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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대둔산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황동규 시인의 시를 떠올리다.

by 마음풍경 2009. 1. 25.

어제 대둔산 산행 중 흔들다리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를 만났습니다.

 

다리에서 사진을 찍으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황동규 시인의

시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나의 뇌속에 남아 있는

시구절을 중얼 중얼 되뇌였지요.

 

그리움이란 세차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마음처럼

그렇게 가슴 사무치는 것일까요.

 

-즐거운 편지/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09.1.24 대둔산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