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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꽃길 - 동백꽃을 따라 동백정에 오르다.

by 마음풍경 2016. 3. 27.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꽃길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 169호로

봄이면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 군락을 만날 수 있으며

바닷 바람에 실려오는 봄의 정쥐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매년 봄이 오면 동백꽃을 보기위해 남녁 섬으로 가곤 했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서해 바다에 피는 동백을 만나러 오랜만에 서천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주차장 입구에서 입장료 천원을 내고 들어서니 동백나무숲 안내도가 나옵니다.

좌측길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가장 편하고 좋은 코스이지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서천 화력발전소가 바로 옆에 있어서

들어서는 입구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가 못합니다.


그래도 입구에서부터 수줍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붉디 붉은 동백꽃이 있어서

동백정을 향해 가는 발걸음에 설레임이 가득하네요.


과거에 거제 지심도, 광양 옥룡사지 등 동백으로 아름다운 곳을

전국 방방 곡곡 무수히 찾아다녔지만

정갈한 모습의 동백을 만나는 마음은 늘 행복입니다.


동백의 아름다움은 가지에 피어난 꽃뿐만 아니

땅에 뚝 떨어져버린 낙화의 처연함이라고 하지요.

그런 모습에서 피고 지는 꽃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되네요.


아~ 수많은 붉은 송이들이 저마다 고운 얼굴을 내밀며

피어있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동백꽃의 모습 하나 하나가 막 사랑에 빠진

고운 여인의 얼굴처럼 보이네요.


이곳 마량 해안가에 동백나무 숲이 조성이 된것은

500여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속에서 꽃뭉치를 많이 증식시키면

마을이 번영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 이를 증식시켰다고 하네요.


동백정으로 오르는 계단 길 주변에도

무척이나 많은 동백나무들이 풍성한 꽃 터널을 만들어 줍니다.

마량의 동백은 3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5월초까지

다른 곳에 비해 제법 늦은 시간까지 동백꽃을 만날 수 있네요.


이곳에는 80여구의 오래된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보통 동백나무는 크기가 7m 정도라고 하는데

이곳은 세찬 바닷 바람으로 인해 2m 내외라고 합니다.


고된 바닷 바람을 이기고 피어나서인지

다른 동백꽃에 비해 그 모습이 더 단단하고 선명한 느낌이네요.


그리고 일반 동백나무에 비해 잎이 무척이나 무성하고

꽃들도 정말 풍성하게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하긴 바람이 많은 곳에 자라는 소나무들도

키는 크지 않지만 대신 솔방울은 무척이나 많은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네요.


마량리 동백나무숲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2층 누각 형태의 동백정(冬柏亭)에 도착합니다.


2층 누각에 올라서면 소나무 사이로 

탁 트인 서해 바다가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지네요.

이곳에서 서해 바다 너머로 지는 노을을 바라봐도 참 멋질 것 같네요.


바로 앞에는 특이한 모습의 오력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력도는 옛날 어느 장수가 바다를 건너다 빠뜨린

신발 한 짝이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지요.


누각을 내려서서 주변 동백나무 숲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아직 철이 이르기에 풍성하게 피어있는 동백꽃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동백꽃의 진수는 풍성함이 아니라 한송이 한송이 곱게 숨어 피는 모습과

어느 한 순간 툭 하고 떨어져 버리는 이별이 아닐까합니다.

 

비록 영원한 사랑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하고

만남 후에는 늘 이별이 찾아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에는 이처럼 고운 동백꽃 하나 간직하고 싶네요.

 

물론 마음속의 꽃도 언젠가는 시들고 남루해 지겠지만

처연하게 땅에 뚝 떨어져 시드는 동백꽃처럼

마음속에 그런 붉은 흔적이라도 남게 될테니까요.


동백정을 올라 동백꽃을 구경하는 것은

한시간이 채 걸리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파도 소리, 새 소리와 함께

붉은 동백꽃 세상에 오래오래 머무른 기분이네요.

 

땅에 뚝 떨어져 처연하게 시드는 동백꽃을 보면서

우리네 사랑도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대가 끝내 피워내지 못한 꽃들

그것이 그대를 더욱 위대하게 하리라

뉘라서 그 오묘함을 알 수 있겠느냐

그것이 뼛골 시린 그리움이 아니라면

부르고 또 불러 끝내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당신과 나는 오늘도 거기 서 있어야 하리.

 

<이승철 - 마량리 동백나무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