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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상주 경천대 MRF 낙동강길 - 4대강사업을 닮은 아쉬움

by 마음풍경 2010. 10. 25.

 

상주 MRF 1길(낙동강 길)

 

 

경천대 입구 ~ 경천교 ~ 회상나루터 ~ 상도 촬영장 ~

청룡사 ~ 비봉산 ~ 경천교 ~ 흔들다리 ~

경천대 ~ 육각정자 ~ 경천대 입구

(약 10km, 3시간 소요)

 

 

상주 MRF란 산길(Mountain Road), 강길(River Road), 들길(Field Road)을 

의미하는 말로 상주 주변을 잇는 13개 코스의 길을 말합니다.

특히 MRF 1길인 낙동강 길은 낙동강 1300리 가운데 가장 경치가 빼어나

낙동강 제1경으로 알려져 있는 경천대에서 시작하는 원점회귀 길입니다.

 경천대 관광단지에 도착해서 주차장을 지나자 정기룡 장군 동상이 있는 인공폭포가 나옵니다.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때 왜군과 싸워 60전 60승을 거둔 육지의 이순신 장군이었다고 하네요.

참 대단한 장군이신데 왜 우리에게는 알려지지가 않았을까요.

 

작은 고개를 올라서자 경천대 유래비가 나오고요.

 

이곳에서 바로 오른편 산길로 MRF 길이 시작됩니다.

1코스인 낙동강길과 2코스인 초원길 그리고 3코스인 아자개성길 등

 낙동강 권역 코스가 모두 이곳에서 출발하네요.

오늘 가야할 비봉산까지는 5.9km입니다.

 

경천대 입구는 유원지라 조금 어수선했는데

이곳 소나무 숲길로 접어드니 참 마음이 편해집니다.

 

주말이지만 사람도 거의 없고 가볍게 길을 걷습니다.

 

중간 중간 멋진 낙동강이 바라보이는 조망도 만나게 됩니다.

경천대 앞 낙동강은 아직 4대강 공사를 하지 않아서 인지 참 편해보이지요.

 

하지만 산길을 벗어나 도로로 내려서자 4대강 공사때문인지 새롭게 만든 철문이 길을 막습니다.

문은 열쇠로 잠겨있는데 화살표는 그리 되었으니 어디로 가라는 건지.

다행히 문옆으로 개구멍이 있어 그리 빠져나왔습니다.

MRF 길은 사설단체가 아닌 상주시에서 만든 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더군요.

 

잘 만들어진 해설판도 그 의미가 반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생태를 파괴하면서 생태 해설판이라니.

늘 느끼는 거지만 참 아이러니하네요. ㅎㅎ

 

이곳도 4대강의 삽질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연신 먼지를 일으키며 덤프 트럭이 길옆을 지나가니요.

 

이곳을 오는 도중에도 자전거 길을 봤는데 상주시는 자전거를 시의 관광 테마로 삼았나봅니다.

자전거 박물관이 공사 마무리 중이더군요.

 

경천교 다리에 도착하니 여러 모습의 화살표를 보게됩니다.

하나는 낙동강 생태문화 탐방로이고요.

 

다른 하나는 오늘 걷고있는 MRF 길입니다.

다리 입구가 1,2 코스와 3코스의 갈림길이고요.

걷는 길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비슷한 코스로 이렇게 다르게 길을 만들고

또한 이정표도 달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천교 다리의 자전거 타는 조각상이 인상적이더군요.

 

하지만 다리 아래로는 연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4대강 삽질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다녀온 여강길의 답답한 모습을 보는것 같네요.

 

다리 건너편은 저리 평화로운데..

 

그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강변의 멋진 풍경인데..

 

반대쪽 모습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특히 바로 아래로 내려가면 상주보가 있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물에 잠기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경천교를 건너니 회상나루터가 나옵니다.

이곳 나루터 신발바위에는 애잔한 사랑의 전설이 내려온다고 하네요.

옛날 덕암산 아래 부잣집에 종이 살았는데, 그집 무남독녀와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를 하려다

장마철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사연을 들은 낙동강 용왕이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회상나루터 앞에 남자 신발과 여자 신발을 바위로 만들어 놓았다고 하고요.

 

자전거를 위한 길이어서 일까요.

아주 잘 포장된 길을 걷기가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낙동강이 시원하게 바라보는 조망은 참 좋은데

강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 소리는 영 아니네요. ㅎㅎ

 

이정도의 길이면 굳이 돈을 들여 포장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도 다니고 자전거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여튼 상도 촬영지에 오는 동안 그래도 소박한 숲길이 있어 마음이 편해집니다.

 

상도 촬영지에 도착했습니다.

 

 가을이 물씬 배여있는 초가지붕너머로 오늘 가야할  청룡사도 보이고 비봉산 정상도 보입니다.

 

오전에는 푸른 하늘이었는데 오후되자 구름이 많아져서

하늘도 내 마음처럼 회색빛이 되었습니다.

 

ㅎㅎ 이곳은 설명 안내도가 입구에 있지 않고 안쪽에 있습니다.

 

상주는 곶감으로 유명해서인지 가지에 자라고 있는 감들도 왠지 토실해보이네요.

 

청룡사 방향으로 계속 걷습니다.

그나저나 내가 MRF 길을 걷는건지 아님 낙동강 생태문화 탐방로를 걷는건지 모르겠네요.

1석 2조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ㅋ

 

조용한 느낌의 청룡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사찰 뒤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비봉산 정상으로 오릅니다.

 

정상 가기전에 시원한 전망대 테크가 있더군요.

 

이곳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데 두가지 서로 다른 느낌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참 시원하고 멋지다이고 다른 하나는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였습니다.

 

 그런 상반된 마음으로 정말(?) 아주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정상에 오릅니다.

 

산의 높이는 그리 높지는 않아도 주변 조망은 유명산 못지 않습니다.

 

누가 전망대 데크에 이런 글을 붙여놓았을까요.

이곳을 오는 내내 씁쓸함과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 글을 쓴 사람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조망이 있는 멋진 곳인데 발아래 펼쳐지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바로 옆에 공사중인 상주보가 완공되어 이곳에 물이 가득차면 멋지다고 할건지.

저 반짝이는 모래톱과 구불 구불 자연스럽게 흐느는 강물의 모습이 전부 사라지고

마치 호수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질까요.

 

  이제 정상을 내려서서 오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이 아름다운 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지 않는 그냥 그대로의 흙길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공사만 진행하고요.

 

사찰 앞 나무 아래 작은 나무 의자 모습에서 소박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느껴봅니다. 

 

내려서는 길 도중에서도 여전히 이정표의 혼란스러움과 과잉의 아쉼움이 가득하네요.

산 이곳 저곳으로 말끔하게 포장된 길들이 수없이 이어져 있고요.

 

세상의 자연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대로 두면 저리 아름다우련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손길만 있어도 저리 행복해 보이련만

 

길을 걷다가 참 오랜만에 사마귀를 만났습니다.

사진을 찍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더군요. ㅎ

 

지나온 길을 되돌아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낙동강에 우뚝 서 있는 비봉산은 인간의 욕심을 묵묵히 지켜보겠지요.

 

왠지 이곳의 가을은 더더욱 쓸쓸하고 스산할것 같습니다.

 

저멀리 경천교 다리도 보이고 공사장의 소음도 더 크게 들려옵니다.

고운 길만 무심하게 이어지네요.

 

자연에서 적당하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인간의 욕심에도 적당하다는 말이 스며들 여지는 없는걸까요.

 

 어차피 화려했던 문명도 그 스러지는 끝이 있는 법인데..

 

다시 경천대 관광지로 되돌아 왔습니다.

흔들다리도 지납니다.

 

그리고 경천대 옆의 무우정에 도착합니다.

무우정은 병자호란때 세자와 대군이 청나라에 잡혀가자 이를 수행했던 우담 채득기 선생이

괸직을 마다하고 은거하여 학문을 닦던 곳이라고 합니다.

 

쇠난간을 잡고 경천대에 오릅니다.

경천대 비는 임진왜란때 우리나라를 도운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우담 선생이 바위에 새겨놓은 거라고 하네요.

"대명천지 숭정일월"

 

경천대는 낙동강 1300리 가운데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낙동강 제1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높이 솟은 절벽 위에 우거진 송림과 금빛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경천대 풍경을 보고 있으면

왜 이곳이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어차피 4대강 공사가 끝나면 이 풍경도 사라지게 되겠지요.

 

당초 이곳은 깎아지른 기암 절벽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 그리고 울창한 노송 숲으로 형성되어

하늘이 만들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자천대라고 불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담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의 경천대로 변경했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경천대를 이야기할 때 우담 채득기 선생을 빼면 안될것 같습니다.

 

경천대를 내려와 뒤에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경천대에서 제일 조망이 좋다는 조망처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경천대 최고봉인 천주봉(159m) 정상에 있는 3층 팔각정에 오릅니다.

 

곳곳이 4대강 공사로 아픈 생채기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휘돌아 가는 강의 모습과 주변 들판은 참 아름답습니다.

 

지난번 여주의 여강 길을 걸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공사를 하기전에 이곳을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네요.

 

나중에 이곳을 다시 온다면 이 풍경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설레임보다는

왠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너무나 지나친 인공미라고 할까요.

그냥 두어도 참 아름다운 모습일것 같은데...

 

처음 지났던 경천대 유래비로 내려서면서 상주 MRF 낙동강 길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최근 신문을 보니 가슴에 와닿는 글이 있더군요.

 

"걸음은 나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걷다 보면 가진 것이 무거워 짐이 되어버린다.

많이 지고 갈 수 없으니 가진 것도 풀어놓아야 한다.

우리네 걱정과 근심도 그렇게 풀어진다.

내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욕망들도 걷다보면 하찮게 여겨지고,

이내 슬그머니 버리게 된다."

 

길을 걸으면 마음이 비워지는 가벼움이 있는데 오늘은 잔뜩 무거움만 늘어서 마무리 하게 됩니다.

몇년동안 길을 걸으며 이처럼 아쉬움만 가득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길을 걷고 나서 긍정적이고 좋은 말보다는

부정적이고 무거운 말만을 쓰게되었네요. 쩝

 

상주 MRT 낙동강 길을 걸으며 길과 주변 분위기가

마치 4대강 사업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