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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동해 논골담길 - 묵호항의 담화마을을 거닐다.

by 마음풍경 2021. 7. 13.

동해 묵호항의 논골담길은

60~70년대의 옛풍경을 담고있으며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며

가파르고 좁은 길을 걷노라면

어린시절의 추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묵호항 수변공원에 주차를 하고 바로 앞으로 이어지는 등대오름길을 따라 논골담길을 시작한다.
논골은 이곳 마을의 옛 지명이며 논골담길은 논골1,2,3길과 등대오름길로 구성이 된다.
논골담길의 풍경은 포구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벽화마을의 원조인 통영의 동피랑길과 유사하다. 다만 이곳은 벽화라고 하지 않고 담화라고 하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
등대오름길은 바람의 언덕을 따라 묵호등대까지 이어진다.
묵호항은 석탄과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동해안의 제1의 무역항이었으나 동해항이 생긴 이후로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특히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전성기의 명성을 잃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명태를 말리기 위해 지게에 실어 나르던 고행 길이었을텐데 이제는 칼로리로 계산이 되는 길이 되었다.
물론 현재는 관광지로써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플레이스이고.
영화나 드라마 등의 촬영장소로 자주 이용이 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이곳 마을에도 돈이 흔해서 개도 돈을 물고 다닌 적이 있었나보다. ㅎ
등대오름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묵호등대에 도착한다.
유명관광지 답게 스카이워크뿐만 아니라 여러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비가와서인지 옛마을의 정취는 더욱 깊어가고.
아직 붉은 장미가 화사한 풍경도 이곳에서는 한창이다.
이제 비안개 깔려있는 논골담길을 따라 내려선다.
논골담길이라는 이름을 얻기전에는 그저 쇠락해가는 어촌 마을에 불과했을텐데 그나마 지금은 사람들이 찾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요즘은 전국에 이와 유사한 길이 많아서 큰 감흥은 없지만 재개발 등으로 인해 자꾸만 사라져가는 풍경이기에 이렇게 잘 보존만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이야 길이 잘 포장이 되어있지만 과거에는 비가 오면 질퍽거리는 길이었기에 장화는 필수품이었고.
하긴 나도 어릴적에는 봄에 날이 풀리면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이 풀려 신발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눈이오면 뿌린 연탄재로 인해 녹은 땅의 질퍽거림은 대단했는데.. ㅎ
가끔씩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괜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옛추억은 행복이 되나보다.
촉촉하게 비오는날이라 그런지 그런 정감이 더욱 진하게 밀려온다.
힘들게 살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할만큼 잘살고 있는데 왜 물질에 대한 욕심은 더 커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눠도 더욱 여유롭게 살 수 있을텐데 말이다.
가치도 근본도 없는 비트코인에 젊은이들이 광분하고, 또 집 한채만 있어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텐데 투기라는 욕망에 휩싸여 사는 요즘 세태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담장에서 만나는 소박한 풍경에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들이 담겨져 있는데.
묵호 논골담길은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난 여느 벽화마을과는 다르게 삶의 고됨과 가난한 사람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먹고 살기 위해 가파른 언덕에 몸하나 기댈 집을 다닥다닥 지어 살았던 모습조차도.
세찬 비가내려 우산을 쓰고 여유롭게 걸어본 시간이라 그런지 논골담길의 시간은 오래 기억이 될 것 같다. 축축함에 스며있는 고단한 옛 사람의 흔적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