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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태안 해변길 : 노을길 - 백사장항에서 꽃지까지 걷다.

by 마음풍경 2012. 4. 21.

 

태안 해변길(5구간) : 노을길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 삼봉전망대 ~ 기지포 ~ 창정교 ~ 두여전망대 ~

밧개 ~ 방포 전망대 ~ 방포항 ~ 꽃지 해수욕장

(약 12.8km, 약 4시간 30분 소요)

 

 

태안해변길은 태안군의 가장 북쪽 해안인 학암포해수욕장에서

가장 남쪽항인 영목항에 이르기까지 약 120km의 해안을 잇는 자연생태탐방로로

현재 4, 5 구간만이 개통이 되었고 1,2,3 구간은 올해,

그리고 6구간은 내년까지 개통이 예정이 되어 있습니다.

 

 

"1구간 바라길1(학암포해수욕장 ~ 신두리, 14km), 2구간 바라길2(신두리 ~ 만리포, 14km),

3구간 유람길(만리포 ~ 몽산포, 약 38km, 뱃길), 4구간 솔모랫길(몽산포 ~ 드르니항 13km),

5구간 노을길(백사장항~꽃지해수욕장 12km), 6구간 샛별바람길(꽃지해수욕장~영목항 29km)"

  

이중에서 가장 먼저 조성이 된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꽃지 해수욕장까지의 노을 길을 걸어봅니다.

안면도 백사장항은 자연산 대하를 먹기위해 

가끔 찾았던 곳인데 참 오랜만에 와봅니다. 

 

오늘은 대하 대신 먹음직스런 생선이 렌즈에 들어옵니다. ㅎ

 

백사장항에서 태안해변길 안내 이정표를 찾지 못해서 그냥 바닷가쪽으로 나오니

해변길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있어 그 길을 따라 갑니다.

 

곰솔 숲이 반겨주는 탁 트인 해안 풍경으로 길을 시작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백사장이라는 이름은 옥석같이 고운 흰 모래밭이라 그리 불리었다고 합니다.

흰 모래 사장 너머 보이는 작은 섬은 길마섬이고요.

 

시원하게 이어지는 해안 길을 따라 마치 소나무들이 도열을 하듯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고 그 향기를 느껴봅니다.

가슴속 깊이 신선한 기운이 가득해 지는 것 같네요.

 

해송이라 불리는 곰솔 소나무와 포근 포근한 모래길의 풍경을 보니

비록 오늘 걷는 길의 이름이 노을길이지만 곰솔 해안길이 더욱 어울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날은 흐려서 맑은 모습을 보지는 못해도 차라리 회색빛의 아스라한 정취가 더 어울리네요.

 

이 해안 풍경을 보니 왠지 변산 마실길중에서 이름도

비슷한 '적벽강 노을길'을 닮았다는 느낌도 드는데

하긴 같은 서해안이니 닮은 것이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10)

 

삼봉전망대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태안 해변길 안내 시설을 만납니다.

 공식적인 길은 해안 안쪽에 있는 것 같은데 저는 해안쪽으로 걸었나봅니다.

 

디자인이 아주 깔끔한 태안 해변길의 로고가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보니

대전둘레산길도 이와 유사한 이정표가 있는 것 같네요.

 

삼봉 전망대에 도착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봅니다.

 

바다 건너편의 드르니항의 모습도 보이고 물빠진 해안 풍경도 시원하네요.

 

전망대를 내려서니 귀퉁이에 멋진 모습의 바위를 만났습니다.

왠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움이 가득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제부터는 삼봉해수욕장에서 기지포 해수욕장을 지나

창정교까지 길게 이어진 해안 길입니다.

 

 

모래길 사이로 길게 이어진 빈 껍데기 조개의  풍경이 이색적이지요.

 

이곳 해안은 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철책을 쳐놓았더군요.

 

하여 길도 주로 해안 안쪽 곰솔림이 조성이 되어 있는 숲길을 따라 걷습니다.

 

군데 군데 장애인을 위한 나무 데크길이 설치가 되어 있고요.  

 

오늘 가야할 노을길이 12km로 30리 길인데 눈금을 보니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요. ㅎ

 

그나저나 오랜만에 바다 풍경도 보고 파도 소리도 들으며 걸으니 

세상 사는일에 무겁기만한 마음이 한층 가벼워집니다.

 

이 길은 태안 해안 국립공원에서 주관해서인지

주변 자연 생태도 보호하면서 걷는 시설도 깔끔하게 잘된 것 같지요.

 

태안 해변길 기지포 탐방 안내 센터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태안 해변길 안내도도 구했습니다.

태안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태안 해변길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요.

 

ㅎㅎ 내가 아는 노래 가사가 적혀 있어서 오랜만에 노래를 불러보았네요.

아마 다른 사람이 옆에서 들었다면 돼지 목따는 소리라 했겠지요. ㅋㅋ

 

그리고 다시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된 기분으로 길을 걷습니다.

 

길게 이어진 길이지만 해변길과 소나무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기에 지루한 느낌도 없습니다.

 

군데 군데 쉴 수 있는 의자도 있어서 잠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 서있는데 문득 몇년전 다녀온

증도의 해안 산책길이 생각이 나더군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88)

그나저나 요즘은 새로운 길을 걸어도 

과거에 걸었던 길의 느낌과 풍경이 겹치는 경우가 참 많기에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과거 썼던 글을 자주 연결시켜보네요.

 

모래길과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니 창정교에 도착합니다.

 

바다의 또 다른 매력은 단순함이 아닐까 합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해안선과 모래가 전부인 풍경..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은 우리에게 늘 그 단순함을 깨우치게 해주지요.

다 비우고 단순하게 살라고 그리 사는게 바로 행복이라고 말입니다.

 

다리를 건너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길을 걷습니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모래가 만든 고운 곡선의 아름다움...

 

척박한 모래에서도 여리디 여린 생명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습니다.

  

바다의 풍경과 소리를 벗삼아 모래밭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두여 해변에 도착했습니디다.

 

보통 장승하면 마을 입구 등에 설치가 되어 있는데

두여 해변 모래 사장에 서있는 장승의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이채롭네요.

 

 근데 전신주 기둥에 설치된 화살표가 잘못된것 같네요.

이 방향은 꽃지로 가야하는 방향인데요.ㅎ

 

하여 전신주 건너편을 보니 역시 잘못되어 있고요.

서로 반대로 설치가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여튼 멋진 두여 해변 풍경을 바라보며 두여 전망대로 오릅니다.

 

계단을 올라 능선 길을 휘돌아 내려서니

멋진 조망이 펼쳐지는 두여 전망대가 나옵니다.

이 전망대 또한 과거에 다녀온 거제 내도나

 금오도 비렁길에서 만난 전망대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두여해변은 지형이 아름답고 나무가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 도여라 불렀다고 하네요. 

 

 특히 이곳은 대규모 지각 운동에 의해 지층이 큰 물결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해안 습곡의 모습이 독특한 곳이지요.

오늘은 물이 들어와서 그 모습을 온전히 보지는 못해 아쉽네요.

 

특히 두여 해안의 해안 습곡은 교육적, 학술적 가치도 큰 곳이라고 합니다.

 

전망대 앞으로 새 모양의 작은 바위 섬의 모습도 또 다른 멋진 풍경이 됩니다.

 

오늘도 물론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커피 한잔 해야지요. ㅎ

이제는 카메라와 함께 이 스노우 피크 컵이

나의 영원한 길의 동반자가 되는것 같습니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이제 밧개 해안 길을 걷습니다.

 

늘 그렇지만 길은 언제나 참 행복입니다.

벚꽃 휘날리는 봄꽃 길도 좋고

이처럼 파도소리 잔잔하게 들려오는 해안 길도 좋고요.

 

내가 행복한 마음으로 가야할 길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데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또 있을까요.

이 선물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다만 두발로 걷는 사람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겠지요.

 

밧개 해안가에 돌로 물을 막아 고기를 잡는 독살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하여 저도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해안 독살로 나가봅니다.

생각해보니 해안 길을 내내 걸었지만

이처럼 바닷물 곁으로 가까이 와본 적이 없었네요.

그리움처럼 파도 소리는 가깝고 아스라한 추억처럼 저멀리 새때들은 날아갑니다.

 

자연의 모습도 늘 같은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변해가듯이

내 자신도 역시 세월의 흐름속에 변해가겠지요.

다만 자연의 길을 닮았으면 좋겠다 소망할 뿐입니다.

 

밧개 문주를 통과합니다.

백사장항에서 이곳까지 8.2km를 왔으니 꽃지까지는 이제 4km 정도만 남았네요.

 

산쪽으로 길을 접어드니 막 피기 시작한 하얀색 제비꽃을 만납니다.

사람과의 인연과 다르게 자연과의 인연은 사는 내내 변함없이 이어지지요.

 

 ㅎㅎ 이 길은 거꾸로 뒤돌아 걸어야 하는 것 같네요.

 

여튼 군부대 입구 고갯길을 넘어서니 다시 마을이 나옵니다.

그나저나 태안 해변길은 마을을 만나기기 쉽지않네요.

 

방포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안면도는 꽃게가 유명해서인지 여기저기 꽃게를 나타내는 모습들을 많이 만납니다. 

 

이곳에 바다를 조망하며 쉴 수 있는 의자가 기특하게 있네요.

방파제 너머 할미 할아비 바위도 보이고요.

안그래도 점심 먹고 한번도 쉬지 않아 잠시 쉴 장소를 찾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회색빛 풍경이지만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이 풍경이 그저 좋습니다.

무겁기만한 삶의 인연을 잠시 잊고 이처럼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요.

 

오래 오래 쉬고 싶지만 가야할 길이 남아서 다시 전망대를 향해 계단 길을 오르니

지나온 해안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오늘 걷는 길의 마지막 전망대인 방포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꽃지의 명물인 할미 할아비 바위를 조망할 수 있지요.

 

서해의 3대 낙조 장소로 꼽히는 할미 할아비 바위인데

오늘은 날이 흐려서 낙조의 모습은 보지 못하겠네요.

 

방포 전망대를 내려서서 방포항 방향으로 갑니다.

저멀리 오션캐슬도 보이네요.

 

길가에 예쁘게 핀 수선화도 보고요.

 

천연기념물 138호인 안면도 모감주 나무 군락지도 지납니다.

 

그리고 방포와 꽃지를 연결하는 꽃다리도 건너갑니다.

이곳 다리에서 바라보면 꽃지의 해넘이 경관이 참 아름답습니다.

 

 할미 할아비 바위에는 승언 장군의 전설이 서려있지요.

장보고 장군의 휘하 장수였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 여인이 할미가 되어 죽어서 바위가 되었고

나중에 그가 돌아와서 죽은 아내옆에서 죽어 자기도 바위가 되었다는

승언 장군과 미도 부인의 애틋한 이 전설은

이곳이 위치한 안면도의 지명인 승언리라는 지명까지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다림의 고통이 영원한 행복일까요.

어쩌면 변치않는 사랑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애틋한 사랑의 전설 이야기를 담은 시를 읽으며

백사장에서 이곳 꽃지까지 약 30리 해안길 걷기를 마무리 합니다.

과거에 늘 차로만 왔었던 백사장이고 꽃지였지만

오늘은 그 길을 천천히 두발로 걸어서 이어보았네요.

 

문득 80년대 락 그룹인 Opus의 Live is Life 라는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산다는 것, 사는 재미가 삶이라는 것처럼

나에게는 길을 걷는 것이 삶의 전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걷는 길에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인연과 이별이 있으며

또한 삶과 죽음이 있는... 삶의 전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