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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만남의 신비 그리고 떠남

by 마음풍경 2011. 9. 8.

 

오늘은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백로(白露)입니다.

 

이번 주말이면 벌써 추석 연휴로 들어가니

이른 추석이라해도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이제 화사한 색을 자랑하던 배롱나무 꽃과 연꽃들의 자취도 사라지고

조금 있으면 붉디 붉은 꽃무릇과 바람에 살랑거리는 들국화가

초가을의 빈 자리를 차지하겠지요.

 

왠지 애잔한 느낌이 드는 이런 시간에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길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지나왔던 길을 뒤돌아보는 안타까움이 더 커지네요.

 

시간이 흐르고 또 시간이 흘러도

그리운 것들은 잊혀지지 않는다는데

올 가을에는 또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안고 보내야 할지..

 

 

< 연잎- 만남의 신비 : 김영무>

 

떠돌이 빗방울들 연잎을 만나
진주알 되었다
나의 연잎은 어디 계신가,
나는 누구의 연잎일 수 있을까

 

연잎 위의 물방울은 진주알을 닮았다.

스며들지도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제 모습을 잃지 않는다.

물방울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잔뜩 오므린 연잎을 떠나지 않는다.

연잎은 물방울을 품어 안았지만 그 사이에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물방울은 연잎에게, 연잎은 물방울에게 영원한 타자다.

그래서 신비롭다. 물을 끌어들이지 않는 연잎의 특징을 소수성(疏水性)이라 한다.

잎 표면의 솜털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실은 길쭉이 올라온 잎자루의 보이지 않는 진동 때문이다.

물은 잎을 적시지 않고, 잎은 물을 깨뜨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꼭 이와 같지 싶다.

 

                                                                     <중앙일보 : 시가 있는아침에서 발췌>

 

 

[대청호반길 6코스 연꽃마을에서 촬영]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