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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주변길

무등산 국립공원 설경길 - 내 삶의 큰바위 얼굴같은 산

by 마음풍경 2013. 1. 6.

  

무등산 국립공원 설경길

 

 

무등산장(원효사) 주차장 ~ 제철유적지 ~ 서석대(무등산 옛길 2구간) ~ 입석대 ~ 장불재 ~

중봉 ~ 중머리재 ~ 새인봉 ~ 증심사 주차장(12km, 5시간 소요)

 

무등산이 2013년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으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서석대와 입석대 등  해발 천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주상절리대

또한 자연의 웅장함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산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무등산은 제 삶의 큰바위 얼굴같은 이정표가 되는 산이기에

국립공원이 된다는 사실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난 12월 중순에 무등산을 와보고 채 한달도 되지않아 다시 무등산으로 발길을 했습니다.

그날은 화려한 겨울 눈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황홀한 운해를 만나는 대단한 행운이 있었지요

(무등산 운해길 - 서석대에서 황홀한 운해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56)

 

오늘은 산악회 회원님들과 함께 무등산 옛길을 따라 설국 길을 걷습니다.

 

제가 작년 12월에 다녀간 이후에 눈이 참 많이 왔는데

이곳 무등산 옛길에도 소복한 눈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무등산 옛길 2구간은 참 인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09년 옛길을 처음 찾은 이후로 벌써 4번째 이 길을 걷게되니요.

 

하긴 강물같은 덧없는 인생의 흐름속이기에

작지만 소중한 인연 하나 가슴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너무 익숙하다보니 동네 뒷산에 오르는 기분이 들어서 일까요. ㅎ

몇걸음 옮기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무등산 정상이 가깝게 바라보입니다.

 

본격적으로 능선으로 올라서니 북쪽으로 장성의 불태산과 담양의 병풍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흰색의 눈이 쌓여서 인지 더욱 아스라하게 다가오네요.

 

물론 서석대를 오르며 바라보는 중봉과 사양능선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광주 시내의 조망은 늘 봐도 경이롭고 아름답기만 하고요.

100만이 넘는 도시에서 이처럼 가까운 곳에 천미터가 넘는 산이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빛고을 광주뿐이라고 합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부는 조망처에 서있으니 지난번 무등산 운해의 모습이 새삼 떠오릅니다.

여튼 그날의 장엄한 운해도 좋고 지금 이순간의 탁 트인 조망도 좋네요.

 

아주 옛날에는 이곳이 군사 통제지역이라 겨우 1월 1일 하루만 입석대까지만 와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쉽게 자주 오게되니 서석대를 바라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감회가 늘 새롭습니다.

 

무등산 정상이 아닌 서석대 정상에 올라섭니다.

그나저나 이제 국립공원이 되었으니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군사 시설도 이전이 되길 더욱 소망해보네요.

 

바람은 차가웠지만 하늘의 조망은 너무나 시원하고 아름답습니다.

 

차가운 바람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푸른 하늘 풍경에 가슴이 시려집니다.

 

이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지난번 MBC 나가수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은미씨가 불렀던

1960년대 후반 팝송인 Both Sides Now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서 흥얼거려봅니다.

 

I've looked at life from both sides now,
from win and lose, and still somehow
it's life's illusions I recall.
I really don't know life at all.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는 인생의 양면을 보죠

승자와 패자의 면에서,

그러나 여전히 내가 돌아보는 인생은 환상이랍니다.

인생이 무언지 저는 정말 모르겠네요.

 

 

빛과 그림자가, 선과 악이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서로 공존하는 것이 삶이겠지요.

서로 상반되는 존재이긴하지만 한쪽이 없으면 다른쪽도 없어진다는 역설이 또한 세상의 이치인지도 모르고요.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석대를 내려오니 어느새 입석대에 도착합니다.

하늘의 조망이 좋아서인지 그저 날개를 단것처럼 가볍게 내려서네요.

 

입석대를 지나니 멋진 구름이 배경이 되는 장불재도 지척입니다.

 

물론 왼편으로 보이는 백마능선도 여전히 멋진 능선의 곡선미를 보여줍니다.

흰 억새 살랑거리는 늦가을 다시 찾기로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네요.

 

오늘은 다른 맑은 날과는 다르게 하늘에 피어오른 구름의 모습이 왠지 성스럽게 느껴집니다.

 

국립공원이 되더니 그 산 기운도 더욱 세지는 것일까요. ㅎ

장불재에 서서 서석대와 입석대가 있는 정상 봉우리를 바라보니 입이 다물어 지지않는 풍경이 하늘 가득 펼쳐집니다.

 

인생은 흔적이다. 흘러가고 사라지고 흩어질지언정 그 흔적은 소중하다.

물처럼 흐르고 바람처럼 사라지고 모래처럼 흩어질지라도 마음엔 남고 영혼엔 아로새겨지는 흔적,

 

 

우리는 이 순간에도 그 흔적을 누군가에게 남기며 산다. 그게 인생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너의 흔적이고 너는 나의 흔적이다.

어쩌면 그게 사랑 아닐까 싶다.

 

                                   < 정진홍 - 마지막 한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지난 삶의 흔적들이 사랑으로 남는다면 정말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이겠지요.

나이를 먹어갈 수록 인생의 성공이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제 삶의 모습과 제 자신에서 풍겨지는 향기가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향기를 주는걸까요.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면서 혹여 악취는 아닐까 두렵기도 합니다.

남에게 좋은 향기는 주지못할 지언정 나쁜 향기는 주지말아야 할텐데요.

 

 과거 젊은 시절에는 내 고향 빛고을의 설움과 안타까움이 풀리지않아

한숨들로 쌓이고 쌓여 한이 된적이 있었지요.

 

그때마다 무등산은 제 등을 쓰다듬어주며 위로를 해주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지요.

 

어릴적 무등산을 보고 아이들과 골목길에서 놀이를 하고

책가방을 매고 학교를 다닐 때는 잘몰랐습니다.

그저 넉넉하고 멋진 봉우리가 내 집 가까이에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고향을 떠나 서울로 대학교를 가서 타향 살이를 하다보니

고향의 무등산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어린시절 늘상 바라보던 무등산의 봉우리가 저의 큰바위 얼굴이었다고..

어린시절부터 청년시절을 잇는 내 삶의 이정표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지요.

물론 앞으로의 남은 생애에도 늘 무등산은 저에게 영원한 큰바위 얼굴로 남을겁니다.

 

애고~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제가 무등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인

중봉으로 이어지는 아늑한 길을 걷고 있었네요.

 

중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무등산의 모습 또한 제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풍경이지요.

 

사양능선 아래로는 광주 시가지가 더욱 가깝게 바라보입니다.

 

또한 중머리재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 풍경은 중봉의 또 다른 선물이지요.

 

일상은 위대하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과 같은 것.

긴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로 나날이 새로 채워져야한다.

그 뻐근한 일상의 무게가 없으면

삶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영원히 허공을 떠돌 것이다.

 

                                       <최영미 - 시대의 우울 중에서>

 

 

저도 무지개를 찾아가는 삶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지만 그날 그날 느끼는 일상의 행복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느끼고요.

 

하긴 과거에는 저도 행복은 아주 거대하고 멀리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지요.

하지만 자연과 바람 그리고 산이 저에게 가르쳐주더군요.

 

산에올라 제 볼을 스치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이

또한 그늘이 되어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의 고마움을 통해

행복은 우리네 일상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중봉에서 중머리재로 가파른 능선 길을 내려서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 친구가 있습니다.

과거에 눈이 많이 내리던날에 남들이 가지 않는 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제 눈에 들어온 나무였는데 왠지 마음이 이 나무로 끌리더군요.

그 이후로 제가 무등산에서 가장 아끼는 나무가 되었지요.

그나저나 지난번 태풍때문인지 가지가 조금 상했더군요.

 

가파른 능선길을 내려서서 넉넉한 중머리재에 도착했습니다.

 

고개를 올리니 서석대와 장불재 그리고 중봉의 모습이 저멀리 아득하게 바라보이네요.

 

하늘은 여전히 고운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고요.

어쩌면 제가 원하는 사진이란 화려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이처럼 무언가 따쓰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풍경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중머리재에서 새인봉 방향으로 길을 이어 걷습니다.

 

 눈길을 따라 포근한 길을 걷다보니 새인봉의 모습을 만나게됩니다.

 

새인봉은 무등산에서도 조금은 독특한 봉우리이지요.

다른 봉우리들은 대부분 넉넉하고 완만한 봉우리 모습인데 이곳은 암벽이 있는 모습이니요.

 

무등산의 주능선을 가깝고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처가 되기도 합니다.

 

재미난 모습의 바위도 많고 과거에 철 계단 등의 안전 시설이 없을 때는

무척이나 스릴이 있는 길이기도 했지요.

 

발아래 눈쌓인 약사암의 모습도 바라보입니다.

이곳 조망처에도 멋진 소나무들이 많이 상했더군요.

 

그나저나 이곳 조망처에 서서 바라보니 지나온 길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복습하는 기분으로 지나온 풍경들을 눈으로 담아보네요.

 

첫번째 봉우리를 넘어서니 새인봉의 멋진 모습이 나타납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이곳을 마지막으로 온것도 2009년 10월로

무등산의 다른 길은 자주 갔어도 이길로는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진 무등산 산행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78)

 

이곳 새인봉의 너른 조망바위도 추억이 참 많은 곳입니다.

갑자기 일몰이 보고싶어서 이곳을 찾은 적도 있었고

또 눈이 내리는 날 이곳에 와서 내리는 눈을 한없이 바라보기도 했고요.

저는 아들에게 유언으로 나중에 내가 죽으면 유골의 절반은 할아버지 할머지가 계신 곳에 뿌리고

또 그 절반은 중봉에서 중머리재로 내려서는 능선에 있는 소나무 근처에

그리고 나머지는 이곳 새인봉 너럭바위 바람에 날려달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무등산을 큰바위 얼굴처럼 생각하고 살았던 한 아이가

그동안 살면서 간직했던 추억과 사랑 그리고 행복과 회한들을

마지막으로 이곳 무등산에 묻고싶은 작은 소망이겠지요.

 

이제 새인봉과 운소봉을 넘어 편안한 숲길을 걸으며 오늘 무등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기쁨을 나누는 친구는 그냥 친구이지만 아픔을 나누는 것은 영혼의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여 지난 시절 기쁨도 함께하고 슬픔과 아픔을 나누고 위로해준

무등산은 저의 큰바위 얼굴이자 영혼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제 마음속에 이처럼 멋진 친구 하나 있으니 저는 진정 행복한 놈이고 깜이 되는 놈이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