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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화순 운주사 와불 길 - 천불천탑의 전설을 따라 걷다.

by 마음풍경 2011. 7. 22.

 

천불천탑의 전설이 있는 운주사 와불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용강리 운주사

 

운주사 입구 주차장  ~ 일주문 ~  운주사 ~ 상사바위(공사바위) ~

찻집 ~ 와불 ~ 칠성바위 ~ 운주사 입구 주차장

 

 

천불산 다탑봉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불교의 깊은 혼이 서린 운주사는 우리나라의 여느 사찰에서는 발견 할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불사를 한 불가사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보면

운주재천불산 사지좌우산척 석불석탑 각일천 우유석실 이석불 상배이좌

(雲住寺 在天佛山 寺之左右山脊 石佛石塔 各一千 又有石室 二石佛 相背以坐)라는 유일한 기록이 있다.

이는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으며 절 좌우 산에 석불 석탑이 각 일천기씩 있고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다’는 내용으로 보아

정말 그때까지만 하여도 석불 석탑이 일천기씩이 실존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 운주사 홈페이지(http://www.unjusa.org/)에서 발췌 >

 

참 오랜만에 화순 운주사를 찾아가봅니다.

이곳에 와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대략 20년 가까이 됩니다.

과거에 왔을 때는 이 일주문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운주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영귀(靈龜) 산인가 보네요.

옛 이야기에 따르면 천년 먹은 거북은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오천살 먹은 거북은 신귀(神龜)라 하고 만살 먹은 거북은 영귀(靈龜)하 한다고 하던데

영귀는 가장 신령스런 거북이 인것 같습니다.

 

일주문으로 들어서니 산 능선 너머로 멋진 뭉게 구름이 반겨주네요.

요즘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풍성한 뭉게 구름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가 줄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운주사에는 천불 천탑의 전설처럼 다양한 형태의 석탑들이 참 많습니다.

입구에 있는 이 석탑이 운주사에서는

가장 높은 10.7m의 아주 늘씬한 자태의 9층 석탑으로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과 형식이 같은 백제계 석탑입니다.

또한 운주사의 중심탑이라 하여 돛대탑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옆으로는 석불군 '가"라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석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며

합장 수인모양의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소박하고 단순하게처리된 여러 석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석불 머리위로는 5층 석탑이 바위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7층 석탑뒤로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늘이 푸르게 펼쳐지네요.

 

대웅전을 향해 들어가는 길목에 이러한 석불군을 여러차례 만납니다.

이곳에서 만난 불상의 모습은 여느 사찰에서 보는 불상과는 그 이미지가 많이 다릅니다.

근엄한 모습도 아니고 순박하고 단순한 민초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야할까요.

어쩌면 이 석불을 만든 장인들이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불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대웅전을 들어서기전 입구에 보물 79호인 석조불감과

보물 798호인 원형 다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 복구 공사가 진행이 되기에 사진에는 담지 않았네요.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운주사는 입구를 제외하고는 주변 돌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인지

기존 사찰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지니는 것 같습니다.

 

대웅전앞에 있는 4층 석탑은 분황사지 양식의 신라 탑의 양식입니다.

보통 탑은 홀수로 만드는게 정상인데 왜 짝수일까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당초에는 7층이나 9층의 높이였으나 전설에 의하면

이 탑을 건립할 때 맑은 날 거대한 이무기가 감고 올라가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그때 이렇게 파손이 되었다고 하네요.

 

대웅전을 오른편으로 휘돌아 삼신각 방향으로 갑니다.

 

탑신은 생략한 채 원형의 옥개석만 층층히 쌓아놓은 발형 다층석탑이 눈에 띕니다.

기존의 형식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자유 정신으로 접근하려는 운주사의 정신을 보여주는 탑으로

미래 부처님인 미륵불이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을 구원하러 오시라는 염원으로

스님들 공양 그릇인 발우 모양으로 탑을 세웠다고 말합니다.

이 탑도 당초 7층이었으나 위 3층이 소실되었다고 하네요.

 

큰 절벽 바위아래 또 다른 석불군을 만납니다.

이곳 주변이 과거 '아제아래 바라아제' 영화의 촬영지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여튼 각 석불군들의 공통점은 아버지 모습의 석불을 중심으로

마치 가족이 모여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다시 발길을 돌려 불사바위쪽으로 가는데 명당탑을 만납니다.

이곳의 위치가 영귀산 머리 정수리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이 탑 역시 기존 탑형식과 조금 전 본 발형 탑의 양식이 혼합된 느낌이 듭니다.

 

명답탑을 지나니 거대한 암벽에 마애여래좌상이 모습을 보입니다.

오랜 풍상에 마모가 되어 처음에는 그 모습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소박한 인상의 모습이 드러나네요.

마치 어린시절 땅에 음각을 한 후 가볍게 흙으로 덮고 난후

다시 그 모습을 찾는 느낌이 듭니다. ㅎ

 

이제 운주사의 뒷산에 있는 불사바위를 향해 계단을 오릅니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참 멋지네요.

 

상사바위에 도착합니다.

영귀산 8부능선에 자리한 거대한 둥근 바위이지요.

 

과거 도선국사가 앉아서 운주사 천불 천탑의 대공사를 관리 감독했다고 해서

공사바위라고도 부른다네요.

 

이곳에 올라서니 운주사 경내와 주변 풍광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운주사를 둘러싼 주변 능선의 풍경이 황홀하기만 합니다.

 

불사바위 위에서 그저 넋을 잃고 바라만 보네요.

소박하지만 자연이 주는 감동은 언제 만나도 늘 새롭기만 합니다.

 

과거 산불이 나서 산 능선이 이처럼 되었다고 하는데

작년 여름 태백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에서 바라본 풍경이 생각이 나더군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44)

 

저멀리 건너편 능선에 우뚝 솟은 작은 산 봉우리도 독특한 풍경입니다.

과거에 왔을 때는 와불이 있는 산 능선에는 올라보았지만

이곳까지는 와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참 좋은 선물을 받습니다.

 

이제 다시 불사바위의 왼편으로 내려서니 조금 전 가보았던 석불군이 나오네요.

 

이곳 주변의 돌들은 대리석처럼 단단한 것이 아니라 잘 바스러지는 석질이라

탑과 불상들을 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든 석공들의 기술이 아주 높았을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날 높지는 않지만 산에도 오르고 했더니

땀도 나고해서 대웅전 입구에 있는 찻집 지혜당에서 시원한 오미자차 한잔 합니다.

 

근데 주변에 사찰에서 키우는 개가 있는데 여러차례 불러도 보지를 않고

귀만 총긋거리며 이처럼 외면해 버리네요.

 

아무래도 개도 절에 오래 있어서인지 성불이 다 되었나봅니다.

차를 마시고 나서는데 아주 편안한 포즈로 오수를 즐기고 있네요. ㅎㅎ

 

이제 운주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와불을 보기위해 계단을 올라섭니다.

 

오르는 길에 거북바위 교차문 칠층 석탑을 만났네요.

고려시대 나타난 백제계 석탑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탑신 사면에 X자 기호가 적혀 있는게 특이하지요.

 

물론 이곳 주변에도 다양한 형태의 석불군이 있습니다.

운주사의 다른 독특한 것은 보통 석불은 하나씩 독립적으로 있는데

이곳은 한 가족의 모습처럼 다양한 형태의 석불들이 모여있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이곳 석불들이 가장 선명한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비 등을 피하기 위한 바위너설의 깊이가

다른 곳에 비해 깊어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석불군을 보고 다시 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와불을 지키는 파순꾼인양

독립적인 입상 석불인 시위불을 만났네요.

 

드디어 운주사를 대표하는 와형 석조여래불을 만났습니다.

크기가 각각 12.7m와 10.3m로 국내 최대의 석불이면서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인 열반상 아니고 앉은 모습의 비로자나불과

서있는 모습의 석가모니불이 하나의 자연석으로 조각이 되어

누워있는 형태로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하나뿐인 유일한 형태라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도선국사가 하룻밤 사이에 천불 천탑을 다 세우고

마지막으로 이 첫번째 와불을 세우려 했으나 새벽닭이 울어 중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오르기전에 만난 노사나불도 모습이

비로자나불 왼편에 있는 석가모니불과 비슷하기에

아마도 비로자나불 오른편에서 떼어내 세운 것으로 보여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한 삼불 신앙의 형태로서 보인다고 합니다.

삼불신앙은 부처님의 몸을 법신, 화신, 보신으로 나눈 것으로

법신불은 비로자나불이고, 화신불은 석가모니불이며 보신불은 노사나불을 말합니다.

 

처음에 만들 때는 하나의 큰바위에서 각각의 부처를 만들어

나중에 이를 분리하여 원하는 위치에 세우려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왜 노사나불만 따로 세우고 나머지 부처는 세우지 못하고 만든 상태로 놓아두었을까요.

그리고 만일 세웠다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어디에 세우려 했을까요.

 

이곳 와불에서 만난 아주 독특하고 묘한 느낌의 주변 능선 풍경처럼

모든게 아스라한 전설속에 남아있나봅니다.

 

어쩌면 암울하고 힘든 세상에서

천불 천탑을 비롯한 와불을 만들어 세움으로써

도솔천에서 계시는 미륵불이 세상에 내려와

미륵 세상을 만들기를 기원한 것은 아닐지요.

 

와불 능선의 주변 조망이 참 좋아 내려서기가 싫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아래로 돌려 내려오는데 채석장이 나옵니다.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부처와 탑 등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서 돌을 채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칠성바위를 만납니다.

칠성바위 또한 와불과 함께 운주사의

불가사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대표 유적입니다.

 

칠성바위는 원반형의 일곱개의 석탑으로

마치 북두칠성과 흡사한 위치에 배열이 되어 있고

돌의 크기도 북두칠성 별의 밝기에 비례하기에

칠성 신앙의 조형물인 북두칠성석으로 본다고 하네요.

옛 사람들은 북두칠성을 농사의 풍요, 생명의 관장,

그리고 죽은 영혼이 돌아가는 별로 여겼다고 합니다.

 

계단을 내려서서 다시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눈에 담았고

처음 이곳에 온것은 아니지만 모든게 다 새롭게 다가왔네요.

 

운주사는 기존 우리나라 사찰과는 다른 독특하고 불가사의한

천불 천탑의 신비로운 전설이 있는 절입니다.

저는 오늘 그 전설을 따라 짧은 길을 걸어보았네요.

물론 그 길을 걸어도 운주사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기 보다는

더 신비로운 생각만 꼬리를 물게됩니다.

혹여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운주사를 둘러싼 

주변 능선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그 능선을 잇는 운주사 둘레길을 만들어 걷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