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뉴스를 통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래전 읽었던 책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2016년에 작성한 글이 있어 올려본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3대 문학상이라는
"맨부커 인터내셔날 상"이 있는지
얼마전 소설가 한강의 수상 소식을
듣고 알게되었습니다.
물론 수상을 받은 작품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이지만
작품 중에서 왠지 마음이 끌리는
제목의 소설이 있더군요.
"소년이 온다"
과거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은
매년 한권의 책으로 나왔기에
늘 사서 읽어보았지만
요즘은 소설 분야의 책을
읽은지 오래되어서인지
한강이라는 작가도 낯설었네요.
초판 1쇄 발행 : 2014년 5월 19일
초판 25세 발행 : 2016년 6월 4일
발행 일자를 보니 책이 나온것이
5.18 광주항쟁 기념일 다음날이어서
혹여 했더니 소설의 주제가
빛고을 이야기를 담고 있더군요.
도청 진압 시 죽은 중3 아이를 통해
아픈 상처를 가진 혹은 죽어간 사람들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저도 그 곳에서의 아픈 기억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생채기로 남아있어
가능하면 떠올리지 않고
그저 피하고 싶었지만
잊지않고 기억하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일지 몰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픈 마음을
누그려뜨리며 읽었습니다.
소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를 생각해.
선하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연 선인지
역사는 정말 정의의 편인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 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비록 짐승과 같은 광폭한 시대에
깨지기 쉬운 유리같은 존재이지만
양심과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도 깨우쳐 줍니다.
예전엔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는게 무엇인지
죽는다는 것은 또 어떤 모습일지요...
하지만 죽은 다음의 세상을 나는 모른게.
거그서도 만나고 헤어지는지,
얼굴이 있고 목소리가 있는지,
반갑고 서러운 마음이 있는지 모른게.
빛이 있는 쪽을 좋아했던
중학생 아이인 주인공 동호.
그의 영혼이 말하는 간절한 소망이
책장을 덮는 마지막까지
제 가슴에 저려옵니다.
저도 남은 삶은 그 빛으로
가고 싶습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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