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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길 - 숨겨진 아늑한 천자암 숲길

by 마음풍경 2011. 7. 20.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

 

 

송광사 ~ 대피소 ~ 송광굴 목재 ~

천자암봉 ~ 천자암(쌍향나무)~ 송광사

(약 9km, 4시간 30분 소요)

 

 

불일암 무소유 길을 걷고 송광사 입구에서

 바로 천자암으로 길을 이어 걷습니다.

 

원점 회귀 코스이므로 송광사 경내는

천자암을 보고와서 들러보기로 합니다.

 

이곳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이어지는 약 12km의 길은

순천 남도 삼백리의 9코스인 천년불심길이기도 합니다.

 

사찰의 아름다운 돌담을 따라

편안한 발걸음으로 길을 걷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바로 천자암으로 가는

오른편 길과 왼편으로 선암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늘은 왼편 길로 올라서 천자암을 거쳐

오른편 길로 내려올 예정이네요.

 

이제 계곡을 가로질러 본격적으로 산길을 걷습니다.

 

이 계곡은 송광굴목재까지 이어지는

홍골이라는 계곡입니다.

 

최근에 장맛비가 많이 와서인지

계곡의 물소리가 웅장하고

흐르는 물도 정말 시원하게 흘러갑니다.

 

한 여름 산행인데도 숲으로 그늘이 지고

길 바로 옆으로는 계곡물이 흘러서인지

전혀 덥지가 많습니다.

 

더우기 걷다가 더우면 바로 옆에 있는

시원한 물에 얼굴을 씻기만 해도 시원해 집니다.

 

저는 조계산을 그저 육산으로만 생각했는데

또 이리 보니 계곡이 무척이나 좋은 산입니다.

 

비가 되어 산에 내린 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 강을 이루고

그 강은 바다로 흘러 다시

구름이 되어 가는 자연의 윤회..

한치의 빈틈도 없는 자연의 생태계입니다.

 

조계산 장군봉으로 오르는 갈림길도 지납니다.

 

때론 신발을 벗고 건너기도 해야하네요.

 

 

 자연의 모습을 보면 어떤 환경에서든

 그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지요.

 

우리네 인간만 그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요.

때론 그것이 인류 문명의 발전이 되기도 하지만

그 무한한 욕심때문에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는 것 같고요.

 

상당히 높이 올라왔는데도 계곡 계곡 마다

물이 풍성하게 흐르는 것을 보니

최근에 비가 참 많이 오긴 온 모양입니다.

 

첫번째 대피소를 지나갑니다.

위로 오르면 오를 수록 경사가

무척이나 가파라서 자주 자주 쉬었다가네요.

 

휴~ 드디어 송광굴 목재에 도착했습니다.

송광사에서 겨우 2.5km거리인데

무척이나 시간이 많이 걸린것 같습니다.

이곳 고개를 넘어 계속 이어가면 선암사로 가지요.

고갯마루에 잠시 쉬면서 고개를 넘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흘린 땀도 식혀봅니다.

 

재작년 9월에 선암사에서 보리밥집까지

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59)

식사 때라면 보리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천자암으로 왔을텐데

오늘은 바로 천자암으로 갑니다.

 

원추리꽃과 함께 여름에 반갑게

만날 수 있는 나리꽃도 만나봅니다.

 

천자암봉을 넘어가야 하기에

무척이나 가파른 길인줄 알았는데

참 편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납니다.

 

나무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같은 느낌이 드는 산길입니다.

 

편안한 숲길을 이어걷다가 갑자기 하늘이 확 트입니다. 

멋진 하늘과 구름이 반겨주네요.  

 

등산로 옆으로 조망처가 있어 올라서니

조계산 연산봉과 장군봉이 한눈에 바라보이고요.

 

"여름날 땀을 흘리면서 한참 고갯길을

오르다가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

가까이서 들려오는 솔바람소리는

오장육부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소나무 아래서 솔바람소리를 베고

 낮잠 한숨 자고 싶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산중의 풍류다

제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걸어올라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맑은 복이다."

 

오전에 법정 스님의 흔적을 만나고 와서인지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니 법정 스님의 글귀가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조망터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천자암봉에 도착합니다.

물론 특별한 정상 표시는 없지만

주변 경관이 참 넉넉하게 조망이 되네요.

 

"어느 산이나 다 그렇듯이, 멀리서 바라보면

정상에는 신기한 무엇이 있을 듯이 느껴진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면 아무것도 없어

허허로운 바람만 거세게 불어올 뿐이다."

 

 

홀로 살면서도 외로움을

 모르고 지내는 터인데,

혼자서 산마루에 올라 서 있을 때 문득

허허로운 바람이 옆구리께로 스며든다."

 

법정 스님이 느끼는 것 처럼 저나 다른 사람이나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다 공감할 수 있는 말씀이지요.

정상에서 서서 시원하고 아름다운 조망을 바라보고 있으면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막연한 그리움이 느껴지니요.

 

천자암봉을 내려서서

조금 가니 삼거리가 나오고

배도사 대피소란 이름의

제2대피소 방향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물론 천자암봉과 송광굴목재를 거치지않고

바로 선암사로 가는 길이지요.

 

이제부터는 그저 한가로운 마음으로

가볍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반적으로 조계산 등산하면 장군봉을 오르거나

아님 선암사로 넘어가는 길을 선택하기에

주 능선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천자암쪽으로는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지요.

 

천자암의 마당으로 들어서니

천자암의 보물인 쌍향수가 보입니다.

송광사에서 이곳까지 약 4.5km 거리로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네요.

 

수령이 800년 이상으로 예측되는

천자암 쌍향수는 천연 기념물 88호입니다.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집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꽃은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합니다. 

근데 일부러 천연 기념물 번호를 88로 붙였는지 모르지만

88이라는 숫자와 쌍향수 나무의 모습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천자암 쌍향수는

남한 유일의 곱향나무이기도 합니다.

곱향나무는 일반 향나무보다 잎이 더 곱게 생겨서

그리 이름이 되었다고 하네요.

여튼 나무의 모습이 마치 두 마리의 용이

나무를 휘감아 도는 듯 위용이 대단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송광사와 선암사는 잘 알지만

이곳 천자암의 쌍향수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긴 저도 이곳 쌍향수를 알게된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네요.

몸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게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풍성하게 자라는 푸른 잎들을 보니

아직도 오래 오래 살것 같습니다.

 

나무의 뒷편으로 돌아가봅니다.

마치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게

절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 않나요.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게

절하고 있는 듯하여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 합니다.

 

일반적으로 두개의 나무가 나란히 있다면

연리지나 연리목과 같은 사랑나무가 대부분인데

이곳은 스승과 제자간의 인연으로 표현이 되었네요.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가 각박해지는 요즘 교육 현장을 볼 때

그 뜻을 널리 알리는 좋은 소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천자암을 나서서 송광사로 가야지요.

 

과거같으면 주로 등산을 했기에 아마도

조계산을 왔다면 십중팔구 장군봉으로 향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산 정상보다는 이처럼 적당한 높이에서

바라보는 산 그리메 조망이 더욱 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송광사로 돌아가는 길은 왔던 길이 아니라 산 능선을

왼편으로 해서 시계 방향으로 휘돌아 가는 새로운 길입니다.

이곳에서 송광사까지는 3.4km입니다.

 

당초 이 길을 걸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어떤 길일까 하는 호기심도 많았지요.

예상한 것처럼 정말 편안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작은 계곡마다 졸졸 시원한 물이 흐르고요.

 

이 길을 휘돌아가는데 마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느낌이 들더군요.

길에도 여러 느낌의 길이 있는데

이 길은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고 픈 그런 사색의 길이네요.

 

좁은 숲길을 딱 막고 서있는 나무를 보니

물개 모습처럼 보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당초 기대보다도 더 멋진

정말 좋은 숨겨진 숲길을 만났습니다.

하여 단풍이 떨어지는 올 늦가을에

이 길로 한번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나 한적한 산길을 편안한 발걸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송광사 운구재에 도착합니다.

이제 송광사까지는 1.4km가 남았습니다.

 

송광굴재를 오를 때는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이 길을 걷는 동안은 사람 한명 만나지

못할만큼 한적하고 조용한 길입니다.

 

조용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서니

좋은 향기를 지닌 편백나무 숲이 반겨주네요.

 

이제 깊고 조용한 숲길을 벗어나서 잠시 햇살도 맞아야 겠습니다.

 

한참을 그늘로 와서 그런지 깊고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 구름이 왠지 더욱 신선하고 반갑게 느껴집니다.

천자암봉에서 본 하늘도 그렇지만 오늘 하늘 참 시원하네요.

구름이 저를 바라보며 "안녕! 반가워" 하는 것 같고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햇빛이 뜨거우면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좋고

또 그 그늘이 살포시 지겨워지면

포근한 햇살이 비치는 푸른 하늘이 좋아지네요.

 

이제 터벅 터벅 더욱 느린 발걸음으로

대나무 숲도 지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에게 인생의 숲이 되어주는 거창한 삶은 아니더라도

작은 쉼터, 조그마한 그늘 하나 있는 작은 나무면 안될까 하고요.

 

길은 외 길이라 외롭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길위에는

그리움도 함께 하기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 길을 걷는 동안

그리운 것들은 잊혀지지 않겠지요.

 

송광사에 도착해서 오를 때 보지 못했던

송광사 경내를 잠시 감상해야겠습니다.

 

송광사 경내를 들어가보는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언젠가 조계산 산행을 와서

잠시 들렀던 기억이 아스라하네요.

여튼 계곡 위 다리를 건너 경내로 들어가는

독특한 주변 배치를 지니고 있는 도량이지요.


저는 요즘 거의 비슷한 형태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대웅전이 있는 곳 보다는

사찰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한적한

암자를 찾아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곳을 찾아가는 한적하고 소박한 숲길이 좋고

그곳에 있으면 왠지 내 마음속

욕심이 줄어드는 것 같아 좋네요.

 

휴~ 이리 저리 지나온 것들이 참 많습니다.

이제 오늘 걷기도 마무리가 되어 가기에

송광사 다리위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네요.

 

쉬고 있는 다리 아래로는 세찬 물소리만이 들리기에

오늘 하루를 정갈하게 정리해 봅니다.

천자암에서 송광사까지의 아늑한 숲길은

참 보물처럼 발견한 걷기 좋은 숲길입니다.

 

ㅎㅎ 오전에 불일암 무소유 길 입구에서 본 이정표인데

자세히 글자를 보니 등산로가 있기도 하다가

또 없기도 한 모양입니다.

하긴 딱히 등산로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무소유로 가는 길은 있지요.  

천자암 쌍향수의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쌍향나무가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좋은 길을 걸었네요.

하여 이 길을 '천자암 쌍향수 길'로 이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