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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by 마음풍경 2010. 7. 9.

 

요즘은 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다.

대부분 볼거리 위주라서 그런지 오래오래 잔잔한 감동이 남는 영화를 찾기가 힘들다.

문득 지난 영화중에서 2006년에 나온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하석규, 김지수 그리고 이한위가 나오는 영화다.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에 갇혀 마음 열고 편하게 사랑을 할 수 없는 두 사람.

너무 착해서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

경제적 현실이 무거워 사랑이 사치라 생각해서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하지만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지라

현실의 장벽을 고스란히 지니고서도 나눌 수 있는

애잔하고 따뜻한 마음의 교류, 그리고 희망이 있는 그리움..

 

특히 120여분의 영화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끝부분에 나온다.

젊은 시절 히말라야 등정을 꿈꿨지만 현재는 정신지체를 앓고있는 주인공 남자의 형과 함께

지리산 능선에 올라 형과 나눈 대화

 

"심선생! 지금 기분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잘~ 못알아듣겠습니다. 지금 기분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나도 좋습니다.

심선생 언제 우리 히말라야 한번 가야죠."

"언제? 응~ 언제?"

"심선생 하는것 보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외치는 한마디 말! 정말 대박이다. ㅎㅎ

 

"좋타! 씨발!

씨발 좋타! "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 주인공이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서 "즐거운 나의 집" 노래를 듣는 장면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오후 5시면 울렸던..

그리고 휴대폰을 통해 남자의 자동응답기에 남겨지는 노래...

어린시절 아련한 소망을 통해 답답한 현실을 위로하는 작은 희망의 몸짓이 아니었을까..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사랑의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힘든 삶이지만 지리산 산행에서의 외침과 학교 교정에 울리는 음악처럼

사랑에 대한 소망도  천천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여튼 왠지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애잔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