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등산과 주변길

무등산 눈꽃길 - 순백의 길을 따라 누에봉에 오르다.

by 마음풍경 2017. 2. 12.


무등산 눈꽃길



증심사 주차장 ~ 장군봉 능선 ~ 바람재 ~ 사양 능선(전망대) ~ 임도 ~

누에봉(북봉) ~ 중봉 ~ 중머리재 ~ 문빈정사 ~ 증심사 주차장

(약 15km, 5시간 소요)



올 겨울이 가기전에 무등산 눈꽃을 보기위해

참 오랜만에 증심사 입구로 발걸음을 한다.

무등산은 매년 찾았던 곳인데 마지막으로 찾는 것이

2013년 1월이니 만 4년이 넘게 흘렀네.

(무등산 국립공원 설경길 - 내 삶의 큰바위 얼굴같은 산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64)


물론 이후 무등산은 국립공원이 되어 새롭게 등산길도 조성이 되어

이번에는 장원봉에서 바람재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찾아본다.


푸른 편백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간간히 눈발이 날리는 흐린 하늘이지만

멀리 낯익은 세인봉의 모습도 조망이 된다.

그나저나 세인봉을 이렇게 건너편에서 바라보기는 처음이네.


여튼 오늘은 새로운 코스로 걸어서인지

익숙하기만 한 무등산이 아닌 다른 산을 산행하는 기분이다.


몇개의 봉우리를 힘들게 오르고 나니

고운 눈 풍경이 이어지는 편안한 길도 걷게 된다.

이 코스는 새롭게 생겨서인지 붐비지 않고 참 한적한 길이고.


주차장에서 약 3km거리를 1시간에 오니 바람재에 도착한다.

토요일이고 눈이 와서인지 이곳에도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동화사터가 있는 사양능선으로 향하다가

전망대 방향으로 빠져서 오른다.


조금은 희뿌연 모습이지만 광주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도 천미터가 넘는 산 근처에 백만이 넘는 사람이 사는 곳은

바로 이곳 빛고을 광주뿐이라고..


이제 정상으로 이어지는 임도길을 따라

좌우로 펼쳐지는 눈꽃 풍경을 감상하며 한걸음 한걸음 걷는다.


이곳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구분이 되어 있어서 인지

그 풍경을 보고 걸으니 마음도 참 단순해진다.


백여미터에 펼쳐지는 얼음 폭포도 정말 장관이다.

오늘은 새하얀 눈꽃과 어우러지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고.


마침 YTN에서 이곳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무등산의 좋은 겨울 풍경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


얼음 폭포를 지나고 고도를 높일 수록

말이 필요없는 순백의 세상이 끝없이 펼쳐진다.


비록 바람은 세차게 불었지만

눈보라 마저도 황홀한 겨울 동화와 같은 풍경이다.


잠시 푸른 하늘이 열릴 때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마치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어찌나 반갑든지. ㅎ


비록 서석대는 구름에 가려있지만

눈꽃에 어우러지는 풍경만으로도 그저 황홀할 따름이다.


물론 오늘은 서석대가 목적이 아니고 누에봉이 산행의 종착점이기에

서석대의 모습은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게된다.


새하얀 눈꽃핀 풍경 사이로 바라보이는 중봉도

여전히 시원하고 멋지기만 하다.


서석대 입구 길가에서 쌓인 눈을 치우고 점심을 먹는데

잠시 하늘이 열리면서 참 멋진 세상이 펼쳐진다.


올 겨울은 눈을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또 이처럼 아름다운 눈꽃 풍경을 보지도 못했는데

오늘 무등산에서 한방에 그 갈증을 해결하는 기분이다.


간단한 점심을 하고 다시 누에봉을 항해 길을 이어 걷는다.


혼자 산행을 하면 저절로 침묵 정진하는 기분이 드는데

새하얀 눈덮힌 한적한 길을 걸으니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마음이 참 가벼워진다.


좋은 풍경을 친구삼아 걷다보니 어느새 누에봉 입구에 도착한다.

입구에서 이곳까지 약 7.5km에 3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임도 입구에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누에모습 같기도 하고

혹은 거북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 누에봉 바위가 보인다.


물론 주변에는 주상절리 형태의 다양한 바위들도 산재가 되어 있고.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누에봉 정상에 올라본다.


아~ 처음 와본 곳이라 그런지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이전에 무등산에서 마주했던 풍경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비록 구름에 가려 온전한 모습을 보지는 못하지만

무등산 정상의 모습도 전혀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오고.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과거 서석대에서 바라본 풍경보다 더 감동적인 것 같다.


세찬 바람에 얼굴은 얼고 몸은 춥지만

그냥 한없이 이곳에 머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만나고 싶다.


과거에는 군사지역이라 올 수 없었기에

이처럼 멋진 풍경이 있을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오늘 누에봉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일인 것 같다.


물론 푸른 하늘이 열리고 새하얀 눈꽃 풍경이 피어나는

무등산 정상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처음 만나는 오늘은

이 풍경만으로도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이번이 아니면 어떤가 다음번에 또 오면되지..

다만 빨리 정상이 자유롭게 열려서아무 때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날이면 좋겠다.


이제 누에봉을 내려와서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 간다.


어찌나 바람이 불던지 하늘의 풍경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나는 그저 자연이 만들어 주는 황홀한 선물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기만 하네.


내려서는 길에 잠시 뒤돌아 무등산 정상과는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고

눈꽃 핀 아름다운 설국의 풍경을 한번 찬찬히 바라본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큰바위 얼굴이었던 '무등산'

산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나의 산..


그리고 내가 무등산에서 제일 좋아하는 길인

중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내려 걷는다.


중봉까지 곡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느 계절에 와도 늘 아름답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등산 산행의 필수 코스인 서석대나 입석대도 가지않고

건너편 회색 구름에 덮힌 장불재도 건너 뛰게된다.


탁트인 중봉에 올라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무등산에서 제일 하고픈 일 중 하나이다.


뒤돌아 바라본 무등산의 넉넉함도 좋고

억새밭 사이로 펼쳐지는 길 또한 매력이 절로 넘친다.


중머리재를 향해 내려서는데 등뒤로 펼쳐지는

아늑한 풍경때문에 자주 뒤돌아 보게된다.


중봉에서 중머리재로 바로 내려서는 길도

국립공원이 되고 나서 새롭게 잘 단장이 되어서 인지

주변의 풍광도 새롭게 바라보이고.


물론 내가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이 소나무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4년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는 태풍에 가지가 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더 풍성해지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니 참 많이 흐뭇하다.


건강한 모습을 한 소나무를 만나니 마음도 가볍고

장불재의 풍경도 참 시원하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오른 산이지만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산이 바로 무등산이다.

단 한번도 실망을 해본적도 없고 늘 감동적인 풍경을 선사해 주는 그런 산.


이제 중머리재를 지나 증심사로 눈녹은 질퍽한 길을 천천히 내려선다.


무등산의 첫절이라 불리는 문빈정사 입구에 도착했다.


문빈정사는 광주지역의 민주화 운동에 많은 족적을 남긴 사찰이다.


아직은 비상식이 상식인양 하는 추운 겨울이지만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


하늘나라에 계시는 그분도 상식이 통하는

사람사는 세상이 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무등산을 찾았고 새로운 길도 걸어보았지만

늘 여느때처럼 편안하고 마음속에서 행복이 저절로 샘솟는 시간이었다.

언제 다시 찾을 지는 모르겟지만 늘 그리움과 설레임으로 그 날을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