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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주변길

무등산 운해길 - 서석대에서 황홀한 운해를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2. 12. 16.

 

무등산 운해길

 

 

무등산장(원효사) 주차장 ~ 제철유적지 ~ 서석대(무등산 옛길 2구간) ~

입석대 ~ 장불재 ~ 임도 길 ~ 늦재삼거리 ~ 무등산장 주차장

(11.5km, 4시간 소요)

 

 

무등산 옛길중 정상을 오르는 가장 멋진 길인

무등산장에서 서석대로 이어지는 2구간 길을 걸었습니다.

당초 화려한 눈꽃을 기대하며 서석대로 올라갔는데

눈꽃보다 더 황홀하고 아름다운 운해를 만났습니다.

몇십년 동안 수십차례 무등산을 올랐지만

이처럼 운해를 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네요.

나의 큰바위 얼굴인 무등산이 참 멋진 선물을 주었습니다.

 

 

2010년 12월에 무등산을 와보고

만 2년만에 무등산으로 발길을 했습니다.

(1박 2일 이수근이 걸었던 빛고을 무등산 옛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97)

무등산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등산 옛길 2구간 길을 걷기 시작하네요.

 

당초 이곳에 온다고 계획할 때만 해도

눈이 오고해서 멋진 설국을 보리라 예상을 했는데

갑자기 날이 포근해지는 바람에 비가 내려서인지

눈의 흔적은 없고 마치 겨울이 지나고 초봄이 오는 분위기 입니다.

 

그나저나 무슨 인연인지 벌써 이 2구간을 3번째 걷게 되네요.

 

무등산 옛길이 생기기전에는 이길은 등산로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지요.

 

하여 무등산의 다른 등산 코스보다는 원시적인 느낌이 물씬합니다.

 

편안한 숲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제철 유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동한 김덕령 장군이

이곳에서 무기를 생산하기위해서 철을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없었는데 이곳 주변으로

무등산 의병길이라는 새로운 길이 생겼는데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의병 활동지를 이어가는 길인것 같네요.

 

질퍽거리는 길을 걷는데 새 한마리가 날아가지 않고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무슨 인연인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날아가는데 오랫동안 앞에 있더군요.

 

안개 자욱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걷습니다.

삶이란게 이처럼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안개속이지만

그래도 길이 이어지듯이 삶도

그렇게 이어질거라 희망이 있기에 살겠지요.

 

손을 꼭 잡고 산을 오르는 연인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니

사랑이란 의미는 무얼까 생각해봅니다.

 

문득, 아니 오래 전부터 난 참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아무리 목숨을 걸어도 목숨이 걸어지지 않는,

일종의 그런 운명 같다.

이래서 사람이 안 되는 것도 같고

아무도 나를 사랑할 것 같지 않으며

사랑이 와도 바람만큼만 느끼는 것.

그래서 내 사랑은 혼자 하는 사랑이다.

사랑은 순례의 길과도 같아서 그 길을 통해

자기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속성이 있다.

아니 그 속성만 있다.

그 속성으로 구원받고자 함이 사랑이라면,

사랑한다는 말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구원받겠다는 말이다.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내 사랑은 혼자하는 사랑이다.'

책을 읽는데 이 글귀가 가슴에 팍 와서 박히더군요.

여튼 신에 대한 사랑이든 아니면 사람에 대한 사랑이든

저에게는 늘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원효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도 들으며 가파른 길을 좀 더 올라서니

짙은 안개속에서 조금씩 햇살이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서석대로 오르는 길 입구에서 바라보니

안개는 옅어지고 이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당초 안개가 계속되면 서석대를 오르지 않고

이곳 입구에서 중봉방향으로 하산을 하려고 했는데

다행하게도 이처럼 맑은 하늘이 펼쳐지네요.

 

비록 눈꽃은 없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조망처에 도달하니

우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웅장한 운해를 만납니다.

 

발아래로 장불재의 통신탑들도 거대한 운해의 기운에 고개만 내밀고 있고요.

 

이곳 빛고을에서 자라면서

수십년동안 수십차례 무등산을 올랐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운해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거기다가 아침 일출 시간도 아니고

한낮에 이런 풍경을 보게될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너무나 황홀한 풍경에 나의 정신과 마음을

온통 빼았기는 기분입니다.

아니 전부를 다 기꺼이 내놓았다는 말이 맞겠지요.

 

정말 이순간만큼은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는 그런 시간입니다.

자연에서 느끼는 사랑의 절정이라고 할까요.

 

아름다운 운해를 뒤로하고

좀 더 높은 곳에서 그 장엄한 모습을 보기위해

서둘러 서석대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자연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저도 과거에 주말마다 산을 아주 많이 다녔지만

설악산 공룡능선의 아침 운해의 모습 등

운해의 풍경을 산에서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요.

 

무등산은 도시에서 가까워서 이처럼 웅장한 운해가

만들어지는 것이 극히 드문 일인텐데

오늘은 정말 대단한 행운의 날인 것 같습니다.

 

당초 눈도 녹고 안개만 자욱해서 1%의 기대도

하지 않고 서석대를 향해 길을 걸었는데 말입니다.

 

아늑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혹시 마법에 빠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나혼자만 그 마법에 빠진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ㅎㅎ

 

비록 무등산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서석대이지만

언젠가는 저 무등산 정상에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물론 최근 들어서는 일년에 한번 정도 정상을 개방하고 있고

또 머지않아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희망이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여튼 서석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에서

인간이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경외감을 새롭게 느껴봅니다.

 

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을 때가 있지.

누가 봐도 그 길은 영 아닌데

다시 가보고 싶은 길.

 

 

그 길에서 나는 나를 조금 잃었고

그 길에서 헤맸고 추웠는데,

긴 한숨 뒤, 얼마 뒤에 결국

그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거지.

 

 

아예 길이 아닌 길을 다시 가야 할 때도 있어.

지름길 같아 보이긴 하지만 가시덤불로 빽백한 길이었고

오히려 돌고 돌아 가야 하는 정반대의 길이었는데

그 길밖엔, 다른 길은 길이 아닌 길.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정상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도 한잔하면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바람은 제법 차갑지만 그래도 날이 포근하고

 햇살이 좋아서 한없이 앉아있고 싶더군요.

 

하지만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서 

시원한 조망은 다시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리네요.

하여 짐을 챙겨 하산을 시작합니다.

 

내려서는 길에 입석대에 인사는 하고 가야지요. ㅎ

 

서석대에서 장불재로 내려서는 길에도

잠시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다시 구름이 가득해집니다.

 

그리고 장불재에서 다시 무등산장 방향으로

가기위해 중봉으로 가는 임도길을 걷습니다.

 

중봉으로 가는 길도 아주 잠깐 하늘을 보여주고

다시 구름이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네요.

 

당초 중봉에 올라서 광주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사양능선을 타고 무등산장으로 되돌아 가려고 했으나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임도 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무등산을 수없이 왔었지만 군사도로인

이 임도길을 온전히 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비록 안개속이지만 생각보다는 멋진 풍경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임도 길은 이처럼 안개속에서

걸을 때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개는 때론 평범한 길을 운치가 있고

낭만이 가득한 풍경으로 만들어 주니까요.

 

동화사터 입구도 지나고 늦재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과거 겨울산행 때 이곳 눈길을 미끄럼을 타고

지나간 추억이 생각이 나데요. ㅋ

(무등산 눈꽃길 - 규봉암에서 서석대에 펼쳐지는 설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1949319)

 

다시 산행을 시작했던 무등산장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나저나 장엄한 운해를 무등산에서 보다니 마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약 30분 정도만 허락이 된 자연의 선물이었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이번 무등산 길은 기대감은 버리고 작은 설레임만 안고 걸었는데

그처럼 장엄한 운해를 만나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세상일도 이처럼 늘 행운과 행복만 가득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