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을 제주여행으로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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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 산행 및 여행 이야기[첫째날: 다랑쉬오름, 별도봉]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1년전 가족과 함께 한라산을 산행하기 위해 제주를 다녀온것이 엊그제 같은데..또한 지난 성탄절 영실코스로 다녀온것도 바로 전인데..1년 동안 3번의 제주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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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새벽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도시락을 싸고
성판악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
모든게 어둡습니다.
어둔 산길을 걸을때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지요.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오른발과 왼발의 자연스러움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이곳 속밭지역은 빽빽했는데
간벌을 해서인지 시원한 느낌입니다.
나무도 너무 밀집되어 있으면
크지 못하는데
인간들끼리 서로 기대며 사는게
꼭 좋은 모습인지 생각해 봅니다.
나이테를 보며 세월을 느끼지요.
내속에 있는 나이테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름답지는 않아도
흉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하늘에 구름은 많지 않으나
빨리 밝아지지는 않더군요
8시 30분경에 사라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성판악 입구의 너덜길과는 다르게
길에는 제법 눈이 덮혀있어
포근한 길을 걷기도 합니다.
산행한지 약 2시간만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이른 아침 깜깜한 너덜길을
걷기도 했지만
그래도 편하게 이곳까지
오게되었습니다.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앞을 보며 걷고 있지만
눈길은 뒤를 보고 가는 느낌입니다.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흐린날이었지만
그 느낌마저도 좋더군요
다만 눈이 많지않아
눈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하지만 하늘에 펼쳐지는 풍경은
자연 미술관이라고 할까요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행객들의 모습..
일요일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았습니다.
보통때는 실감이 나지 않는 높이이지요.
서귀포쪽 바다도 마치 구름 아래에
고요히 잠자고 있는 듯 보입니다.
구름이 일제히 하얀 띠를
두르듯 펼쳐져 있네요.
구름이 이처럼 아름다운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비행기를 타고 창밖으로 보던 느낌..
아니 그보다 더 생생하게 내 눈앞에
다가오는 느낌이네요
정상도 그리 멀지 않은것 같습니다.
세찬 바람도 없고 추위도 없어
쉽게 오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이란 자연앞에서는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저 구름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면..
그곳에 누워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다면...
마치 히말라야 어느 능선에
서 있는 느낌이 드네요
혹은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로
풍덩 빠지는 느낌은 어떨가요..
별 별 상상을 다해봅니다.
한라산 높이가 1950m이므로
이제 고도로 50미터가 남았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은 각자 어떤 이유로
이 산을 힘들게 오르는 걸까요.
정상에 도착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게 보입니다.
언제봐도 멋진 백록담의 겨울 풍경..
적당한 눈이 더 멋진 그림을
만들어 줍니다.
정상을 아쉽게 뒤로 하고
내려서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 또한 장관입니다.
포근한 날씨에 이 풍경이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고상돈 캐룬도 신비롭게만 다가오고요.
하늘의 햇빛도 능선 너머 가려져 있습니다.
눈이 많지 않으니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로움이 더하더군요.
중간에 식사를 하고 12시 30분경에
용진각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풍경이 멋지게 병풍처럼 펼쳐지네요.
참 아늑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정말로 눈이 많지않으니
멋진 암릉이 드러나네요.
작년에는 그저 하얀 산으로만 보였는데..
대피소를 지나 뒤돌아본
백록담 북벽의 모습은 또 하나의
다른 산을 보는 느낌입니다.
알프스의 어느 눈덮힌
계곡같기도 하고요.
삼각봉은 관음사 길에서
가장 멋진 봉우리죠.
이곳을 지나는데 구름이 몰려오네요.
잠시 휴식을 취하며
그 풍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이제 조망은 사라지고
편안한 숲길이 시작됩니다.
이제까지 느껴지던 풍경과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고요.
2시경에 탐라계곡 대피소를 지납니다.
자꾸만 작년과 비교가 되네요.
작년에는 이길이 눈에 덮혀
계단이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한라산 계곡의 풍경은 여느 산 계곡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지요.
원시시대에 온 기분이라고 할까요.
흐르지 않는 고인 물..
이 물은 과거 언제 비가 되어
내린 물일까요?
3시경에 관음사 입구에 도착해서
8시간의 긴 하루 산행을
마무리 하게 됩니다.
산행을 마치고 다시 6시 녹동행
배를 타기위해 제주항으로 갑니다.
배에 올라타서 일몰의
화려함도 보게됩니다.
바다위에서 이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네요.
하지만 검은 밤 바다에 비추이는
등불의 색감도 황홀했습니다.
다양한 불빛의 느낌들...
배는 떠나는데 한라산이 잘가라
그 모습을 희미하게 보여주네요.
그런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보면서
서로 상생하는 모습을 느낍니다.
등대와 불빛들이 흔들리는게 아니지요.
내 눈이 흔들리는거지요.
때론 살면서 남의 탓만 하게됩니다.
진정 고쳐야 할 것은 본인이면서도..
제주를 뒤로 하고 녹동을 향해
뱃고동을 울리며
겨울 밤 바다의 어둠을 뚫고
배는 떠납니다.
1박 2일의 짧지만
그러나 알찬 겨울 제주 여행 및
한라산 산행을 추억속으로 보냅니다.
과거 대학 시절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를 읽으며
항상 동경하던 제주의 바다와 산...
기억나는 한구절의 시를 떠올리며
그곳을 떠났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검푸른 바다와
하늘에 수없이 떠있는 별들과 함께...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
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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