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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한여름에 서늘한 지리산 한신계곡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0. 8. 23.

 

지리산 백무동 한신계곡

 

 

백무동 주차장 ~ 하동바위 ~ 참샘 ~ 장터목 대피소 ~ 연하봉 ~ 촛대봉 ~

세석대피소 ~ 한신계곡(가내소 폭포) ~ 백무동 주자창

(15.7km, 9시간 소요/휴식 및 식사 시간 포함)

 

 

연일 무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뙤약볕 아래에서 걷기도

무척이나 힘이 들어 무작정 길을 떠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올 여름은 계곡 길을 따라 걷기를 자주 했습니다.

하여 이번주도 지리산으로 계곡 걷기를 이어갑니다.

  

9시 40분경에 지리산 백무동 주차장에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과거에 지리산에 온다면 당연히 등산이라는 생각으로 왔겠지만

작년부터 걷기를 주로 하다보니 이제는 지리산 또한

등산보다는 천천히 걷는다는 마음으로 대하게 됩니다.

하긴 조금 느리게 천천히 걷는다는 생각으로

상 등정이라는 의미만 버린다면 

이 또한 산길과 숲길 트레킹이 되겠지요. ㅎ

 

휴가객으로 번잡한 식당 및 숙박 시설을 지나고 나니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백무동 탐방 지원센터가 나옵니다.

 

백무교 옆으로는 시원한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고요.

계곡 입구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오늘은 왼편 백무동 계곡으로 올라 오른편

한신계곡으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걷기네요.

 

백무동 입구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만나는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약 5.8km로 제법 긴 오름길이지요.

 

하지만 숲길 옆으로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함께하기에 더운 여름철 걷기에도 참 좋네요.  

 

따가운 여름 햇볕을 가려주는 깊은 숲이 있어 더욱 좋고요.

 

아침이라 서늘함마저 느끼게 하네요.

 

여튼 오랜만에 지리산을 와서인지 천천히 걷는

발걸음이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ㅎㅎ

하동바위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네요.

 

그리고 돌길을 따라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무래도 더운 여름인지라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땀이 온몸을 흐르지만

시원한 바람이 함께하기에 그리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참샘에 도착해서 맛난 지리산 물맛도 보네요.

 

과거 지리산 종주를 하고 이 길을 따라

하산을 할때는 무척이나 지루한 돌길이었는데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습니다.

 

두발로 걷는 것은 참 정직하지요.

한발 한발 오르다보니

이제는 하늘도 보이고 능선도 보이네요.

 

자연의 풍경은 소박함조차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지요.  

 

여름 산에서 흔하게 볼수 있는 꽃이라해도

자연에서 만나는 인연은 언제나 반갑고 즐겁습니다.

 

나무끼리는 뿌리를 통해 서로를 의지하는걸까요.

그럼 우리 인간을 연결해주는 것은 무얼까요.

사랑일까요. 혹은 인연일까요.

 

재작년 겨울 눈내리는 이곳에 왔을때

만난 멋진 겨울 풍경이 문득 생각나네요.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동과 기쁨은 여전한 느낌입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1893206)

이제 장터목까지는 1.5km가 남았습니다.

 

 바위 옆 조망터로 나가보니 저멀리 장터목 대피소도 보이고요.

 

텅빈 나무 속에서 또 다른 나무가 커가고 있는 모습이 참 특이합니다.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조망 길을 지나기도 합니다.

 

오전내내 날이 참 맑았는데

천왕봉쪽에서 갑자기 구름이 올려오네요.

 

물론 제 머리위 하늘은 여전히 푸르기만 한데요.

 

오르는 길에 간단하게 점심식사도 하고

1시 10분경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고사목도 바위도 나무도 그리고

야생화들도 여전한 모습입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대피소에 사람들도 많고요.

 

저도 이곳에서 시원한 커피한잔하며 휴식을 취해보네요.

 

그리고 저멀리 연하봉을 향해

지리산 주능선을 따라 다시 길을 걷습니다.

 

지리산 주능선 길을 언제와도 참 좋습니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ㅎㅎ 반달곰을 만나면 애구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쳐야 하는것 아닌가요. ㅋ

 

지리산 주능선에는 오르막 내리막의

힘든 산길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처럼 걷기에 매혹적인 길도 숨어 있고요.

과거 등산을 목적으로 할때는 이런 느낌을 알지 못했네요.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건가 봅니다.

 

 뒤돌아본 제석봉쪽 풍경은 온통 구름에 가려있습니다.

 

가야할 연하봉과 삼신봉 그리고 촛대봉 능선도 한눈에 다가옵니다.

 

문득 지리산의 이 멋진 암릉 풍경이 무척이나 낯설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긴 장터목에서 주로 천왕봉쪽으로 가거나

아님 노고단과 반야봉쪽 능선길만 최근에 걸었었지

이 능선 길을 걸어본지가 무척이나 오래되긴 했습니다.

 

겨울에 눈 옷을 입으면 더욱 멋진 주목도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고요.

 

 연하봉(1730m)에 도착해서 조망이 펼쳐지는 바위에 올라봅니다.

 

하늘의 풍경은 불어오는 너무나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라만보고 있어도 황홀합니다.

하늘이 내게로 오네요. ㅎㅎ

 

가야할 길은 너무나 황홀하게 다가오고요.

 

연하봉 옆 바위들은 마치 무언가를 동경하며

한곳을 바라보는 얼굴 모습처럼 보입니다.

 

장터목에서 세석까지의 참 매력적인 주능선 길은

약 3.4km의 거리입니다.

 

그나저나 이 능선길을 걷는 동안 천왕봉은

그 얼굴을 보여줄것 같지는 않네요. ㅎ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연하봉에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참 멋진 지리산 주능선길입니다.

 

거림 방향 계곡도 구름에 가득 덮혀 있습니다.

 

촛대봉을 향해 가는데 이 곳도

구름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그 덕분에 뜨거운 햇살은 피하게되고 멋진 자연의 풍경은

보너스로 받는 행운도 있습니다. ㅎㅎ

 

물론 촛대봉에 도착하니 다시 하늘은 화창한 얼굴로 반겨줍니다.

 

햇빛이 뜨거운 곳에서는 구름과

시원한 바람으로 저를 편하게 해주고

조망이 있어야 하는 곳에서는

다시 하늘은 맑게해주는 것을 보니

여전히 자연은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변함없는 친구인가 보네요.

 

촛대봉에서 바라보는 세석의 풍경도 참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ㅎㅎ 코큰 얼굴 바위인가요.

과거 촛대봉을 지날때

이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그때는 빨리 정상에 가야한다는

바쁜 마음밖에 없어서 그랬는가 봅니다.

여튼 같은 길이건만 빨리 그리고

멀리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걷는 산행과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지니며 걷는 걷기에는

 이처럼 많은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3시경에 세석대피소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등산객들이 늦은 점심을 먹느라고

여기저기서 라면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ㅋ

 

이제 세석에서 한신계곡을 따라

다시 백무동으로 내려서야지요.

이곳에서 백무동까지는 장터목까지

오를때보다 더 긴 6.5km입니다.

 

세석에서 백무동까지 이어지는

 계곡을 한신계곡이라 하는데

초입부터 길의 가파름이나 원시림과 같은

길의 거침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가파른 길을 조금 내려가니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 이어지고요.

 

군데 군데 다리를 건너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여느 지리산 계곡과는 다르게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호젓함이 또한 좋네요.

 

최근에 문화재청이 남해의 죽방렴,

태백의 검룡소와 함께 이곳 한신계곡을

국가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한신 계곡의 이름이 다른 지리산 계곡 이름과는

달리 특이해서 그 유래를 찾아보니

깊고 넓은 계곡 또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으로,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며 굽이치는 곳이 많아 한심하다고 해서

부르던 이름이 한신이 되었다고도 하고,

옛날에 한신이라는 사람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으로 가다가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네요.

 

한신폭포를 지나니 오층폭포가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고요.

 

층층이 이어지는 폭포의 모습도 또한 장관입니다.

 

물론 이름이 붙여진 폭포뿐만 아니라 무명폭까지

서늘함과 시원함은 따로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가네소 폭포를 만나면 그 멋진 풍경에

반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지요.

폭포의 높이가 15m 정도에 불과하지만

50여평의 검푸른 소와 어우러지는 모습은

마치 이무기라도 살것 같은 서늘함이 진하게 배여있습니다.

 

 이 폭포는 사철 수량이 변함없이 풍부하여

예로부터 기우제 장소로 많이 이용돼왔으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영험스런 곳이라고 하네요.

 

 다만 가네소라는 이름의 유래를 보니

먼 옛날에 한 도인이 12년간 도를 닦다 마지막 수행으로 

가네소 양쪽에 줄을 묶고 눈을 가린채건너가고 있었는데

지리산 마고할매의 셋째딸인  지리산녀가

 유혹을 하여 물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그리하여 도인이 "에이~ 나의 도는 실패했다.

나는 이만 가네"라는 말을 남기고 이곳을 떠나서

이곳을 가네소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멋진 풍경과 이름에 걸맞지 않는

전설이라 조금은 허탈해지네요. ㅋ

 

여튼 가네소를 지나면 험한길이 많이 편해집니다.

 

계곡을 건너는 흔들다리의 재미도 여전히 쏠쏠하고요.

 

가네소 입구에서 백무동까지는 약 3km 거리인데

여름에는 이 계곡 길을 왕복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름 피서 길이 될것 같습니다.

 

한신계곡 초입에 있는 첫나들이 폭포는

20여개의 작은 폭포로 이루어져 있고요.

 

자연관찰로를 따라 줄줄이 이어지는

계곡의 풍경이 참 편하고 시원하네요.

 

다리에서 지나온 계곡을 올려다보니

저멀리 촛대봉 능선이 바라보입니다.

그나저나 참 먼길을 내려왔네요.

 

 계곡을 차츰 벗어나니 하늘의 풍경도 눈앞에 가득 펼쳐지고요.  

 

새하얀 뭉게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저 좋습니다.

 

백무동에 가까이 갈수록 계곡의 물소리는 점점 멀어집니다.

하지만 계곡 대신에 이처럼 매력적인 숲길로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하게 되니

더욱 의미있는 지리산 길 걷기가 되었네요.

 

6시 30분경에 백무동 입구에 도착해서

 긴 시간의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과거에 지리산하면 늘 산행이라는

생각으로 정상을 가야했고

빠른 발걸음으로 정해진 봉우리를

오르는 것만이 전부인양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지리산으로 향해 있는 길을 따라

간다는 생각으로 걷다보니

늘 힘들게만 생각했던 그곳에도

내 스스로 스며드는 편한 길이 있더군요.

 

우리네 일상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요,

바쁘면 바쁜만큼 얻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또한 그만큼 잃어버리는 것도 있겠지요.

어느 길을 택하는가 하는것은

또다른 자신만의 선택일겁니다.

그것은 삶처럼 사랑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고요.

인간 세상을 사랑하든 아니면

자연의 인연을 사랑하든지간에

어찌살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뒤돌아 생각해볼 때

후회없는 모습이어야 할텐데요.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인간은 끝까지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동물이다.

사랑이 있는 한

인간이 서로를 사랑하는 한은, 말이다.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 온 한 포기의 풀..

혹은 한 그루의 묘목 같은 사랑합니다 앞에서,

.............

모든 걸 포기한 인간에게 남겨진 한 가닥의 기대..

그것이 바로 희망임을 나는 알 수 있었고,

사랑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남겨준

마지막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