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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공주 연미산 조망길 - 금강과 예술이 어울리는 공간

by 마음풍경 2013. 10. 9.

 

공주 연미산(燕尾山) 조망길

 

 

충남 공주시 우성면 신웅리 산 26-3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 곰굴 ~ 전망대(연미산 정상) ~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 금강자연미술센터

(2km, 1시간 30분 소요, 미술 감상 포함)

 

 

공주 연미산(239m)은 산의 형세가 제비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금강과 공주시내 그리고 멀리 계룡산 주능선까지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며

또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열리는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이 있어서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예술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올해부터 다시 한글날이 공휴일이 되었지요.

하여 집에서 빈둥대기에는 하늘이 너무 예뻐서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주 연미산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연미산 들머리는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이 위치하고 있어서 산행과 예술 감상을 겸할 수 있어서 좋지요.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은 공주시와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의 노력으로 2006년에 조성되기

시작했으며 그후 2년마다 국제행사인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곳 작품들도 2006, 2008, 2010년의 작품들이 설치가 되어 있고요.

 

자연미술은 자연을 표현의 대상으로만 삼기 보다는 자연물이나 자연의 현상을 작업의 과정에 참여토록 하여

자연속에 설치된 자연미술작품은 자연의 생성 소멸 과정을 반영하면서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듯 이곳 작품도 오래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요.

 

산길을 따라 작품들을 구경하며 오르니

"빗자루로 완전히 쓸어내다"라는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만납니다.

각종 공해로 오염된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네요.

 

이 작품은 "숲의 소리를 듣다"인데 나무 사이에 스피커가 놓여있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방긋 웃고 있는 장승들이 나란히 서있는데

고려시대 가요인 "서경별곡"에서 착안하여 장승들을 서로 사랑하는 남녀로 상정하고

그 둘의 정분을 상징하는 청실, 홍실로 촘촘히 엮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 지겠습니까.

천년을 홀로 떨어져 산들 사랑의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장승 갈림길에서 곰굴이 있는 오른편으로 향하니 "비매품"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났습니다.

나무에 바코드를 둘러 우리가 모든 것을 상품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와 같은 환경적은 문제를 제기한다고 합니다.

 

바위에 알록달록한 조화가 설치된 이 작품은 "너와 나 둘중에 누가 더 아름다운가?"라는 독특한 제목이네요.

그나저나 만나는 작품마다 작품에 대한 의미와 설명이 있으니 이해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곰굴에 도착하니 연미산 웅녀에 대한 슬픈 이야기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공주 고마나루의 전설이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연미산이었네요.

 

이곳 곰굴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굴이 아니고 바위 틈 사이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굴이네요. ㅎ

 

곰굴 구경을 하고 다시 장승으로 되돌아 나와서 이번에는 왼편길을 따라 걷습니다.

생각보다 햇살이 따갑고 날이 더워서 땀이 많이 나네요.

 

이 작품은 음표를 누르면 멜로디가 울리는 작품인데 배터리가 떨어져서인지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자연의 소리와 사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면 산에 오르는 길이 더욱 즐거워질거라고 합니다.

 

예술 작품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하다보니 어느새 첫번째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계룡산 능선이 보이고 공주 시가지도 바라보입니다.

 

또한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공주보의 풍경도 발아래로 보이네요.

 

제1전망대를 지나 조금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니 조망이 확 트이며 정상주변에 도착합니다.

연미산은 이어진 능선을 따라 건너편으로 긴 거리의 등산로도 있는 것 같네요.

 

파란 하늘에 흰구름 떠있는 멋진 풍경을 만나니 집에서 빈둥거렸으면 후회할뻔 했네요. ㅎ

 

 연미산 정상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까지 약 1km에 30여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이제 땀흘리고 올라온 보람을 찾아야할 시간입니다.

연미산은 금강과 계룡산을 한 구도에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지요.

 

공주보 넘어 흘러가는 비단강이라 불리는 금강의 여유로움도 넉넉하게 바라보이고요.

 

 누렇게 변해가는 금강변의 들녁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무척이나 향기롭게 느껴집니다.

 

물론 전망대가 정상은 아니고 바로 뒤로 올라가면 정상이 나오지요.

 

하여 뒤로 올라서니 기막힌 조망과 함께 무덤이 자리하고 있더군요.

풍수지리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최고의 명당자리라는 느낌이 듭니다.

 

무덤옆으로 산불감시초소와 함께 작은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탁 트인 조망과 주변 경치가 너무나 빼어나서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감이 가득해집니다.

 

멋진 구름과 장대하게 펼쳐지는 계룡산 주능선의 모습은 오늘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것 같네요.

 

늘 계룡산 하면 건너편 대전방향에서만 바라보았지 이처럼 반대편에서 보니 전혀 다른 산을 보는 기분입니다.

 

또한 우산봉에서 갑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누런 들판에는 막 추수를 끝내고 하얀 공룡알(?)을 남겨놓은 곳도 눈에 띄네요.

 

아름다운 강을 녹차 라떼로 만든 주원인으로 뽑는 보 모습도 망원렌즈로 담아봅니다.

지난번 익산 성당포구에서 만났던 썩어가는 금강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익산 성당포구 마을길 - 금강변 포구마을의 정취를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43)

 

인간이란 참 욕심이 많아서, 인간들이 참 이기적이어서

자꾸만 황폐하게 만들어버리는 대지를 자연은 사랑이 많은 어머니처럼

늘 그렇게 바느질한다.

 

아픔을 간직한 채 묵묵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잡지에서 읽어본 정원디자이너 황지해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구름이 강을 건너네요.

당신이 그렇게 오더니

당신은 그렇게 가네요.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떨리는 내 심장의 끝은

당신을 향해 까맣게 탔습니다.

 

 

아! 사랑은 그대 입술처럼 왔다가 간

강물위에 뜬 구름 한장 같네요.

 

새하얀 구름과 넉넉한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김용택 시인의 '뜬구름'이라는 시가 생각이 나서 몇구절 옮겨보았습니다.

 

이곳에 오래오래 있고 싶지만 이제 되돌아갈 시간입니다.

나중에 다시오게되면 비박을 하면서 뜨는 해도 보고 지는 일몰도 본다면 참 좋을것 같네요.

 

내려서는 길은 그저 한가롭고 아늑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길은 되돌아 갈 수 있지요.

 

그나저나 자연은 있는 그대로 예술이고 미술입니다.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이라는 느낌을 주니요.

 

하산길에도 길 주변에 설치된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은 멈추질 않습니다.

죽은 나무에 물을 주면 나무에 싹이 날까요. ㅎ

 

벌레구멍이라는 작품인데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먹은 구멍을 계속 뚫고가면 표면을 기어가는 것보다 빠르다고 하네요.

 

침대와 베게 그리고 텔레비젼이 설치가 되어있는 이작품은 "생명의 공간"입니다.

 

잠시 쉬어가자. 베게를 베고 침대에 눕는다.

나무 냄새가 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무 위로 하늘이 보이고

바람에 가지와 잎이 흔들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이 또한 생명의 공간이다.

 

 

저도 문득 저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쉬고 싶더군요.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돔형 모양의 이 작품은 "감시탑 키오스크"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병의 절반은 재활용되지 않기에

그 버려지는 빈 병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소비만이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욕심으로 인해

자연이 얼마나 상처받고 훼손되는지가 느껴집니다.

 

이제 "조가비 안의 세상"이라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산행을 마무리 하게됩니다.

조가비의 소리를 듣는 것은 내면의 소리를 듣는 첫 경험이라고 합니다.

 

연미산 산행과 예술 감상을 마치고 길 건너편에 있는 금강자연미술센터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전시실 내부에는 "옆으로 자라는 나무"라는 주제로 2013 금강자연미술 프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데

 2014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위한 사전 모델 드로잉으로 이중에서 내년에 전시될 작품을 선정한다고 합니다.

 

전시실에서는 모두 47개국 130여명의 작가 작품이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독일의 칼 실콧의 "그림자 나무"라는 작품에 눈길이 가더군요.

나무의 물리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그림자 또한 빛에 따라 성장과 리듬을 반복한다는 주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덴마크의 게르트 미카엘 한슨의 "접촉"이라는 작품은

독보적이고 예외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인간 또한 나란하게 성장하는 자연이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전시실 2층으로 올라가니 남한강의 자연을 주제로 한 오래된 포스터들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또한 1995년 금강 국제 자연 미술전의 오래된 홍보 포스터도 있고요.

 

 전시실 구경을 모두 마치고 나오니 귀가 쫑긋한 토끼 조각상이 반겨줍니다.  

 

연미산은 숨겨진 보물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멋진 조망, 의미가 있는 자연 예술품 등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것을 담아갑니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라는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그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그리움만이 떠오르는 행복한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