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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룡산 지석골 길 - 새하얀 장군봉 능선을 이어걷다.

by 마음풍경 2012. 2. 5.

 

계룡산 지석골 길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지석골 입구 주차장 ~ 학림사 ~ 지석골 ~  작은배재 ~ 갓바위 ~ 신선봉 ~

큰배재 ~ 천장골 ~ 삼거리 ~ 작은배재 ~ 지석골 ~ 지석골 입구 주차장

(약 7km, 4시간 소요)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밤사이에 눈이 조금 내렸는지 주차된 자동차 지붕이 새하얀 눈으로 살포시 덮였습니다.

 입춘 날에 내린 눈은 아마도 서설이 아닐까요.

하여 당초 계획했던 대전둘레산길 2구간을 미루고 계룡산으로 갑니다.

특히 오늘은 계룡산의 여러 코스 중에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지석골로 발걸음을 향하네요.

 

학림사로 가는 지석골 입구 주차장에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마을너머 치개봉과 황적봉 능선이 다가섭니다.

 

물론 머리 위로 아주 멋진 장군봉 봉우리도 반갑게 맞아줍니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계룡산 동학사로 가는 길목에는

장군봉으로 바로 오르는 병사골과 오늘 처음으로 걷는 지석골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천장골 등 3개의 계곡이 있습니다.

 

대전에 살면서 수없이 많이 계룡산을 찾았었는데

신기하게도 이곳 지석골은 한번도 오지 않았네요.

이 또한 이리 늦게 만나라는 인연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등산로가 사찰 건물 안쪽으로 이어지는게 특이합니다.

물론 사찰 입장료는 없지요.

 

학림사 대웅전과 오등선원 건물이 나란히 있네요.

특히 오등선원은 한국불교 전통문화 체험 사찰로 지정이 되어

한국의 참선 수행과 전통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학림사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온전히 겨울 세상입니다.

 

지난주 무척 추운 겨울이 계속되었는데

오늘이 입춘이라 그런지 얼음장 사이로 졸졸 물이 흐르더군요.

 

적막한 산속에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참 청아합니다.

추운 겨울이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봄이 온다는 설레임이 있더군요.

 

아침 해는 새벽에 눈이 오는 바람에 늦잠을 잤는지

아직 그 모습이 조금 졸린 것 같네요. ㅎㅎ

 

입구 주차장에서 약 700미터를 가볍게 걸으니 지석골 탐방센터에 도착합니다.

 

이정표에는 오늘 가야할 길이 간단하게 표시가 되어 있네요.

 

자연의 모습을 그저 건성으로 지나치게 되면 늘 봐왔던 것 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느껴지지만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소중한 보물처럼 다가오는 풍경들이 참 많습니다.

 

비록 햇살이 비추면 이내 사라져버리는 하찮은 것이라 해도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둘 수 있으니 저는 참 부자인것 같습니다.

 

자연속에서 생명의 모습은 다 숭고하고 위대해 보입니다.

비록 미물일지라도 생명의 존재에는 높낮이가 없겠지요.

 

이 바위는 마치 참새의 얼굴 모습처럼 보이네요.

 

고도를 조금씩 높일수록 눈의 풍경도 더욱 풍성해집니다.

 

눈길을 밟으며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어느새 작은배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장군봉으로 올라야지요.

 

다시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니 장군봉 주능선에 도착합니다.

바람이 넘어가는 곳이라 그런지 쌓인 눈이 더욱 많네요.

 

지나는 길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살을 맞대고 있는 연리목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세히 보니 참나무가 함께 살자고 소나무의 옆구리를 찌른 것 같네요. ㅋ

사람도 혼자 살수 없듯이 나무도 때론 옆구리가 허전해지는 모양이지요.

 

웅장한 수직의 바위 풍경이 아름다운 갓바위에 도착합니다.

 

갓바위를 휘돌아 오르니 처음으로 멋진 조망이 펼쳐지고요.

커피 한잔 마시며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산을 오르는 큰 기쁨 중 하나이겠지요.

 

발아래로 하얀 눈에 덮인 하신리 마을 풍경도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상신리 들어가는 길목에 있어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마을인데

이처럼 바라보니 참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마을이네요.

 

물론 능선따라 하얀 눈으로 덮인 신선봉과 그너머 삼불봉의 모습도 아스라하게 보이고요.

계룡산에 오면 늘 아쉬운게 군사 시설 때문에 산을 절반밖에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관음봉 너머 천황봉과 쌀개봉 그리고 황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머리봉 능선도 정말 아름다운 모습들인데요.

 

오늘은 삼불봉까지 가지않기에 이처럼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게 됩니다.

먼 산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네요.

 

큰배재 아래로 이어지는 천장골의 겨울 모습도 그저 아늑합니다.

 

요즘은 도심에서 고드름을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지붕 처마밑에 주렁 주렁 열리는 흔한 고드름이었는데요.

그 고드름으로 아이들과 칼싸움 흉내도 냈었고요.

어쩌면 그 모습이 스타워즈의 광선검보다 앞선 모습인것 같고요. ㅎ

 

능선을 따라 지나가는 길에 바라보이는 풍경은 편안하고 아늑하지만

장군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위험한 구간도 있는 특히 겨울에는 조금은 힘든 코스입니다.

 

잠시 아이폰에서 음악을 듣는데 "리쌍의 회상"이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지요.

 

"오르락 내리락 반복해

기쁨과 슬픔이 반복돼
사랑과 이별이 반복돼

내 삶은 돌고 도네"

 

 

밧줄을 잡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능선을 걷다보니

오늘 걷는 길의 분위가와 딱 맞는 노래인것 같습니다.

 

삶이란게 그런것이겠지요.

산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우리네 삶도 또한 그런 빛과 그림자가 반복이 되며 서로 어우러져서 살아지는 것일테고요.

 

바람같은 인생이라는 말처럼

다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고 허무한 삶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웃고 울고, 사랑하고 싸우면서 살고 있으니요.

 

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살아온 인생이었듯이 또 이렇게 살아갈 인생이기에 말입니다.

 

이제 저 멋진 봉우리만 올라서면 신선봉에 도착하겠지요.

 

오랜만에 눈쌓인 겨울 능선을 걸어보는거라 그런지

과거에는 흔하게 느껴지던 주변 겨울 풍경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윽고 신선봉(649m)에 도착합니다.

신선봉은 장군봉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여서 주변 조망이 가장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수정봉 암릉 조망처와 함께 제가 계룡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고요.

 

삼불봉너머 천황봉과 쌀개봉의 모습도 정말 아스라하게 바라보입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온게 2007년 아주 더운 여름날 당시 고1인 아들과 함께 왔었는데

오늘은 정반대 계절에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나저나 어느 계절에 와도 참 변함없이 아름답고 시원한 조망을 줍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0903446)

 

신선봉을 내려서니 이제 암릉길이 아닌 아주 편안한 눈길이 이어집니다.

 

물론 눈이 많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곳도 지나가야 합니다.

 

걷기를 시작한지 2시간 반만에 큰배재에 도착했습니다.

입구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약 3.6km가 걸렸네요.

 

천장골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길도 널찍하고 지나는 사람 소리도 시끄럽습니다.

사람이 없는 이런 풍경을 찍기도 쉽지 않네요. ㅎㅎ

 

그래도 이곳 천장골이 더 깊은 계곡이라 그런지 지석골보다는 눈이 많이 쌓인것 같네요.

 

사람들로 붐비는 천장골을 빠져나와 왼편 지석골로 향합니다.

 

요즘은 산에 오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이 좋습니다.

물론 아주 가끔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말을 나누는 정도는 필요하겠지만요.

 

여튼 내가 사람들을 멀리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의 삶속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사람 말고

자연속으로 들어오면 온전히 자연의 체취만을 느끼고 싶은 욕심이기도 합니다.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다시 작은 배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눈덮인 낙엽송 숲길을 내려섭니다.

근데 아침에 이곳을 오를때 보다 눈의 풍경이 더욱 풍성한것 같네요.

 

뒤돌아보니 이곳 풍경에는 눈이 그리 없지요.

하여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무의 한쪽면에만 눈이 쌓여있어서 같은 곳인데도 그리 다르게 보였나봅니다.

같은 사물이고 풍경인데도 그 보는 시선에 따라 이리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네요.

 

나무의 생기로 가득 차 있는 숲속은 고요함이 가득합니다.

비록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려도 그 고요함에 스며들지요.

 

이런 길을 조용히 걷다보면 제 자신도 풍경이 되고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석골 탐방 지원센터를 다시 지나갑니다.

이제 입구 주차장까지는 1km가 채 남지 않았지요.

 

계곡은 그사이 눈이 많이 녹아서인지 흐르는 물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오늘이 입춘이라 그런걸까요.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더욱 경쾌하고 가볍습니다.

 

겨울은 침묵으로 시작해서 기다림으로 끝나는 계절인것 같습니다.

차가운 겨울 풍경 속에도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이 느껴지니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지석골을 빠져 나갑니다.

 

오늘 이곳에서 걸었던 거리가 7km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고요한 눈 쌓인 숲길, 탁 트인 멋진 능선 조망길 등

그 곳에 담겨져 있는 자연의 모습들은 참 다양하고 풍성했습니다.

 

인생의 완성이란 항상 조용히 웃고 지낼 수 있는 경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잠시 머물렀던 계룡산 지석골에서 가벼운 미소를 잠시 느껴보았습니다.