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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울릉도 ② -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걷기

by 마음풍경 2007. 4. 9.

 

도동항 ~ 저동항(촛대바위, 등대)

 

사동방면 해안 산책도로를 돌고와서 저동까지 도보로 걷습니다.

 

걷는길은 그리쉽지 않습니다. 차가 분주히 다니는 차길을 가파르게 오르고 내려서야 하니요.

30여분 걸어오니 저동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인것 같은데 교문이 참 소박하지요. ㅎㅎ

 

도동항이 여객선 출입항이어서 번잡한데 비해 이곳은 어항 중심이어서인지 한가한 느낌입니다.

 

생선들도 좌판 중심이고요.

 

이런 멋진 포구에서 술한잔 생각이 나더군요. 낮술이.. ㅎㅎ

 

 

해삼이 너무나 크네요. 1kg에 2만원이라는데 1만원어치도 보통 사이즈 해삼 5마리더군요.

 

멋진 낭만이 느껴지는 한적한 포구에서 싱싱한 해삼을 안주로 홀로 마신 소주 한잔..

문득 이생진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여하튼 대낮부터 이 외딴 울릉도에 와서 혼자 마시는 술의 취기가 마음을 가볍게 해주네요.

처음과 다르게 이제 모든게 낯설지 않고 편하게만 다가옵니다.

 

저동항의 명물인 촛대바위입니다.  얼마전 끝난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이 마지막 촬영지가

그날 파도가 심하지 않아 울릉도에서 촬영을 했다면 아마도 이곳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ㅎㅎ 드라마 마지막 장면을 봤을때는 이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울릉도행 배가 가질 않아 동해안 포구에서 쵤영을 했다고 하더군요. 쩝

 

저 바다넘어 도동항 쪽 행남등대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곳도 해안 산책도로 공사중이더군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조화롭게 이 산책길이

저동 해안도로까지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여하튼 취기를 친구삼아 방파제를 걷기 시작합니다.

 

하늘도 적당한 구름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토요일인데도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한 모습입니다. 저 뒤로 성인봉이 보일듯도 하네요.

 

왼편으로는 죽도가 그리고 오른편으로는 북저바위가 서로 친구하고 있네요.

 

물론 바다에서 섬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갈매기고요.

 

갈매기들이 방파제의 주인인양 여유롭게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고 있더군요.

 

 

대낮에 마신 한두잔의 소주때문이 아니라 참 가슴에만 담기에는 아까운 풍경들입니다.

 

 

살살 불러오는 바람도 빨간 등대도 그리고 조그만 배도 모두 자연의 일부분이 됩니다.

 

 

이 등대는 낙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더군요.

이곳에 앉아 잠시 낮잠을 즐기기도 하고요. ㅎㅎ

 

잠에서 깨고나니 천국의 풍경으로 다가오데요.

 

 

갈매기의 비상을 보며 나도 저처럼 날고픈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ㅎㅎ 아직 술이 덜 깬걸까요.

 

 

 

울릉도에 와서 이처럼 여유로운 추억을 남길줄 몰랐습니다.

독도행을 포기한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파제가 연결만 되었다면 저 건너편 빨간 등대에도 가고 싶더군요.

 

이제 얼추 시간도 지나고 다시 방파제를 되돌아 갑니다.

 

촛대바위와 등대 풍경도 참 조화롭고요.

 

촛대바위와 북저바위 그리고 그 너머 죽도..

 

아쉽지만 이 멋진 풍경을 가슴속 깊이 남겨두고 다시 도동항으로 되돌아 갑니다.

올때는 힘이 넘쳤는데 다시 그 길을 되돌아 가려니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가파른 길을 낑낑대고 올라서니 도동이 나옵니다.

약 3시간의 짧은 산책이었지만 나홀로 걷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