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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대전천 자전거 길 - 중촌동 평화의 나무를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2. 6. 25.

 

대전천 자전거길

- 중촌동 평화의 나무를 찾아서 -

 

신성동 ~ 탄동천 ~ 엑스포다리 ~ 유등천 좌안 ~

대전천 우완 ~ 중촌동 평화의 공원(평화의 나무) ~

유등천 ~ 엑스포다리 ~ 화폐박물관 앞길 ~ 신성동

(총 22km, 2시간 소요, 휴식포함)

 

 

최근들어 비가 거의 오지않아 대지가 많이 메마릅니다.

특히 물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도 고통이 심할거라 생각하니

숲으로 찾아가기가 왠지 꺼려지네요.

하여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중촌동 평화의 나무를 찾아가봅니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도 없고 너무나 한가하네요.

 

탄동천변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청량한 새소리를 들으며 지나갑니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오늘처럼 새벽 공기를 가르며 가보는 것도 처음인것 같습니다.

 

과학관 근처 어린 나무에도 가물어서인지 물주머니를 채워놓았네요.  

 

아침 6시도 되지않았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날은 벌써 밝았습니다.

 

대전 동쪽에 있는 계족산 능선위로 해가 떠있을텐데

날이 조금 흐려서인지 해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엑스포 다리를 건너서 유등천을 따라 꽃들이 화사한 천변길을 달려갑니다.

 

도시에 이처럼 여유로운 강물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살기 힘들까요. 

 

인간에게 휴식의 공간과 자연의 바람을 제공해주는 참 고마운 자연의 선물입니다.

 

 이제 유등천을 지나 대전천으로 접어듭니다.

대전천 방향으로는 참 오래만에 와보는 것 같네요.

 

구름이 조금 걷혔는지 빨갛게 떠오르는 해도 만나게 됩니다.

 

새가 나르는 아파트 위로 아름다운 해가 뜨는 풍경도 참 이색적이네요.

 

오늘은 평화 공원내의 평화의 나무를 찾아 나선 길이기에

대전천을 빠져나와 중촌동 선병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선병원 앞길을 휘도니 망루를 먼저 만나게 됩니다.

 

망루가 있는 이곳 주변은 일제 시대에 대전 형무소가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자물쇠가 잠겨져 있어서 망루에 올라볼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안내판이 무성한 풀로 가려있는 것을 보니

관리의 주체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아쉬움도 듭니다.

 

이곳 평화공원은 단순한 과거 형무소 터가 아니라 우리의 아픈 과거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에

평화공원이라는 그 이름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반공애국지사 추모 영령탑 앞으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오늘 이곳을 찾아온 목적인 평화의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주변에 사시는 할머니분들이 나와서 계십니다.

이분들도 이 나무에 대해 잘 알고 계시더군요.

어제 KBS 프로그램에 소개된 것도 말씀해 주시고요.

 

나무에 대한 안내문에는 60년 정도로 설명이 되었으나 어제 KBS 방송에서는 백년 정도로 말하더군요.

 

이 나무는 좌우익으로 나눠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과거의 아픈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았겠지요.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고 국가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키키 위해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당하고 고통을 당해야 했는지요.

 

자연처럼 그리고 나무처럼 서로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면 될텐데 말입니다.

 

나무 구경을 하고 뒷쪽에 있는 우물터로 가봅니다.

 

한 할머니 말씀이 이곳에 귀신이 산다고 귀신 우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긴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그럴만도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대전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었는데 이곳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 참 이상하네요.

어쩌면 좌익과 우익 모두의 아픈 상처들이 남겨진 곳이라 그런지

그만큼 숨기고 싶고 외면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씁쓸하지만 그것이 아직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현실이겠지요.

 

제 아들놈도 지금 철원 땅 최전방에서 힘든 군대 생활을 하고 있지만

평화 공원이라는 이름처럼 다시는 이 땅에 더이상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없고

평화와 화해만이 가득한 세상이 되길 진정 소망해봅니다.

 

중촌동 평화공원을 빠져나와 굴다리를 지나 다시 유등천으로 나왔습니다.

 

이곳 천변은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평화로운 모습이네요.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 천양희 시인의 '너에게 쓴다' -

 

 

조금은 아픈 과거의 흔적들을 보고 나서인지 마음이 무거웠는데

천변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네요.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그렇고 꽃이 그렇고 또 하늘이 그렇고 강물이 그렇고요.

 

되돌아가는 길 또한 굴리던 페달을 멈추고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풍경만 가득하네요.

이럴 때는 삭막한 아파트의 모습도 자연과 더불어 좋은 모델이 되어줍니다.

 

다만 하천 주변 풍경은 아름답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검푸른 녹조가 생겨서 강물의 오염 상태가 심각하게 보이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네요.

 

여튼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변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늘 상쾌하지요.

 

특히 오늘처럼 새벽에 만나게 되는 주변 모습은 더욱 신선하고요.

 

갑천을 빠져나와 다시 화폐박물관 가로수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참 오랜만에 아침 일찍 나서본 새벽 길이었습니다.

평화의 나무를 보며 늘 잊고 지냈던 평화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고

또 그곳에서 만난 할머니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삶의 진정성도 잠시 느껴본 소중한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