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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예산 수덕사 사찰길 - 덕숭산으로 가는 1080개 돌계단길

by 마음풍경 2013. 12. 1.

 

수덕사 사찰길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주차장 ~ 수덕여관 ~ 수덕사 ~ 소림초당 ~ 관음보살입상 ~ 덕숭산(정상, 495m) ~

정혜사 입구 ~ 건성암 ~ 선미술관 ~ 주차장

(5km, 2시간 30분 소요)

 

 

충남 예산의 수덕사(http://www.sudeoksa.com/)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7 교구 본사로

백제 위덕왕 때 지명법사가 창건한 천년 사찰이며 한국 근대 선불교의 요람으로

특히 국보 49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대웅전이 유명하고  

수덕사를 감싸고 있는 산인 덕숭산을 오르는 벽초스님의 1080개 돌계단길은

고즈넉한 암자 정취와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산길입니다.

 

 

수덕사는 과거 아주 유행했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제 1권에 소개되어 세상에 많이 알려진 사찰입니다.

물론 저도 대전에 살면서 여러차례 찾아본 곳인데 오랜만에 다시 찾아오니 참 많이 변한것 같네요.

 

오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덕사 구경을 하고나서 뒷산인 덕숭산까지 올라보기로 합니다.

 

입장료를 내고 일주문을 향해 길을 걷는데 아직 시들지 않은 고운 색의 단풍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의 모습은 언제 만나도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계절마다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 늘 고맙지요.

 

길가에는 재미난 모습의 조각상이 전시가 되어 있는데

키를 쓰고 있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키를 쓰고 인상을 찌푸려야 현실감이 있을 것 같네요. ㅎ

 

덕숭산 수덕사라는 현판이 적혀있는 일주문을 지나갑니다.

 

그리고 수덕사하면 대웅전과 함께 떠오른 것이 수덕여관인데

홍성이 고향인 이응로 화백이 머물면서 프랑스에서 작고하기 전까지 작품활동을 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수덕사로 가기전에 초가집 지붕과 빨간 단풍의 모습이

잘 어우러지는 수덕여관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출입구에서 보니 정자와 같은 높임마루를 한 것이나

마루 밑으로 창문이 있는 것이 다른 초가집에서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구조인것 같네요.

 

앞마당에 있는 이바위는 동백림 사건으로 귀국하였을 때

고향산천의 삼라만상을 추상적인 표현으로 작품화한 것이라 합니다.

 

수덕여관은 앞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마당으로 들어서니 ㄷ자 형태의 초가집으로

툇마루를 따라 방이 많은 모습으로 마당 한가운데 평상이 있어 더욱 여유롭게 보입니다.

 

수덕여관 구경을 하고 다시 금강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향합니다.

 

대웅전이 있는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입구에서부터 모두 5개의 문을 지나야 도달할 수가 있네요.

 

경내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국보 49호인 대웅전입니다.

1308년에 만들어진 고려시대 건축물로 백제시대의 양식을 따른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 건물이고요.

 

지붕은 맞배지붕을 하고 있어서 더욱 웅장한 미가 느껴지고

도리를 연결하는 측면의 우미량에서는 우아한 곡선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덕사 대웅전의 기둥으로 사용된 느티나무의 나뭇결을 보니

마치 화석처럼 보이는데 700년이 넘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느티나무에는

사랑했던 모란꽃이 담겨져 있다고 했는데

이 나무에는 어떤 꽃이 담겨져 있을까 생각하며 기둥을 쓰다듬어 보네요.

 

수덕사에는 비구 및 비구니 스님을 포함해서 200여명이 넘는 대중이 생활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대웅전 마루에 놓여있는 털신발도 여러 켤레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네요. ㅎ

 

수덕사 경내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이 탁 트여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제 수덕사 경내를 빠져나와 덕숭산을 오르기 위해 사면석불을 보며

수덕사 2대 방장인 벽초 스님이 만든 1080개 돌계단길을 오릅니다.

 

제법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니 1925년에 건립되어 만공스님이 주석을 했다는 소림초당을 지납니다.

주석이란 암자에 기거하며 수행을 한다는 뜻이라고 하고요.

 

소림초당을 지나 향운각 입구에 도착하니

1924년 만공스님이 암벽에 조성했다는 관음보살입상을 만나게 됩니다.

 

관음보살입상을 등지고 바라보니

앞으로는 용봉산 능선이 아늑하게 펼쳐지고 그사이로 산 그리메가 편안하게 이어집니다.

너무 탁트여 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쌓여있어 답답하지도 않은 공간이네요.

 

향운각을 지나 덕숭산 자락 높은 위치에 자리한 정혜사(능인선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물론 이곳은 수십명의 스님들이 용맹정진하는 선원이라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곳 수덕사가 있는 덕숭총림은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 그리고 백양사와 함께

조계종의 5대 총림으로 선원뿐만 아니라

승가대학 등의 교육 기관이 있는 종합 수행도량입니다.

 

수덕사에서 정혜사까지 이어지는 1080개 계단을 지나고 산길을 조금 더 올라 덕숭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2.5km에 1시간 20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덕숭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북쪽에 위치한 가야산도 가깝게 다가옵니다.

 

오른편 원효봉과 가야산의 정상인 왼편 가사봉도 나란히 서있고

그뒤로 옥양봉도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포근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넉넉한 조망이 펼쳐지는 행복한 시간속에 잠시 머물러봅니다.

어느 산이든 정상에 서면 하늘아래 내가 있고 땅위에 내가 서있구나 하는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존재감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덕숭산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하산을 시작합니다.

오를 때는 자세히 보지못했는데 노란 은행나무와 빨간 감나무가 참 잘어우러지네요.

 

올라올 때 왔던 길을 다시 걷기 싫어서 주 등산길을 벗어나

오른편 금선대로 향하는데 진여문이라는 이름의 자연 석문을 만납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 멋진 터널 모습의 바위인데

이곳으로 들어서려면 겸손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는 뜻은 아닐까요.

 

금선대도 출입금지라 그곳을 지나 큰길가로 나오니 정혜사 입구가 나옵니다.

 

덕산총림은 조계종의 5대 총림답게 다양한 건물들이 덕숭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수덕사를 향해 편안한 포장길을 내려서는데 등산길에 비해 너무나 한적하고

또한 주변 숲이 너무나 좋아서 마음을 툭 내려놓고 걷게됩니다.

산행이란 본디 등산만 있는 것은 아니고 하산이 함께해야 완전한 모습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등산만 생각하고 하산의 의미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조사전, 화소대, 적묵당 등으로 가는 오솔길도 참 매력적입니다.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게된다면 수덕사 암자길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암자들을 찾아보고 싶네요.

 

내려서는 길에 잠시 견성암을 들러보기로 합니다.

 

아~ 가을 햇살에 비추이는 단풍의 색감이 너무나 고와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온난화때문에 가을 날씨가 춥지않아서 붉은 단풍을 보기가 갈 수록 어렵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붉디 붉은 단풍을 가득 담아보네요.

 

견성암은 1930년에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선원으로 1965년 벽초스님에 의해

인도식 2층 석조건물로 새롭게 건립을 했다고 하는데

수덕사가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것도 이곳 견성암이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견성암 앞 마당에서는 용봉산과 수암산의 전 능선이 그림자처럼 한눈에 펼쳐집니다.

가운데 왕관처럼 튀어오른 악귀봉의 모습이 이색적이네요.

(홍성 용봉산 암릉길 - 용과 봉황 모양의 기암괴석 전시장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73)

 

견성암을 구경하고 단풍으로 붉게 물든 일주문을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일주문을 빠져나가는 길 오른편에 있는 수덕사 선미술관을 잠시 들러봅니다.

 

입구에는 이응로 화백의 작품을 복사한 조각상을 비롯해서 여러 작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미술관을 세우게된 취지도 설명이 되어 있고요.

 

전시관은 주로 이응로 화백의 작품이 전시가 되어 있고

또한 수덕사 3대 방장인 진성스님의 서예 작품이 있더군요.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이 소 그림이 이응로 화백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소 그림하면 이중섭 화가의 작품만 알고 있었는데 이 그림 또한 담백하면서도 절제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응로 화백의 작품은 이처럼 글자 모양의 기호로 형상화된 그림이 많습니다.

 

미술관 구경을 하고 다시 앞 마당으로 나서니 마치 작품을 앞에두고 고뇌하고 있는 조각상을 만났는데

이응로 화백의 모습처럼 느껴지네요.

 

천년 사찰에 와서 현대 미술의 대가 작품도 감상하면서

지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예술이 가득한 이야기속에 빠질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과거에 이곳에 올 때마다 항상 공사중이어서 대웅전을 빼고는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수덕사를 이제 편안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고

또한 올 가을 단풍의 정취를 마지막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정호승 시인의 "수덕여관"이라는 시를 옮기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일생에 한번쯤

수덕사 수덕여관에 여장을 풀고

평생 오지 않았던 잠을 자보아라

열매 맺지 않는 꽃이 붉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비록 이튿날 아침 깨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생에 하룻밤쯤

수덕여관 산당화에 기대어 잠을 자보아라

열매 맺지 않는 꽃이 맺은 열매에

다시 붉은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평생 오지 않는 잠이 있다면

수덕여관 샘물을 한 바가지 들이켜보아라

물 위에 코끼리를 타고

모든 쓸쓸한 사랑이 지나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