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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상주 백화산 천년옛길 - 숨어있는 구수천 팔탄 비경을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3. 11. 17.

 

상주 백화산 천년옛길

(구수천 팔탄 천년옛길)

 

 

경북 상주시 모동면/충북 영동군 황간면

 

 

보현사 입구 ~ 구수천 ~ 출렁다리 ~ 난가벽 ~ 임천석대 ~ 반야사터 ~

반야사(원점회귀) ~ 구수천 우안길 ~ 보현사 입구

(약 11km, 4시간 30분 소요/식사 포함)

 

 

상주 백화산 천년옛길은 백화산 옆을 흐르는 구수천(龜水川)의 여덟 여울인 팔탄을 따라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반야사로 가는 옛길로

난가벽 및 임천석대 등 천변을 따라 감탄이 나오는 절경들이 펼쳐지며

고려때 몽고군을 저승골로 유인하여 대승을 거두었고

또한 임진왜란 시 의병 상의군들이 활동한 백화산 호국의 길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영동 반야사의 운치있는 단풍에 대한 기억을 안고

구수천을 따라 반야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길이 생겼다고 해서 찾아가 봅니다.

(황간 월류봉과 반야사 그리고 문수전 : http://blog.daum.net/sannasdas/11398754)

또한 찾아보니 8년전 2005년 겨울에 이곳에서 출발해서 금돌성을 지나 백화산을 오른 다음

다시 방통재를 거쳐 내려온 기억도 이제는 지워질만큼 아스라하네요.

(경북 상주 백화산(포성봉) 겨울 산행기 : http://blog.daum.net/sannasdas/4621672)

 

옥동마을 입구에 있는 옥동서원에서 시작했으면 백화산 호국의 길이 될텐데

옥동마을을 지나 신덕마을인 보현사 입구에서 시작하기에 구수천 팔탄 천년옛길이라는 이름으로 걷습니다.

구수천은 지도상에는 석천이라고 나와있지요.

 

오늘은 날도 포근하고 하늘도 구름 한점없이 새파랗기만 합니다.

왠지 느낌이 좋은 길을 걸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정말 구수천 방향으로 들어서니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 배여있는 풍경이 턱하니 내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늑한 아침햇살까지 비춰주기에 참 곱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네요.

 

사람과의 만남도 첫 인상이 참 중요한데 오늘 찾아온 구수천의 첫 인상도 너무나 좋아서

왠지 오늘 걷는 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집니다.

 

구수천 건너편으로는 옥동서원에서 백옥정으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길이 보입니다.

옥동서원에서 시작했다면 저 길을 걸어서 이곳으로 왔겠네요.

 

이제 백화산맥이 펼쳐지는 한성봉을 바라보며 천변을 따라 본격적인 천변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아침햇살에 층을 이루는 산그리메와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 배여있는 갈대의 풍경이 참 좋습니다.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강물과 반짝이는 여울의 모습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구수천 우완길을 걷다가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흘러가는 물위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풍경 또한 장관이고요.

 

돌다리를 건너니 옥동서원에서 이어지는 호국의 길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당초 옥동서원에서 시작했다면 이길로 왔을 텐데

마을 입구에서 옥동서원 이정표가 방문객지원센터가 있는 신덕마을쪽으로 되어있어서 이리되었네요.

 

구수천 팔탄은 각자 고유한 이름은 없지만 여울을 만날 때 마다 해당 이정표는 만날 수가 있습니다.

 

운치있는 강변길을 따라 가다가 밤나무가 많은 밤나무골을 지나갑니다.

밤나무뿐만 아니라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있는 아늑한 숲길이

무척 풍성해서 여름에 길을 걸어도 참 좋을것 같네요.

 

편안한 숲길을 빠져나가니 저승다리라는 이름의 약 80m 길이의 출렁다리를 만나게 되는데

길의 한적함이나 소박함에 비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향후 많은 사람이 찾아준다면 좋은 명물거리가 될것 같습니다.

 

다리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고운 늦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고있습니다.

 

가을 햇살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계곡 모습에서 작년에 다녀온 두타연을 떠올리게 됩니다.

(양구 두타연 길 - 금지된 땅이라 더욱 아름다운 단풍 계곡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32)

 

출렁다리를 건너 숲길을 이어가니 저승골 삼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저승골은 고려 몽고 침략에 맞서 대승을 거둔 곳이라 저승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게되었다고 하네요.

이 길의 또 다른 이름이 호국의 길이었는데 그 의미를 이곳에서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 저승골부터는 강을 따라 이어지는 협곡의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깎아지른 바위의 모습을 한 이곳이 구수천의 4탄인 난가벽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이곳에 오면 백화산과 주행봉 산행을 하거나 반야사 구경만 했었는데

가까운 곳에 이처럼 멋진 계곡이 숨어있는지 몰랐습니다.

 

능선위로 비추이는 가을 햇살 또한 주변의 풍경을 멋진 회색빛 그림으로 만들어줍니다.

 

큰 기대없이 찾아온 곳인데 정말 횡재한 기분이네요. ㅎ

숨어있는 좋은 길을 만나는 것은 저에게는 로또와 같다고 할까요.

 

난가벽을 지나자 이번에는 구수정 정자가 있는 임천석대에 도착합니다.

 

임천석대는 고려에서 가장 거문고를 잘 타는 악사인 임천석이

고려가 멸망하자 투신했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강건너편에 멋진 모습으로 서있는 바위에 슬픈 역사가 숨어있었네요.

가운데 부분에 부처 모습을 한 부처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난가벽에서 임천석대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구수천 팔탄중에서도 최고의 비경이 숨어있는 곳입니다.

웅장한 절벽과 멋진 소나무 그리고 갈대와 강물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곳이고요.

 

계곡으로 들어갈 수록 백화산과 주행봉의 멋진 풍광은 더욱 가깝게 다가옵니다.

 

물론 등뒤로 펼쳐지는 만경봉과 현수봉 자락의 절벽 풍경 또한 차마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든것 같네요.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의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 윤효의 '못'>

 

 

사람도 없는 한적한 길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을 대하며 걷다보니

문득 윤효의 못이라는 시가 생각이 나네요.

그 시에 대해 권선희 시인은 다음과 같은 풀이를 했습니다.

 

미움도, 좌절도, 버림받아 찢어진 사랑도 걸 수 있는 단단한 것.

절대로, 절대로 안 잊겟노라 못 잊겠노라 다짐으로 꽝꽝 박은 굵고 깊은 것.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못 내려놓을 삶의 증거들이 거기 걸려 있습니다.

다름 아닌 그대가, 내가 부표처럼 걸어 놓았지요.

아무도 뽑지 못할 조용한 대못 하나, 놀랍게도 거기 기대어 우리 살지요.

 

 

내 가슴속에 대못으로 박혀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뽑지 못하고 거기에 기대여 살고 있는 굵은 못은 어떤 것일까..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의 자연속에 잠시나마 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보네요.

 

당초 오른편 숲길을 따라오다 저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저는 숲길은 되돌아 가는 길에 걷기로 하고 숲길과 다른

새로운 조망이 펼쳐지는 천변을 따라 희미하게 이어지는 길을 걸었네요.

 

그나저나 대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이처럼 멋진 계곡이 있었는데

그동안 몰랐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천년옛길의 종점인 반야서 터에 도착합니다.

물론 사연이야 잘 모르지만 현재 반야사는 이곳에서 약 1km 떨어진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위치하고 있네요.

 

이곳은 또한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이기도 하기에

도 경계석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야서 옛터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반야사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이어가는데

영동군에도 반야사로 가는 길이 새로 생겼는지 설치가 얼마되지 않은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이정표를 따라 숲길을 빠져나가니 절벽위에 자리한 반야사 문수전을 만납니다.

물론 이곳에서 신발을 벗고 개울을 건너도 되지만

이정표에서 반야사 다리라는 표시를 봤기에 계속 천을 따라 길을 이어 가보네요.

 

가는 길에 거대한 너덜 풍경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곳이 반야사 경내에서 보면 호랑이 모습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조금 있다가 반야사로 가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을 만든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고 또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길을 걷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천을 따라 흘러가는 물소리가 참 좋고 주변의 경치 또한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네요.

 

이제 임시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이 다리(?)를 건너면 반야사로 들어갈 수가 있겠네요.

그나저나 비가 많이 오거나 장마철이면 유실이 되거나 잠길것 같은데 다리로 쓰일려면 보강이 되야 할것 같습니다.

 

다리를 건너 반야사 경내로 들어가 봅니다.

반야사는 신라 문성왕 때 지어진 사찰로 신라 불교 양식을 계승한 보물 1371호 석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웅전 옆에 있는 배롱나무도 수령 500년이 넘은 보호수이고요.

 

그리고 조금전 지나왔던 너덜 지대를 경내에서 보니 정말 꼬리를 치올린 호랑이 모습처럼 보이네요.

 

참, 반야사하면 개인적으로 아래 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과거에 반야사에 왔을 때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렌즈에 담은 풍경인데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차분해져서 아직까지도 아끼는 사진이네요.

(오랜만에 '멈춤'을 생각해봅니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70)

 

이제 반야사를 빠져나와 절벽위에 자리한 문수전으로 향합니다.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문수전에 도착하네요.

 

오래전에 왔을 때보다 깊은 가을이라 조금 느낌은 다르지만

탁트인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날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늘 오른손을 찾고

두 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손은 늘 따로 혼자 있었다.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이문재 - 손은 손을 찾는다>

 

 

거기 다른 손이 있어 내가 있는 것이다.

때론 내가 주인공이 되고, 때로는 배경이 되더라도,

혼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

 

 

하늘과 땅이 있고, 바람과 구름이 있고, 해와 달이 있듯

세상의 이치는 음과 양의 조화, 밝음과 어둠, 오른쪽과 왼쪽의

이치 안에 존재하는 것이리라.

 

 

그들 모두는 서로 밀어주고 땡기고 안아주면서

그렇듯 거기 있기에 이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것 아니겠는가.

 

<전라도닷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짝" 중에서 발췌>

 

 

한적한 공간속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

늘 거져 얻는 것 같은 자연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문수전을 내려와 신발을 벗고 차가운 물을 건너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물론 이번에도 같은 길이지만 걸어오지 않았던 천변 아래쪽 길을 따라 걸으니

멀리 보였던 풍경이 더욱 장대하고 멋지게 다가섭니다.

 

올 때는 천변으로 오느라 돌다리를 건너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돌다리를 건너서 왼편 숲길로 가야겠습니다.

 

임천석대 입구에 있는 구수정도 지나갑니다.

 

오던 길에는 보지 못했던 글귀들도 만나게 되고요.

 

난가벽 주변 숲에도 난가벽이라 지칭하게된 유래가 나와있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남인 사림의 거장인 식산 이만부라는 분이 이곳의 멋진 절벽은 난가라하고

옆에있는 임천석대를 아양(峩洋)이라고 해서 이곳 절벽을 난가벽(欄柯壁)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난가벽을 지나 다시 흔들다리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번에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새롭게 만들어진 길을 따라 가보기로 합니다.

 

하여 강건너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도 만나게 됩니다.

마치 강물이 하늘과 같아서 나무들이 거꾸로 자라고 있는 것 같네요.

 

군데 군데 나무 데크길이 되어 있어서 건너편 길보다 조망은 훨씬 좋습니다.

 

같은 풍경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니 지나왔던 길이 새롭게 보이네요.

 

만든지 얼마 되지않아서 조금 거친 길이지만

길은 늘 열려있기에 어느 길도 다 마음에 듭니다.

앞선 시처럼 저에게 길과 자연은 오른손이자 때론 왼손이 되기도 하네요.

무거운 빈손이 되지 않게 해주는 참 고마운 존재..영원히 변하지 않을 짝과 같은...

개인적으로 죽을 때까지 길을 걷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해보는데

언젠가 저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 되겠지요.

 

늦가을의 쓸쓸함이 허전하게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인생 살면서 저도 한번쯤은 단풍으로 물들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때론 노랗게 또 붉게 그렇게 단풍으로 스며들다 낙엽이 되어 스러지고 싶네요.

 

이제 다시 구수천 입구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나 황홀하고 아름다웠네요.

구수천 팔탄속에 숨겨진 비경을 만난 것 또한 큰 횡재를 한 기분이고요.

내년 봄 꽃피는 계절에 다시 한번 더 찾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