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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룡산 갑사계곡에서 동학사 계곡으로 넘어오다.

by 마음풍경 2010. 7. 11.


계룡산 갑사, 동학사


갑사 주차장 ~ 갑사 ~ 갑사 계곡 ~ 연천봉 고개 ~

관음봉 고개 ~ 동학사 계곡 ~ 동학사 주차장(약 8km)

 

 

무더운 여름에는 가까운 계곡이 있는 산에 가서 땀도 흘리고

시원한 바람도 맞으며 보내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겠지요.

 

하여 대전에서 가까우면서도 계곡이 좋은 계룡산으로 갑니다.  

 계룡산 산행의 들머리가 여러곳이 있지만 오늘은 갑사에서 시작합니다.

 

매표소 옆 작은 저수지에 연꽃들이 피기 시작하네요.

 

당초 비가오면 대청호반길 연꽃마을을 가려했는데

갑사에서 이리 고운 연꽃을 볼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갑사로 들어서는 숲 길은 언제와도 참 좋습니다.

굽은 길을 굽은대로 곧게 난 길은 곧게난대로 다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갑사는 절 출입구에 강당이 있어 다른 절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지요.

 

담장에는 능소화가 환한 얼굴로 반겨주네요.

능히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고 해서 능소화라고 한답니다.

또한 임금을 그리워하다 죽어 꽃이 된 궁녀 "소화"의 전설도 있고

사모하던 임금 말고는 아무도 손대지 못하도록 꽃에는 독이 있다고 하네요.

보이는 모습처럼 애틋하면서도 고고하고 또한 까칠한 꽃인것 같습니다. ㅎㅎ

 

오랜만에 갑사 대웅전 경내로 들어서봅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참 많지요.

 

갑사에서는 적묵당 너머 바라보이는 계룡산 능선의 모습이 참 멋지고요.

왼편 삼불봉에서 오른편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담장에 피어오른 환한 얼굴 한번 더 바라보며 경내를 빠져나옵니다.

 

적묵당 아래쪽에 돌담으로 만들어진 출입문도 참 아담하면서 예쁘고요.

춘 마곡 추 갑사라고 하는데 가을 단풍 철에 한번 다시 와야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야지요.

오늘은 갑사 계곡을 따라 올라 동학사 계곡으로 내려서려 하기에 오른편 길로 향합니다.

보통은 용문 폭포와 금잔디 고개가 있는 왼편길로 가지요.

 

갑사 계곡 길은 사람들이 별로 없고 한적하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길입니다.

옆으로는 계곡 물소리도 들리고요.

 

편안한 흙길을 걷다가 대자암 입구에서는 잠시 포장 길도 걷습니다.

 

물론 편안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연천봉 고개를 오르기 위해 제법 가파른 길도 가야합니다.

 

잎의 모양이 박쥐가 날개를 편 모습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ㅎㅎ 그래서 박쥐나무라고 한답니다.

 

갑사 주차장에서 10시 20분경에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곳 연천봉 고개에 오니 12시 20분이 되었으니 약 2시간이 걸렸네요.

이곳 고개 옆에 있는 쉼터에서 점심을 했습니다.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산수국도 이곳 저곳 피어있습니다.

 

버섯이 꽃처럼 핀 나무도 보고요.

ㅎㅎ 이제는 버섯 나무가 되었습니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리긴 했으나 신원사 계곡도 보입니다.

깊고 진한 녹음의 풍경이 여름 산행의 특징이겠지요.

 

관음봉 고개에 오니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이곳이 정상인 천황봉으로 가는 주능선의 종점이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국립공원 중에서 정상을 가지못하는 유일한 산이 계룡산인것 같네요.

쌀개봉 너머 정상, 그리고 머리봉과 황적봉 능선을 가지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보통은 관음봉을 갔다가 되돌아 오지만 오늘은 바로 은선폭포가 있는 동학사 계곡으로 내려섭니다.

발아래 동학사가 조그마하게 보이네요. 

 

계룡산 삼불봉과 자연성능의 아름다움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칼능과 황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여전히 아름답게 다가오고요.

저 매력적인 능선을 걸었던 지난 추억도 아스라하게 떠오릅니다.

 

관음봉 고개에서 은선폭포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르기에

지그재그로 내려서야 하지요.

 

살아있는 생명체 중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멋있어지는 것은 나무밖에 없다고 하는데

하지만 생명에는 그 종점이 있겠지요.

 

은선폭포 조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주변 풍경은 여전하네요.

 

다만 장마철이지만 비가 많이 오지않아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 은선 폭포를 보지는 못하네요.

 

멀리 쌀개봉을 바라보며 은선폭포를 내려섭니다.

 

근데 등산로 가운데 이런 둥근 홈이 있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른 낙엽 한잎 띄워봅니다.

 

ㅎㅎ 참 정감이 있는 풍경이 되네요.

하나에 하나가 더해져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조화로움이란..

우리네 삶도 그런 아름다운 더하기가 되어야 하는데

때론 욕심만 더덕더덕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계곡을 따라 내려서다 흐르는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나니

어느새 동학사에 도착했네요.

 

동학사 담장으로 노란 원추리꽃도 피어오르고요.

 

화사하게 핀 원추리꽃, 산수국과 함께한 오랜만의 여름 산행이었습니다.

 

근데 벌써 잠자리가 세상에 나왔나보네요.

원추리 꽃망울에 살포시 앉아있는 잠자리를 만났습니다. ㅎㅎ

 

갑사에서 시작해서 연천봉 고개와 관음봉 고개를 넘어 동학사까지 가볍게 걸어본 시간이었네요.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했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도 또한 시원한 하루였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나는 저 산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도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행복하게 사는 데 저 산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하며,

살아가는 데 저 산을 아는 것말고 무슨 공부가 더 필요할까.

저 산 하나면 나는 족한 것이다.

나는 저 산의 세계를 내 가슴에 안고 있는 것이다."

 

저도 그저 제 걸음으로 조용조용 갈 수 있는 산 하나면 족할것 같네요.

나무, 숲, 야생화, 하늘, 바람, 물, 새 소리 등등

그곳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이 다 있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