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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지리산 가족 종주 산행기 - 둘째날

by 마음풍경 2005. 6. 6.


= 지리산 종주 산행 둘째날 =

 


밤새 숙박 전쟁을 치뤘다.

통로뿐만 아니라 계단까지 사람들이 자는 바람에 발딛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거기다가 여가 저기서 들리는 코고는 소리는 코러스를 이루고

 

여하튼 아침까지 있는 것은 고역이고해서 새벽 3시 30분경에 벽소령을 출발했다.

 

영돌이 너무 이른 새벽이라서 인지 아직 정신이 멍한 모습이다.


 

어둠이 깊게 있는 새벽길은 참 좋다. 이 어둠속에 모든것이 쉬고 있다.

꽃들도 그리고 새들도..


 

어둠속에 길을 가려니.. 고등학교때 읊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도 생각나고

숲은 어둡고 아름답고 깊으나

나에겐 지켜야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전에 가야할 먼길이 있네...

 

새벽안개는 여전히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고 한적한 그길을 간다.

새벽 4시가 넘으니 새들도 잠에서 깨어나고 맑은 소리를 낸다.


 

덕평봉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5시 40분경에 칠선봉에 도착한다.

이제 먼동도 트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제법 분주하다.


 

새벽길을 쉼없이 걸어서인지 영돌이가 조금은 피곤한 모양이다.

근데 표정은 여전히 즐겁단다.. 지리산의 묘한 매력인가 보다.


  

칠선봉을 지나니 제법 해 기운도 보이기 시작하고

근데 영신봉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그 길.. 아침밥도 먹지 못했는데 힘을 쭉 빼게한다.


 

하지만 저멀리 밝아오는 먼동과 함께 안개도 걷히니 주변 풍광이 멋지게 다가온다.


 

아침 운해가 걷히는 풍경이 장관이다.


 

그 아침 햇빛을 받으며 영돌이 씩씩하게 간다.


 

아침 6시 40분경에 영신봉에 도착한다.


 

영신봉을 지나 세석으로 가는 길엔 세상이 온통 새롭게 열린 세상같다.

몇시간 동안 어둠을 지나 왔기에 그 느낌은 더욱 큰것 같다.


 

영신봉을 지나 세석을 가는 길은 철쭉과 해맑은 아침 햇살이 조화를 이룬다.


 

멀리 촛대봉도 보이고


 

산들은 눈부신 햇살에 제 모습을 보이며 안개를 치우고 있다.


 

7시에 세석에 도착헤서 라면과 참치 통조림으로 아침을 때우고

8시 10분경 천왕봉을 향해 출발한다.

 

이곳부터는 지난겨울에 다녀간 길이기에 왠지 익숙하다.

촛대봉도 그렇고.. 갑자기 구름이 다시 몰려와 아쉽게도

이곳 촛대봉세서 천왕봉을 보지 못했다.

 

산행 도중 아들의 등산 패션 죽인다고 주변에서 야그가 많았다.


 

언제 구름이 끼었냐는듯이 촛대봉을 뒤돌아 보니 참 멋지고 시원한 풍경이다.


 

나뭇잎도 햇살을 받아 참 상큼하고 깨끗하다.


 

아들놈 패션 내가 봐도 죽인다.

인상도 죽인다.. ㅋㅋㅋ


 

9시경 심신봉을 지나 연하봉으로 가는 길이다. 작년 겨울 이곳 바람이 매서웠는데..


 

연하봉에 올라서니 9시 50분이다. 한참을 걸은것 같은데 아직 10시가 되지 않았다.

너무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인가 보다.


 

연하봉 가는길에 낯익은 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작년 겨울에 만났던 나무였다.

겨울 눈을 맞고 있을때와는 분위기가 달랐지만 반가웠다.


 

지난 겨울 바로 이 나무 사진이다.


 

영신봉은 지나서 보니 더 멋진것 같다.

이곳에서 아들놈하고 사진 한장을 남겼다.

나중에 아주 먼 훗날 영돌이는 이 사진을 보며 이 아빠를 기억할지..

이 추억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만 있다면 좋을것 같다.


 

10시경에 장터목에 도착하니 이곳도 말 그대로 장터같다.

중앙홀에 배낭을 나두고 10시 30분경 천왕봉을 향한다.

 

올라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밀려가다 시피 한다.

지리산 천왕봉을 가는것이 아니라 보문산에 가는 느낌이다.

 

제석봉에서 천왕봉이 멀지 않다.


 

11시 넘어 통천문을 통과하고


 

드뎌 11시 20분경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사진찍기가 무척힘들었다.

그래도 아들 숙제도 있고해서 겨우 겨우 사진 한장 남겼다.

 

산에 와서 그 넓은 자연을 보며 속세에 있는 사람이 그리워야 하는데

난 이곳에서 그 사람들을 지겹다고 느낀것은 무슨 아이러니인지...


 

여하튼 천왕봉에서 바라보니 멀리 노고단도 보이고 어제부터 오늘까지 걸어온 길이

아늑하게 바라보이고


 

노고단에서 이곳까지 표지 번호가 52이니 26km 정도가 되고 성삼재부터 하면

약 28.5km를 걸어온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 보지 못했던 멋진 풍광도 새롭게 보이고



 

12시 40분에 다시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사람이 너무 많아 이곳에서 점심을 먹지않고

데운 햇반을 2개 사서 백무동 가다가 점심 식사를 남은 반찬을 때우고

 

백무동에서 이곳 천왕봉까지는 6km라고 하네요.

 

근데 몸은 지치고 다리는 풀리고 그 백무동 바윗길이 참 지루하고 힘들었고...


 

그래도 울 아들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간다.


 

이제 그 힘든 길의 종점에 도착한다. 총 산행거리 36km...


 

4시경에 산행의 종점인 백무동 매표소에 도착하고.


 

 

나의 작지만 예전부터 간직해온 꿈을 이룬 산행이었다.

그리고 그 산행에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에 또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