잘 몰라 차비로 만원을 내면서 거슬러 달라고 해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요.

버스에서는 거슬러 줄 수가 없어 버스를 후진하여

근처 슈퍼에서 잔돈을 만들어 차비를 냈었지요. ㅋㅋ

 

한가로운 마음으로

유유하게 흘러가는 금강을 거슬러 걷습니다.

 

참 마음이 편해지는 풍경입니다.

강은 스스로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것 같은데

4대강 사업으로 세상이 시끄러운걸 보면

이곳에 와서 이 풍경 한번 보고가라고 하고 싶네요.

 

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대상으로

강을 개발하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타당한지 말입니다.

 

지난주 둔주봉 산행을 하고나서 차를 타고 이곳을 지날 때

이 풍경을 보고 나중에 저 작은 다리를 꼭 한번 건너야겠다 생각했는데

이리 빨리 이곳을 올지 몰랐습니다.

 

멀리 보이는 크고 웅장한 다리보다

왠지 이런 작고 소박한 풍경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아마도 자연을 닮고 싶은 사람의 본성이 아닐까요.

인간이 느끼는 기본은 크고 화려함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그런것...

 

제 욕심으로는 이 다리가 징검다리면

더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여울목이라 그런지 강물이 제법 세차게 흘러가네요.

 

강물 소리도 듣고 바람 소리도 들으며

이곳에 앉아 커피도 한잔합니다.

 

아~~ 참 행복합니다.

강바람따라 충만한 기쁨이 가득 내 가슴속으로 밀려오네요.

 

정말 맛난 커피 한잔하고

자리를 일어서기가 싫었지만 다시 길을 나섭니다.

 

고여있는 물에도 작은 자연의 풍경이 담겨있습니다.

 

가덕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까 만난 버스가 안남을 거쳐 이곳까지 오겠지요.

 

 다시 가덕교를 따라 금강을 건너갑니다.

금강을 건너고 또 다시 건너고

참 쉽죠~~~ ㅎㅎ

 

다리위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봅니다.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리고 가야할 길도 바라봅니다.

왠지 아늑합니다.

 

ㅎㅎ 참 오랜만에 보는 흙길 물 웅덩이입니다.

드물게 지나가는 차때문에 조심조심 하는 것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하늘엔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고

강물도 조용 조용 흘러가고

걷는 발걸음도 사뿐사뿐 하네요.

 

숲길이나 산길을 걷는 것과는 다르게

너른 강가를 걷는 것은 시야가 참 시원하지요.

 

바다의 파도 소리와는 다르게

강의 물소리는 가만히 속삭여주는 연인의 목소리와 같고요.

 

강가 주변의 파릇한 풀의 속삭임도

귓가를 간지럽히는 애무와 같습니다.

 

합금 마을에 오니 비로소 민가도 보이고 하네요.

민박 집들도 있는것 같고요.

 

여튼 마을이지만 이곳도 참 한적합니다.

드문 드문 차만 지나다니고요.

 

청마리 입구는 새로운 다리 공사로 어수선하더군요.

이곳 마티 마을 입구 식당에서 라면과 가져온 김밥으로 점심을 하고

다시 청마리를 향해 걷기를 이어갑니다.

 

마을을 가로질러 학교 마당으로 들어서니

아이들 목소리로 분주합니다.

 

이 작은 마을에 이처럼 아이들이 많다는게 이상했는데

아마도 주말 놀이 체험 행사가 있는것 같습니다.

사단법인 아자학교에서 주관하는 것 같고요.

 

오늘 뿐만 아니라

날마다 아이들의 시끄러움으로 가득한 시골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요즘 애들은 이 소년을 알까요.

반공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겠지요.

 

근데 "효자 정재수"라

이 동상은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1974년 세찬 눈보라 속에서 쓰러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옷을 덮어주고 함께 동사한 아이"라고 하네요.

경북 상주에 기념관이 있고요.

 

그리고 학교 바로옆에 제신탑이 있습니다.

마한시대부터 이어져 온거라고 하고요.

 

제신탐은 마을 경계 표시로 수문신과 풍수상의 액막이 구실을 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단순한 돌무덤에 불과할 지 몰라도

옛 사람들의 소망이 깃들여있는 소중한 자산이겠지요.

 

그나저나 

요즘 시골에 가보면 노인분들만 있고

어린이들이 없어 참 썰렁한데

비록 주말뿐이지만 왠지 흐뭇해지네요.

 

돌탑을 끼고 다시 청마리 옛길을 걷습니다.

 

 과거 다리가 없을때는 강 건너편 합금리 주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이 길을 통해 옥천군으로 갔겠지요.

 

그래서인지 길을 참 편안하고 제법 넓습니다.

 

이곳 청마리 입구 버스정류장 이름이 마티라고 되어있는거로 봐서

과거에는 말을 타고 넘나들던 고개였나 봅니다.

 

삶이 모진건 우리네 인간만 그런건 아닌가 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삶이 그러하고요.

 

길을 따라 작은 계곡이 이어지고

큰 산도 아니지만 겨울인데도 수량이 풍부합니다.

근데 참 이상한것은 계곡 옆으로 인위적인 돌 축대가 제법 길게 이어지는 겁니다.

아마도 이곳 마을이 마한 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니

그때의 흔적들이 아닌가 추측해보네요.

 

이 길위에 수많은 사람의 흔적이 있고

나 또한 아름다운 추억 하나 만듭니다.

 

걷는 길에는 

가는 길에만 아름다움이 있는것은 아니지요.

가끔 되돌아보는 길에도 그 흔적은 가득하고요.  

 

길을 걷는 매력중 하나가

그런것 아닐까요.

우리네 삶에서는 지난 과거는 되돌아보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삶의 과거와는 다르게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 느낌은 참 각별하지요.

 

아마도 나의 의지대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가 아닐까요.

지나온 삶처럼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기에 더더욱..

 

아침부터 많은 길을 걸어서인지

다리도 피곤하고 해서

작은 고개마루에 앉아

커피 한잔 타서 따뜻하게 마십니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잔

세상에서 가장 맛난 커피네요. ㅎㅎ

 

"파란 하늘 흰구름 두둥실" 카페라고 할까요.

 

따뜻한 차도 한잔 마시고

오던 길을 이어가는데 갈림길이 나옵니다.

당초 아무런 정보없이 간단한 지도만 가지고 왔기에

순간 당황스러웠으나 직진하면 옛 길로 바로 넘어가는 길이지만

오른편으로 난 길은 금강 방향이기에 강 풍경을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해서 새롭게 조성된 오른편 임도길을 따라 갑니다.

 

마치 계족산 임도 길을 걷는 기분이 들더군요.

 

내년 봄 꽃피는 계절에 오면 참 좋겠다 생각해보네요.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향해 걷습니다.

 

여튼 이곳 임도길은 주변 풍광이 계족산 임도 길보다는

한수 위라는 느낌입니다.

 

 군데 군데 임도 표시기도 보입니다.

근데 조성 시기가 조금씩 다르더군요.

처음에는 2009년 신설하고. 이곳은 2008년이고요.

 

왠지 멋진 풍경을 볼거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고개를 넘어섭니다.

 

역시 멋진 자연 풍경이 반겨주네요.  

 

아~~ 멋진 하늘에 멋진 구름

그리고 아름다운 길..

 

지금 바라보고있는 이 모습도

다시는 볼수 없는 단하나의 모습이지요.

자연은 재현을 하지 않으니요.

그러니 더더욱 소중한 인연입니다.

나와 자연의...

 

이곳 동이면 청마리 임도는

자연 친화적으로 잘 가꾸면

계족산 임도 길 못지 않을것 같습니다.

또 다른 걷기 명물 코스가 될것 같고요.

 

산도 숲도 나무도 깊고

이리저리 이어져 있는 길도 참 매력적입니다.

 

두번째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왼편으로 갑니다.

지도를 보니 오른편 길을 택하면 다시 청마리 쪽으로 내려설것 같고요.

 

근데 이곳이 정말 보물입니다.

 

멀리 마성산 능선이 펼쳐지고

그 앞으로 오대리 능선이

그리고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아~~ 참 멋진 곳이 이렇게 숨어있었네요.

 

가장 볼것 없는 12월 중순에 와도

이처럼 감동적인데..

 

다른 계절에 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정말 꽃피는 내년 4월에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그때는 반대 방향인 석탄리에서 시작해서요.

여튼 생각지도 않았던 그런 보물같은 곳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연이란게 이런건가 봅니다.

내가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부지불식간에 이어지는 만남..

 

소중하고 또 소중한 인연들을

어떻게 간직하고 아껴야 할지..

 

고요함만이 가득한 명상의 길이어도 좋고

 

가벼히

흥얼거리며 걷는 그런 길이어도 좋습니다.

 

소중한 인연의 손을 잡고 걷듯이

그런 포근함으로 걷는 시간이네요.

 

 초 봄과 늦가을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복분자 열매 맺는 계절에 와서 그 열매도 맛보고 싶고요.

 

갑자기 이곳이 동막골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르는 그런 길을 걷고 있습니다.

 

ㅎㅎ 근데 동막골은 아닌가 봅니다.

공장같은 건물이 나옵니다.

 

지도를 보니 이곳에서 직진하면 강변을 따라

지난주 다녀온 둔주봉 산행시

강 건너편으로 보이던 석탄리 쪽 작은 마을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그곳은 가더라도 강으로 막혀있어 이곳까지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하는 길이고요.

 

하여 오늘은 시간도 많지 않고해서

왼편 길로 바로 넘어갑니다.

오늘은 오른편, 왼편, 그리고 다시 왼편 갈림길이네요.

 

고갯길을 넘어서니 오대리와 석탄리 사이로 흐르는 금강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반겨주네요.

 

지도상으로 보는것보다 안터마을로 가는 길도 상당히 깊습니다.

길을 걸으며 바라보이는 것은 첩첩 산중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그러하네요.

 

만나는 사람 하나 없는 그런 길을 몇시간 와서인지

가리내 농원이라는 팻말만 봐도

왠지 반갑네요. ㅎㅎ

 

그래도 농원 입구를 지나니

첩첩 산중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나 하늘도 환하게 트이고요.

 

안터마을로 가는 고갯 마루에 올라서니

지나온 길이 반딧불 서식지였네요.

 

고개를 내려서는데

이제 해도 그 기운이 스러들고 있네요.

마치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지요.

 

주변에 집들도 새롭게 짓고 있고

말 사육장도 있습니다.

 

 

이제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이곳에 서서 지는 해를 봐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안터 마을에도 지석묘나 선돌과 같은

유물들이 많습니다.

청마리처럼 원시시대에는 강을 따라 사람들이 주거를 했기에

이런 흔적들이 많은것 같고요.

 

마을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오늘 하루의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오늘도 참 아름다운 길을 걸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멋진 산 풍경이나 조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산행을 버리고

그처럼 평범한 풍경의 길을 고생스럽게 걷는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왜 걷는지를 이야기해 줄수는 없습니다.

아직은 나를 향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내 마음 또한 아직은 걷기를 통해

그러한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걷기를 통해 내 자신의 영혼이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면

그 걷기가 나를 향하는 길이자

타인을 향하는 길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급하게 걷지 않는것처럼

급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렵니다.

 

내일도 또 걸을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만나는 작은 풍경 하나

카메라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행복이고 기쁨이니까요.

 

 

[Daum 지도를 활용해서 간략하게 표시해본 지나온 청마리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