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길

갑천 자전거길 - 와동 메타세콰이어 숲을 찾아

by 마음풍경 2012. 6. 10.

 

갑천 자전거길 - 와동 메타세콰이어 숲

 

신성동 ~ 중앙과학관 ~ 대덕대교 ~ 엑스포 다리 ~ 둔산대교 ~ 원촌교 ~ 와동 메타세콰이어 숲 ~ 

갑천 우안길 ~ 신구교 ~ 갑천 좌안길 ~ 대덕대교 ~ 중앙과학관 ~ 신성동

(총 30km, 2시간 30분 소요)

 

 

여름으로 접어들 수록 뜨거운 햇살아래에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지만

어제 비가 오고 오늘 아침에는 날이 조금 흐려서 오랜만에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섭니다.

 

동네 주변 담장에 가득 핀 넝쿨 장미가 환한 얼굴로 반겨줍니다.

 

나무의 푸르름도 더욱 깊어져서 길을 가는 상쾌함이 진하게 전해지네요.

 

탄동천을 따라 이어지는 벚나무의 풍치도 고운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좋은 사람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너무나 매력적인 길이지요.

 

오늘처럼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기에는 무척이나 아쉬운

사계절 내내 고운 모습을 보여주는 길입니다.

 

탄동천을 지나 시원한 강변 풍경이 펼쳐지는 갑천으로 나왔습니다.

 

몇년 동안 이런 저런 공사를 하더니 데크도 만들어지고

이제 마무리가 된것 같습니다.

 

엑스포 다리를 건너오니 수상 스포츠 체험장이란 건물도 생겼네요.

 

그리고 갑천과 유등천이 만나는 지점에 작은 다리가 생겨서 바로 갑천을 이어갈 수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등천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했는데요.

 

도시에 강이 없다면 무척이나 삭막한 모습이겠지요.

물은 사막과 같은 삭막한 도시에 오아시스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보니 대전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이곳 주변이 모두 논밭이었는데 지금은 고층 빌딩이 즐비하니요.

 

자연의 땅은 줄어들고 사람들만의 땅만 늘어나는 것이 발전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욕심은 그 한계가 어디까지 일까요.

 

갑천 우안길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길을 이어 달립니다.

땀에 젖은 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의 상쾌함이란 자전거 라이딩의 또 다른 매력이겠지요.

 

진한 붉은색으로 치장한 꽃양귀비의 모습도 여기저기서 만납니다.

꽃양귀비하면 몇년전에 목포 외달도에서 만난 풍경이 가장 인상적이었지요.

 

오늘 갑천을 찾은 가장 큰 이유가 와동에 있는 숲을 가는 것이기에

엑스포 아파트가 바라보이는 이곳에서 오른편 다리 방향으로 갑천을 잠시 빠져나갑니다.

 

다리 아래를 지나자마자 바로 왼쪽방향으로 돌아 갑천도시고속화도로옆 작은 길을 따라 갑니다.

 

저멀리 고속도로 너머 보이는 곳이 오늘 가야할 숲이지요.

고속도로를 타고 갈 때 늘 지나던 곳인데 그동안 잘 몰랐었네요.

 

경부 고속도로 아래 작은 터널을 통과하니 메타세콰이어가 무성한 숲에 도착합니다.

바라보이는 작은 굴을 통과하면 선진여객 회사 종점과 와동 고가도로가 나오지요.

 

숲 양쪽으로 모두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인지라 차 지나는 소리가 심하지만

숲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우연히 아는 분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되었는데

정말 이런 멋진 느낌을 주는 비밀스런 숲이 숨어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20년을 넘게 대전에서 살고 또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계족산 임도 숲길뿐만 아니라

참 많은 숲을 찾아갔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할까요. ㅎㅎ 

 

숲의 규모가 조금 더 크고 주변에 도속도로가 없다면 무척이나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황량한 공간에 작은 숲 하나 있는 것도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나중에 새벽 안개낄 때 다시 찾아와보고 싶네요.

 

자칭 C급 경제학자라는 우석훈님의 '1인분 인생'이라는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제 누군가에게 나무가 되어주어야 한다.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이제 받아야 할 것보다 주어야 할 것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도 무엇인가를 계속 받으려는 소년처럼 게걸스럽게 손에 쥐려고만 하면,

정말 추한 꼰대로 늙어갈 뿐이다.

 

욕심은 부리면 부릴수록 자족을 하지못하고 더욱 커지기만 하고 결국은 자신을 망치는 괴물이 되지요.

늘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기만한 나무의 모습을 보며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입니다.

 

포근한 숲속에서 마음의 문을 활짝열고 책에 나오는 글귀를 더 옮겨봅니다.

 

돈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추억, 경험, 이런 것들이 길게 보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할수 있어도 하지 않는 여지를 만드는 것,

그게 물질적으로 개인을 행복하게 해주진 않아도,

마음만은 풍성하게 해준다.

그러면 딱 굶고 살 것 같지만, 살아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하루에 세 끼 밥 들어가면, 그 이상 뭐 바랄 게 있을까?

 

 

나도 청춘 시절에, 손에 쥐고 싶은 것도 많았고,

가보고 싶은 곳도 참 많았다.

이젠 그런 것들이 조금씩 부질없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죽어라고 하고 싶은 일, 그런 것들이 하나씩 몸에서 빠져나간다.

그런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사람은 마흔 살에 죽고, 예순 살에 묻힌다."

 

저도 몇년 후 조기 은퇴를 하고 시골 생활을 준비하는 것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마음때문이네요.

여튼 아주 작은 숲이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아 이곳에 잠시 머무는 동안

비움과 삶에 대해 다시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아름다운 숲을 만나는 것은 아주 좋은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들지요.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굴을 빠져나와 다시 길을 이어갑니다.

 

고소도로가 보이는 논밭길을 자전거를 타고 걷는 기분이 참 재미납니다.

여튼 오늘 와동 숲을 찾지 않았다면 이 길 또한 알지 못한것처럼

하나의 작은 인연은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이 삶의 묘미이겠지요.

 

고가도로 아래를 왼편으로 휘돌아 갑니다.

 

그리고 오솔길을 빠져나가니 다시 갑천을 만나게 됩니다.

야구 연습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20년전에 약 10년 동안

주말마다 사회인 야구에 빠져서 행복했었던 추억이 잠시 떠오르더군요. ㅎ

직업이든지 취미든지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인생도 그렇지만 길도 이처럼 멀리서 바라보면 더욱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요즘 나라 전체가 길 만들기 붐이 한참이지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길걷기가 공해를 만들지도 않고 사람들의 건강에 좋은 장점도 있지만

너무 경쟁하듯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 같아서 조금의 우려도 됩니다.

 

이제 다시 갑천 우안 자전거길을 달립니다.

 

과거에 길을 걷다가 기차를 만나면 서로 바라보며 손도 흔들어 주곤 했는데

요즘 기차 특히 KTX는 너무 빠르고 너무 높게 있기에 그런 낭만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개망초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길을 따라 바람처럼 흐르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보통 '개'자가 들어가면 천하고 나쁜 것으로 인식이 되는데

개망초 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합니다.

하나 하나 보면 참 귀엽고 빠지는 것이 없는데

경술국치 무렵에 지천으로 피어나서 망국초라는 이름까지 얻었다고 하니

꽃의 팔자도 참 기구하지요.

 

이름이야 어찌되었든지 간에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이 참 아름답고 고맙기만 합니다. 

길가에 피어난 꽃과 멋진 나무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 무척이나 조화롭습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신구교가 보입니다.

 

그리고 신구교를 반환점으로 해서 다리를 건너 다시 되돌아갑니다.

 

생각해보니 4~5월만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것은 아니었네요.

 

더운 여름을 미리 알리려는 듯 여름의 초입인 6월에도 더욱 진한 붉은 색의 꽃들이 피니까요.

 

 날이 정오로 접어드니 햇살도 뜨거워집니다.

하여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정자에 잠시 쉬었다 가네요.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또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것이 길인것 같습니다.

 

갈 때는 수상 스포츠 체험장에 배들이 보이지 않더니

이제는 제법 배들이 많아졌네요.

 

갑천을 빠져나와 연구단지 숲길을 이어갑니다.

제가 사는 동네이긴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곳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바쁘지않으면 일주일에 책을 한권 정도 읽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주에 읽었던 책에서 인상적인 글을 제 블로그에 옮기곤 하지요.

오늘도 물론 이번 주에 읽은 우석훈 님의 1인분 인생에 나온 좋은 글귀를 인용하게 됩니다.

 

가끔 죽음을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다짐해 보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서 자연과 함께 죽음을 맞고 싶다는 것.

둘째는, "아직은 할 일이 많은데"라고 생각하면서 죽음을 못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삶을 살지 않는 것.

 

특히 공감을 느끼게 되는 글귀를 만나면 참 반갑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엉뚱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도 생기지요. ㅎ

 

가볍게 돌아본 자전거 길이었지만

찾아가고 싶었던 와동의 메타세콰이어 숲도 가보았네요.

 

끝으로 아주 공감이 되는 글귀 하나 더 인용을 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저는 아래 취미에 길걷기와 자연찍기를 추가해야 할 것 같네요.

글고보니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 ㅎㅎ

 

내가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자연을 위해서,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을 생태계와 다른 생명에게 내어주면서

그렇게 자연인으로 나머지 시간들을 순리대로 살아갈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