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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룡산 수통골 계곡길 - 노란 생강나무꽃 맞이길

by 마음풍경 2012. 4. 1.



계룡산 수통골 계곡

 

 

수통골 주차장 ~  수통계곡 ~ 성북동 삼거리 ~ 금수봉 ~

금수봉 삼거리 ~ 화산계곡  ~ 수통폭포 ~ 수통골 주차장

(약 6km, 2시간 소요)

 

 

오늘이 4월의 시작인 4월 1일로 만우절이기도 하네요.

어릴 때는 만우절날 가벼운 거짓말로 장난치는 것이 일상화되었었는데

요즘은 그런 낭만도 사라진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나저나 올해의 봄은 유난히도 더디게 오는 것 같아

 3월에는 봄다운 기운을 느끼지 못했었지요.

하여 4월을 기대하며 그 첫날 아침에 수통골로 향합니다.

 

내 인생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곳이

바로 수통골인지라 늘 이곳에 오면 산행의 초심을 되새기곤 하지요.

 

하여 수통골은 길 걷기와 섬 여행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해준

길의 본향과 같은 거제 지심도와 함께 가장 소중한 장소이지요.

 

하여 수통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소박하지만 고향과 같은 정감이 느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계곡의 규모는 그리 크지않지만 물이 통한다는

수통골이라는 이름처럼 이곳 저곳에서 물이 흘러내려옵니다.

 

오르는 내내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마음도 몸도 참 가벼워집니다.

처음에는 세찬 소리로 들리다가 나중에는 소곤소곤 들리고

마지막에는 자장가 소리처럼 들리다가 사라지네요.

 

빈계산과 금수봉의 갈림길인 성북동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들어서인지 오르막길을 날듯이 왔네요.

 

삼거리에서 금수봉까지는 내내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하여 군데군데 쉬어가라는 의자도 설치가 되었네요.

 

하지만 세상사도 다 그렇지만 힘든만큼 얻는 것도 있겠지요.

왼편 우뚝한 도덕봉과 함께 수통골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건너편 빈계산 능선도 편안한 풍경으로 다가오고요.

 

과거에도 늘 이곳 바위 조망터에서 어린 소나무를 만났었는데

세월이 흘러서인지 이제는 제법 큰 나무가 된것 같습니다.

 

 도덕봉에서 금수봉을 지나 빈계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대전둘레산길의 9구간이기도 한데

또 계룡산 둘레길이라는 새로운 걷기 길이 생겼나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계룡산 둘레길을 만들어 걸어보려했는데 이 길이 완성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발아래로는 빈계산에서 용바위를 거쳐 방동저수지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스라하게 펼쳐집니다.

 

약간의 황사가 있어서인지 조금 뿌연 느낌이 들지만

구봉산 능선도 보이고 회색빛 능선이 층층이 이어지네요.

 

싱그런 햇살을 가득 담고 가는데

머리위로 금수봉 정자가 바라보입니다.

 

그리고 금수봉을 오르기 조금 전에 계룡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수통골 최고의 조망처에 도착합니다.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좌우로 날개를 펼친 모습이 그려지네요.

 

오른편으로 장군봉 능선도 파도 치듯이 흘러가고요.

날이 조금 더 선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참 오랜만에 만난 풍경이라 이 또한 좋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능선을 한참 바라보고 금수봉 정자에 도착합니다.

 

물론 이곳에서 대전 시가지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해야지요. ㅎ

 

정자에서 흘린 땀도 식히고 이제 하산길을 이어걷습니다.

한적한 산길을 걸을 때는 자신의 그림자마저도 반갑지요.

 

이제 금수봉 삼거리에서 주능선을 버리고 오른편으로 내려섭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두발로 걷는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 자신만의 시간이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산길을 걷다보면 갑자기 가슴이 탁 트이는 조망도 만나게 됩니다.

잠시나마 바람이 친구가 되고 아침 햇살이 애인이 되는 상상도 하고요.

 

지나온 능선 길을 바라보며 흘러가버린 내 삶의 모습도 떠올려봅니다.

 

한참이나 흘러가버린 그 시간이 진정 후회없는 삶이었냐고,

다시 되돌리고 싶은 그런 아쉬운 삶은 아니었냐고 되묻습니다.

 

지난 시간이든 앞선 시간이든 내 자신의 삶이기에 다 소중한 의미이겠지요.

머지않아 예쁜 진달래 꽃을 피울 이 꽃망울처럼 말입니다.

 

 제법 가파른 길이지만 좋은 풍경과 행복한 생각으로 내려서다보니

어느새 화산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왼편 계곡길은 도룡농이 살기에 생태 보전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지요.

저도 이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딱 한번 이 계곡을 전부 걸어본 적이 있었네요.

 

흐르는 물소리를 음악삼아 다시 계곡 길을 이어 걷습니다.

 

수통골을 마지막으로 온게 2009년 8월인데

그때 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운 여름을 보낸 기억이 새롭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36)

 

지금 흐르는 물이 예전에 발을 담궜던 물이 아니듯

비록 같은 공간속이라고 해도 한번 흘러간 시간 또한 지금의 시간은 아니겠지요.

 

한참동안 흐르는 물을 보다가 고개를 드니 머리 위로

샛노란 생강나무 꽃이 안녕하고 인사를 합니다.

 

지난주 구례에서 만난 산수유 꽃은 이미 알고 만난 것이지만

 

오늘 수통골 계곡에서 만난 이 꽃은 생각지 못한 뜻밖의 만남이라 그런지

하나 가득 기쁨이 마음으로 스며드네요.

 

거기다가 보라색의 현호색도 만났으니 기쁨이 두배, 세배가 됩니다.

물론 해마다 철마다 흔하게 만나는 야생화지만

지난 계절을 보내고 나서 만나는 첫 인연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너무나 반갑습니다.

 

군데 군데 보라색 옷을 입고 숨어있는 꽃들을 보며 걷다보니 수통 폭포에 도착합니다.

 

비록 유명한 폭포들에 비하면 소박한 모습이지만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하기에 저에게는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수통 폭포를 지나 이제 수통골 계곡과는 뒤돌아 보며 안녕을 하네요.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새롭게 나무 테크 길이 생겨서 그 길을 따라 걷습니다.

 

길 옆으로 시가 전시되어 있어 그 시를 하나 하나 읽고 가는 것도 재미납니다.

그나저나 시인은 어떤 재주를 지녔기에 이처럼 멋진 시를 쓸 수 있는 걸까요.

 

 

아름다운 시를 하나 하나 읽고 가는데 흔들 그네가 있어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혼자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흔들흔들 하는 것도 참 재미나네요.

나중에 백발이 되어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흔들 의자에 앉아

자연이 흐르는 풍경을 관조하며 차 한잔하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ㅎ

 

어쩌면 삶과 죽음이 그저 다리 하나 건너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기에

오늘의 여유로운 이 시간이 참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그나저나 올 3월에는 봄의 향기를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4월 첫날 찾아본 수통골 계곡에서 생강나무꽃과 현호색 꽃을 반갑게 만나고 보니

이제서야 봄이 내곁에 오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비록 2시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다림과 만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고마운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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