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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횡성 미술관 자작나무숲 길 - 빛과 색이 만든 동화속 세상

by 마음풍경 2013. 10. 26.

 

미술관 자작나무숲 산책길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한우로 두곡5길 186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만여평의 대지에 순백의 자작나무

만이천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자연속 미술관으로

사진 스튜디오 및 미술작품 전시관,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어서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동화같은 숲길을 걸으며

예술작품도 감상 할 수 있는 마음의 휴식처입니다.

 (http://www.jjsoup.com/)

 

 

강원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알게된 좋은 곳이 있어서 찾아갑니다.

횡성에서 새말을 잇는 442번 지방도를 빠져서

좁은 마을 길과 비포장길을 따라

약 2km 들어가면 나오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술관 자작나무숲 안내판을 따라 소박한 숲길을 걷습니다.

 

조금 걸으니 매표소가 나오고

이곳에서 15,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예쁜 자작나무 풍경사진이 담긴 

엽서를 입장권으로 받습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이곳 입장료가 조금 비쌀 수도 있으나

이 금액에는 커피 등 음료와 미술품 감상

그리고 자작나무숲을 체험하는 비용이

모두 포함이 되어 있기에 한번 정도 찾는다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술관 입구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참 소박하면서도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이 있습니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 풍광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마음이 참 가벼워집니다.

 

특히 길을 걸으며 만나는 풍경들이

모두 고운 그림처럼 다가오네요.

 

제일 먼저 입구에서 가까운 제1 전시관을 찾아봅니다.

 

이곳은 1991년에 처음으로 자작나무를 심고

이후 전시장 등을 오픈하고

2004년 5월에 정식 개관을 했다고 하는데

문패 하나에도 세월의 흔적들이

가득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원종호 갤러리" 라는이름의 제1전시관은

미술관 원장이자 대표이신 원종호님의 상설전시관으로

자작나무를 주테마로 미술관 주변의 사계를 담은

사진 작품이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자연의 정취가 가득 배여있는

작품들을 구경하고 나오니

사진작품만큼 운치가 있는 풍경을 대하게 됩니다.

붉게 물든 단풍처럼 올가을은 그렇게 곱게

물들어 가는 사랑이었으면 하네요.

 

정말 이곳 미술관은 전체 공간이

모두 사진 촬영의 좋은 대상이 됩니다.

하여 다른곳처럼 이리저리 신경을 쓰며

사진 대상을 찾을 필요가 없어서 더욱 마음이 편해지네요.

 

 국화향기가 온 몸을 감미롭게 해주는 산책길을 따라

이번에는 발걸음을 스튜디오 갤러리로 향합니다.

 

스튜디오 갤러리는 당초 관장님의 스튜디오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세미나 장소 및

입장때 받은 입장권으로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만남의 공간으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커피가 나오는 동안에 2층으로

올라가보기도 하면서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네요.

아늑한 나무 향기와 편안한 음악

그리고 고소한 커피 향내가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나온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유리창을 보며 셀카 놀이를 해봅니다. ㅎ

외눈박이 놀이는 늘 재미나지요.

 

자작나무와 숲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습니다.

하여 전시관에서 만났던 시

한편 조용히 읽어보네요.

 

하얀 나무

햇빛에 강한 빛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자작나무를 보고 한 사람이 평생을 걸었다.

남은 날을 모두 주고 얻고 싶은 나무

그것을 본 순간 그의 여행은 끝났다.

"내가 저걸 보려고 이렇게 돌아 다녔구나"

그의 일생을 결정짓는 하루 였다.

 

 

그는 방황을 끝내고 자연에 스며들었다.

어제와 달라진 삶

바람이 불면 내 나무의 뿌리가 단단해 질거고

햇빛이 쏟아지면 내 나뭇잎이 기분 좋게 웃을 것이고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면 내 나무가 훌쩍 자랄 거고

겨울 바람 불고 눈보라치면 내 나무의 결은 더욱 단단해질 거고

어느날도 고맙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 사이 충실한 일꾼의 손은 수피처럼

바싹 마르고 옹이 박혀 갔으나

그의 눈은 더욱 맑아져갔다.

 

 

 오래된 친구 처럼 세월은 흐르고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꿈은 먼 하늘 나라의 별을 응시하듯 깊어져갔다.

파릇 파릇한 작은 잎새에 애틋한 눈길 주고

튼실해져 가는 흰 몸뚱아리 껴안으며

그렇게 숲지기와 나무는 잎잎으로 사랑을 키웠다.

 

 

사랑은

평생을 결정짓는 하루의 감동과

그것을 지키는 옹이 박힌 손이었다.

 

< 자작나무 숲 - 서현숙>

 

 

자작나무 숲 미술관을 조성하신 원종호 대표님의

지난 세월을 한편의 시에 모두 담아놓은 것 같습니다.

모두가 사랑이라는 위대한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저도 남은 일생을 그런 사랑속에 푹 빠져서 살고픈데... ㅎ

 

담쟁이 길을 돌아서니 기획전시관인 제2 전시관이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현재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사진가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이곳 미술관 원장의 사진 작품이 전시가 되고 있습니다.

앞선 사진 작품들이 자연을 묘사한 현실적인 느낌이라면

이곳은 사진보다는 몽상적인 유채화를 보는 듯 하더군요.

 

이제 전시관과 스튜디오를 모두 구경했으니

주변 풍광을 즐겨야 겠습니다.

이곳은 자작나무 뿐만 아니라 숲과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네요.

 

그 길을 따라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도 참 편안해보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연인끼리 손을 잡고 걸어도 참 아름다운 길이고요.

 

게스트하우스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먼발치에서만 바라봤습니다.

 

이곳은 신비롭게도 흐린 하늘조차도

흑백의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산언덕으로 올라서니 빽빽한 자작나무숲 사이로

빨간 지붕이 보입니다.

자작나무는 겨울에 더욱 어울리기에

다음에는 이곳에서 눈내리는 풍경을 보고싶네요.

 

언덕을 내려서면서 문득 떠오른 시 한편 생각하면서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아늑한 숲길을 걷습니다.

 

그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홀로 걷는 그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참나무잎이 지기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옷깃은 자꾸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참나무 잎이 마르기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 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런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도 끝도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 합니다

 

 

그숲

그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김용택 -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시인데 정말

이 숲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유리창에 비친

제 그림자 모습 한장 더 담아봅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 나무가 된다면 무슨 나무로 태어나고 싶은가.

많은 나무를 스쳐 만났는데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더 나무를 사랑하다보면 느낌이 오는 나무가 있을 것 같다.

 

또는 누군가에게 숲이 되어주는 거창한 삶은 아니더라도

작은 쉼터, 작은 그늘 하나 있는

작은, 아주 작은 숲이면 안되려나

 

고운 자연속에 푹 빠져있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 중얼거려봅니다.

이제 미술관과 숲구경을 마치고 돌아 가야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아 뒤돌아 바라보네요.

 

그리고 차후 인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입구를 빠져나갑니다.

잠시동안이나마 동화속 같은 세상에 머물었네요.

 

돌아가는 길에 구름끝에 희미하게

물들어 있는 무지개 빛을 만났는데

마치 그 느낌이 빛과 색 그리고 자작나무가

조화로운 자작나무 숲 미술관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나저나 숲과 나무에 빠져서 이처럼 아름다운 공간을 만든

그분의 열정과 사랑이 참 부러운 시간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