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시 향적산(香積山) 국사봉(574m)
연산향교 ~ 황산성 능선 ~ 깃대봉 ~
함지봉 ~ 농바위 ~ 국사봉(정상) ~
맨재 ~ 청송약수(두마면 엄사리)
(약 14km, 7시간)
올겨울은 과거 겨울보다는
눈도 많이 오고 날도 춥습니다.
지구가 더워서 식힐려고
올 겨울 이러는걸까요.
올해는 대전 주변에도
눈이 많이 왔기에
멀리 강원도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요.
대전에서 가까운 향적산으로
산행을 갑니다.
향적산 산행은 무상사가 있는
맨재 저수지에서 3시간정도의
가벼운 원점회귀 산행을 하지요.
오늘은 논산 연산면에서
산행을 시작해봅니다.
대전에서 엄사리까지 가서
다시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연산 향교에 도착합니다.
엄사리에서 연산향교까지
택시비가 1만냥이 드네요.
산행 들머리는 연산향교 입구에서
왼편 담장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연산향교가 있는 이곳은
관동2리 마을인데
관동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백제 계백 장군이
화랑 관창의 목을 배였다고 해서
그리 이름 지어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멀지않은 곳에
황산벌도 있지요.
향교는 조선시대 관립 교육기관으로
고을마다 세워져서 교육과 교화를
담당한 곳이라고 합니다.
입구에서 본 마을은 크지 않은데
향교는 규모가 제법 큰걸보면
교육열이 높다는 거겠지요.
산행 채비를 하고 향교 담장을 따라
9시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늘은 눈이 올듯 잔뜩 흐립니다.
산행중 눈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주변에 임도길을 조성중인지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들더군요.
산행길은 좌측 길을 따라 오릅니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약사암 입구 포장된 길을 만납니다.
약사암 좌측편으로
산길이 이어지지요.
벤치에서 커피 한잔 마십니다.
서늘한 느낌이 가득한 분위기와
커피 향내가 잘어울리네요.
행복한 아침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산행을 이어갑니다.
고개를 올라서니
갈림길이 나오네요.
어느 길로 갈가 망설이다가
오른편길이 맞는것 같아
그리 향합니다.
보통 능선 우측에 있는
황산성쪽에서 오르기에
이곳 길은 이정표가
그리 친절하지 않네요.
우아 근데 대박입니다. ㅎ
서리꽃 가득 핀 겨울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좌측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멋진 나무도 만나고요.
그 나무아래로
살포시 눈쌓인
겨울 눈길을 걸어갑니다.
30여분 왔나요.
첨으로 산행
이정표를 만나네요.
왼편으로는 황산성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고요.
국사봉 정상까지는 8.2km나 되네요.
국사봉까지는 오르막길이라
8km 길이가 만만치 않지요.
하지만 멋진 설국의 세상인지라
발걸음은 구름위를 걷는 듯 합니다.
서리꽃 핀 세상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네 삶도 이처럼 담백하고
순수한 모습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박하고 단순한 모습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자연의 모습입니다.
한적한 눈 길을 걸으며
삶의 평화로움을 생각해 봅니다.
참 폭신하고 편안한 이 산길처럼.
돼지를 닮은것 같기도 하고
이 바위는 물개같기도 하네요.
재미난 바위가 시리즈로
등장하네요.
이 바위는 사람의
옆모습같지 않나요.
입을 다물고 있는 로보캅같은
날이 흐리고 간간이 눈발로 날려
멋진 조망은 없지만
길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네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산행길이 아니어서인지
참 한적한 느낌만 가득합니다.
오늘도 역시 이 산을 통채로
전세낸 기분이고요.
깃대봉을 지나 내려서니
표정리 삼거리에
10시 10분경에 도착합니다.
정상까지는 6.8km가 남았습니다.
표정리로 내려서는 길도
눈에 덮혀 있네요.
말라버린 잎 테두리에
눈꽃으로 장식을 한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함지봉을 향해 능선으로 올라서니
환상적인 겨울 풍경이 반겨줍니다.
정말 강원도의 여느 겨울 산
겨울 덕유산, 지리산 등이
부럽지가 않네요.
그저 행복하다는 느낌뿐이고요.
논산 땅이라서 논산시에서
이정표를 설치한것 같고요.
국사봉을 넘어가면
계룡시이기에
이정표가 다르지요.
그래도 시 경계에 있는 산이지만
이정표 정비가 잘되어 있고요.
황홀한 느낌으로 산길을 걷습니다.
살면서 행복이란게 뭐 별거겠습니까.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보는 것
이런 느낌이 바로 행복이겠지요.
여튼 이런 풍경은 정말
겨울 명산 부럽지 않네요.
새벽밥을 먹고 멀리 온것도 아니고
가볍게 와서 멋진 풍경을 만나니
왠지 횡재한 기분이고요.
참 아름답고 또한 서늘하네요.
그저 자연에 감사하지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해주어서요.
햇살이 나면 사라져버릴
풍경일지는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도
찰나의 시간이기에
아름다운 풍경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해도
무엇이 아쉽고 안타까울까요.
그저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것 같습니다.
내 스스로는 애쓰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그런 마음들을
자연은 알아서 해결해주네요.
자연이 주는 잔잔한 감동과
달리 바라지 않는 희생이
저를 그리 만들어 주나 봅니다.
오늘도 좋은 산길을 걸으며
소중함을 배웁니다.
그리고 비우고 싶습니다.
세상사 그저 비우고 싶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가는 인생이기에
비울 수 있는만큼 비우고 싶습니다.
그래야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에
미련이 없겠지요.
오던 중간에 바람이 없는 곳에서
식사도 마치고 12시경에
어은리 사거리를 지납니다.
국사봉이 4.8km가 남았네요.
지나온 풍경이 멋지고
많아서 일까요.
한참을 온것 같은데
그리 멀리 오지는 못했나 봅니다.
황홀한 풍경만 가득하기에
더딘 발걸음이지만
그 길이 멀더라도 가고싶습니다.
더 걷고 싶습니다.
땅만 보고 와서인지
하늘쪽 풍경을 보지 못했네요.
그곳도 무척이나 아름다운것을
걷는 길 내내 행복합니다.
산에서만은 자신있게
나는 행복하다 말할 수 있지요.
30여분을 더왔습니다.
정상도 이제 3.3km밖에
남지 않았고요.
이제 해가 중천에 떠서인지
겨울 풍경이 사라져 갑니다.
서리꽃 풍경도 줄어들고요.
정말 오늘은 오전과 오후의
풍경이 완전히 다르네요.
국사봉 정상은 아직 구름에 가려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명리 극락사 방향
삼거리도 지나고요.
산은 힘들게 올라온 만큼
그 보답은 하지요.
조망이 가려있는 모습이지만
이 또한 아스라하게 좋습니다.
1시 30분경에 지납니다.
국사봉으로 오르는 능선 길
마지막 갈림길인것 같습니다.
확트인 능선에 올라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아스라합니다.
우리네 지나온 삶도 되돌아보면
이처럼 아스라할까요.
농바위 너머 바라보이는
국사봉 정상의 모습도
이제 가까이 보입니다.
눈에 살포시 덮인
계룡시 조망도 시원하고요.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라고 할까요.
시원하고 싸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이제 지나온 편한 길과는 다르게
눈쌓인 바위 능선 길을 조심 걷습니다.
향적산을 멀리서 볼때는
육산처럼 보이지만
멋진 암릉길이 있네요.
이 농바위 능선이
향적산을 가장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1시 30분에 농바위에 도착합니다.
산행한지 4시간이 넘어섰는데
정상을 가지 못했네요.
이제 농바위를 넘어서니
정상이 지척입니다.
뒤돌아본 농바위 모습이
앞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지요.
잠시동안의 바위길을 넘어오니
이제 다시 평탄한 흙길입니다.
2시경에 정상에 도착합니다.
연산향교에서 9km를 오는데
약 5시간이 걸렸습니다.
왠만한 산행 코스네요.
아침에 비해 조망은 열렸지만
계룡산은 안개에 가려있습니다.
그나저나 오전과는 다르게
정상에 오니 바람도 불지 않고
날도 참 따뜻하네요.
하늘이 맑게 개였다면
선명한 조망을 볼 수 있겠지만
오전에 만난 서리꽃 풍경에
마음을 다 빼았겼으니
더 이상 바램은 욕심이겠지요.
더 머물고 싶지만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국사봉에서 종점인
청송 약수터 입구까지는
약 5km 거리입니다.
무상사 원점회귀 산행이었으면
오른편 아래 길로 내려셨을텐데
엄사리까지 능선을 따라 가봅니다.
익숙한 4층 바위도 만납니다.
대전둘레산길잇기 11구간인
구봉산에서 본 바위를
확대해 놓은것 같이 흡사하지요.
그리고 시원한 조망처에 서서
멀리 아스라하게 숨어있는
계룡산 능선도 바라보고요.
3시경에 맨재를 지납니다.
청송약수터는 3.4km가
남았습니다.
무상사 원점회귀 산행을 할때
이곳으로 올라오곤 했지요.
이제 엄사리까지는
동네 뒷산 길입니다.
하루 종일 걸어서인지
산행이 6시간을 넘어서니
다리도 무거워지네요.
하지만 걷는 길이 평탄하니
산행을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숨을 고르며 걷습니다.
엄사중학교로 내려서는
길도 지나고요.
1km 남짓 남았습니다.
동네 뒷산 산책길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고요.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이지만
미끄럽지도 않고 포근포근합니다.
청송약수터가 보이는걸 보니
이제 마무리 시점인가 봅니다.
4시 넘어 엄사리에 도착했습니다.
14km가 넘는 짧지 않는 거리로
7시간이 걸렸네요.
아침 서리꽃의 황홀로 시작해서
동네 산길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산에 오면 언제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행복하다 못해 황홀함을 주는
자연의 모습을 보게되면
더더욱 마음이 가벼워지는데
오늘 산행이 딱 그런 날이네요.
일상의 삶속에서는
쉬이 행복해지기 어렵지만
자연 속에서는 작은 감동에도
이렇게 가볍게 행복해 질수 있으니
이 또한 자연의 위대함인가 봅니다.
늘 떠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떠나고 있습니다.
그 자연속으로.
앞으로도 늘상 떠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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