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식장산 숲길을 걷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삭막하고 답답한 공간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비록 먼 곳으로의 여행은 아니라 해도
명랑한 새소리가 들리고 숲 향기가 진하게 코끝으로 스며드는
한적한 숲길을 걷고플 때가 있다.
하여 문득 식장산이 생각이나서 오랜만에 발걸음을 했다.
울창한 초록 숲 사이로 아늑하게 이어진 길을 바라보고 있으니
세상 모든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이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도심에서 거미줄을 보았더라면 위태하게 흔들리는 줄을 타며
꽉 묶여 일상을 살아가는 내 자신처럼 느껴졌을 것 같은데.
자연속에 담겨져 있는 거미줄에서는
씨줄과 날줄로 이어져 있는 인연을 떠올려 본다.
애틋한 인연도 어쩌면 삶의 운명속에서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고 또 잊혀지기도 하리라.
요즘에는 하루의 삶이 아직도 정상을 향해 한걸음 더 올라가야하는 시기인지
아니면 정상을 지나 조심 조심 내려가야할 시간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풍광을 한없이 바라보면서
눈 앞에 펼쳐진 또 다른 정상을 사랑하며 그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걸음 앞으로 내딛어 바라보기 보다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살다보니 설레임도 한 때 였고 그리움 또한 흘러가는 바람이 아닌가.
그래도 사라져가는 상실감 보다는 조금씩 비어가는 편안함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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