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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통영 연화도 - 안개낀 연화봉의 풍경

by 마음풍경 2007. 4. 1.

연화도

 

 

배는 뿌연 바다 안개속을 헤치며 연화도를 향해 갑니다.

 

지나는 섬들은 모두

일년전 맑은 하늘아래 보았던 같은 섬들이건만

참 낯선 얼굴로 내게 다가옵니다.

 

구름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속에서

그리고 바다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속에서

오늘 산행의 힘듬을 미리 예감해봅니다.

 

그러나 가볍게 떠가는 배를 보며

그리고 그 구름 안개 속 너머 신비롭게만 보이는 섬에서

오늘 산행의 또 다른 뜻밖의 선물도 생각해 봅니다.

 

선상 갑판에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1시간여를 와서

연화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섬은 온통 안개속에 잠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봄에 꽃 구경을 하는 이유가 무얼까요

아마도 꽃이 되고 싶어서 아닐까요.

잠시동안 꽃처럼 아름답고 싶어서..

 

섬산행의 묘미는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는거지요.

 

하지만 오늘은 그 바다 조망 값이 비싼것 같습니다. ㅎㅎ

산을 오르고 또한 내려설 때만 보았으니요.

 

하지만 잠시동안의 시원한 조망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이제 조망과 바람을 벗어나

봄기운이 가득한 안개속 숲길을 걷습니다.

 

뚝 떨어져 있는 동백 한송이..

절정의 아쉬움을 가장 진하게 표현하는 꽃이죠..

삶도 저처럼 아름답게 스러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르는 산길에는 촉촉한 봄비에 많은 보라색 제비꽃들이 피어있고

드문 드문 순백색의 남산제비꽃도 피어 있더군요.

 

봄비에 온몸을 촉촉히 젖은 꽃들을 보면

왜이리 그리운 것들이 많은지요.

지난 아스라한 추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능선에 올라서니 안개는 더더욱 깊어지고

바람 또한 만만치 않게 가슴을 파고 드네요. 

이처럼 바람이 불면 내마음속에도 그리움의 바람소리가 납니다.

 

회색빛 안개 속에서도

봄의 풋풋한 연두색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그 길을 걸었습니다.

한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길을 걷듯이

그 안개속에 길을 맡기면서

 

ㅎㅎ 염소 한마리가 저 안개 숲너머에서 만났습니다.

내가 놀란 만큼 저놈도 놀랐을까요.

 

정상 근처에 있는 빈 벤치를 봅니다.

이곳에 앉아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의 조망을 바라보는 꿈을 꿉니다.

두 눈을 감고서 안개너머 아스라히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정상에 도착했건만 이 이정표가 없다면

이곳이 어느곳인지 전혀 구분이 되지 않을만큼 안개는 심하네요. 

근데 이곳에서 사고를 쳤습니다.

바위에 미끌어져 몸과 카메라에 약간의 부상이 생긴거지요. ㅎㅎ

금이 심하게 간 렌즈를 보며

오늘은 마음에만 안개속 풍경을 담고 가라는 뜻인가 자신을 위로해 봅니다.

 

하지만 잠시나마 바람에 실려 멋진 연화도 풍경을 보기도 합니다.

깨진 카메라지만 그 회색 풍경에 숨겨 부족하지만 풍경을 남겨봅니다.

 

동두마을 까지의 짧은 산행이었지만

마지막 한장의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포구를 향하게 됩니다.

 

그래도 비오는 회색빛 하루였지만 돌아오는 길에 만난

꽃밭을 보며 잠시나마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저 꽃처럼 때론 내 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이름없는 꽃이 아니라 이름 모를 나만의 꽃을...

비록 꽃피고 지는 일이 찰나의 꿈이라 할지라도

 

다시 포구로 돌아와 나를 실고갈 배를 기다립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없는 기다림을 생각합니다.

 

갈매기들도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분주하더군요.

이들을 보며 바다도 살아있음을 느끼게됩니다.

 

이제 뱃고동을 울리며 오는 저배를 타고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겠지요.

 

누군가는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작은 쪽배를 타고

바다를 향하고요.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위해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옵니다.

해도 많이 저물어갑니다.

 

해는 많이 맑아졌건만

연화도는 아직 얕은 구름에 가려있고요.

 

잘있거라 연화도여~~

너의 그 깊은 속살을 오늘은 보지 못하지만

인연이 되면 언젠가 다시 너를 찾으리라~~

 

아쉽게도 올때에 비하면 날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바다에 떠 있는 등대도 보이니요.

 

그런 외로운 등대를 뒤로하고 가는 길에서

살랑대는 봄바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더군요.

 

 조용히 봄 바다의 향내를 맡고 있는 여인네의

그림자도 몰래 카메라 앵글에 잡아 보았습니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배는 육지를 향해 쉼없이 갑니다.

내 몸도 마음도 그 바람에 실어 함께 떠 갑니다.

 

 해도 이제 많이 어둑 어둑 해지려하고

오늘 하루의 지난 추억도 가슴에 담을 시간이 다가오나 봅니다.

 

저 바다를 보면서

지난주 내변산에서 만난 그 빗방울을 아마도 이곳 바다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일이겠지요. ㅎㅎ

 

잠시나마 삶이라는 무거움 속에서

인연의 소중함과 애틋함을 생각해 봅니다.

 

 멋진 연화도의 조망을 보려고 희망했으나

얄궂은 봄날씨 때문에 약간은 아쉽게 보낸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봄 꽃도 피었다가

또한 지는것도 한순간인데

오늘 하루의 시간도 그런 아쉬움이라 위로해 봅니다.

 

봄비를 맞으며 보낸 하루여서인지

다시금 생각나는 시를 떠올리며

어제의 산행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앞산

산벛꽃

다 졌네

 

화무십일홍. 우리네 삶 또한 저러하지요.

저런줄 알면서도 우리들은 이럽니다.

다 사람 일이지요.

 

때로는 오래된 산길을 홀로 가는 것 같은 날이 있답니다.

 

보고 잡네요.

문득

 

고개들어

꽃.

다 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